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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효훈 Sep 01. 2024

후쿠오카에서 먹은 8가지 음식

라멘, 야키니꾸, 야키토리, 함바그, 멘타이코...

겨울에 후쿠오카를 다녀왔다. 중간에 나가사키가 껴 있는 3박4일 일정으로, 후쿠오카에는 2박3일을 머물렀다. 후쿠오카는 잘 알려진 대로 볼 건 많지 않지만, 경험할 음식은 많은 도시였다. 심지어 몇 가지 음식-예를 들어 모츠나베-은 맛보지도 못했다. 딸기가 특산품이라는 점도 딸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선 반가웠다. 후쿠오카로 떠나는 날씨도 맑았다.



후쿠오카 여행의 장점은 아무래도 공항이 시내와 가깝다는 점이겠다. 도착하고 나서는 하카타 역으로 가는 버스를 이용했다. 기차를 타려면 국내선 터미널로 이동하고 가야한다는 점에서 귀찮았고, 마침 버스는 곧 도착한다고 했다. 게다가 우리가 첫날 묵었던 숙소가 버스에서 내려주는 곳이랑 가까웠다(하카타 역에서는 2분 정도 걸어야 했다). 20분 정도만에 시내에 도착하니 새로운 경험이었다.



머물렀던 숙소는 니시테츠 크룸 하카타 호텔이었는데, 하카타 역에서 가깝기도 했지만 대욕탕이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선택 이유였다. 실제로 이곳의 대욕탕은 규모도 굉장히 크고, 나름 노천탕도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니시테츠 크룸 브랜드는 나고야에 갔을 때 머물렀던 곳이었는데, 그 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숙박 경험이 괜찮았다.



1. 신신라멘


호텔에 짐을 맡기고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신신라멘이었는데, 하카타 역에 위치해 있었다. 5명이 모두 함께 온 것이 아니고 나를 포함해 3명만 먼저 왔기에, 점심 메뉴는 '또 먹어도 괜찮은 것'으로 정하기로 했고, 그 답은 라멘이었다. 신신라멘은 '후쿠오카 3대 돈코츠 라멘'으로 국내에 많이 알려져 있기도 하다. 약 10분 정도 웨이팅을 했는데, 메뉴를 무엇을 할지 고르느라 그리 오래 기다리는 느낌은 아니었다.



후술하겠지만, 마지막 식사로 먹은 라멘과 비교하면 '돈코츠라멘의 오리진'에 조금 더 집중한 느낌이었다. 더 진함이 강조되어 있었다. 나는 조금 더 섞여있는 느낌이 좋아 마지막에 먹었던 것이 더 좋았는데, 다른 두명은 신신라멘의 진함을 더 맛있어했다. 가게가 엄청 좁지는 않지만, 합석하는 테이블이 많아 합석해서 먹는 형태였다. 첫 끼니로는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3.5/5) : 충분히 괜찮은 돈코츠 라멘.



2. 야키니꾸


개인적으로 일본 음식에서 가장 좋아하는 걸 꼽으라면 야키니꾸다. 한국에서 넘어가 발전한 음식이라 익숙한 맛이어서 그럴 수도 있겠고, 직관적인 맛이라서 그렇기도 하겠다. 고기를 구워서 밥이랑 함께 먹는 조합은 실패하기 어렵기도 하니까. 오후 비행기로 온 2명과 합류해서 야키니꾸 집을 찾았다. 다만 미리 예약을 하지도 않았고, 5명이 들어갈 만한 곳도 마땅치 않아서 조금 서칭 후에 간 곳은 하카타 역 뒤편의 술집 거리에 위치한 곳이었다.


'하카타 하라미타스'란 곳이었는데, 미리 가서 문의하니 '2시간 정도 뒤에 오라'고 하며 예약을 해주었고, 하카타 역 곳곳을 둘러보다 입장했다. 후쿠오카엔 한국인이 정말 많고, 역 접근성도 좋은 만큼 한국인 손님도 있었고, 일본인 손님도 섞여 있었다. 맛은 꽤 괜찮았다. 엄청 특별하다고 할 순 없겠지만 애초에 야키니꾸 자체가 저점이 높고 고점에서 차별화하긴 어려운 음식이라고 생각한다(가격대를 높일 수록 직관적으로 맛있어지는 시스템 아닐까?).



불친절 하지는 않았지만, 바빠서 정신 없어 보인다는 느낌은 있었다. 하지만 5명이서 저녁식사를 하는 느낌이 중요했기에 그리 신경쓰일 정도는 아니었다. 일단 테이블이 분리되어 있어 여럿이서 식사하기엔 괜찮았다. 맛 역시 개인적으로도 괜찮았고, 다른 친구들도 평가가 준수했던 곳이었다.


★★★★(4/5) : 야키니꾸는 실패하지 않아.


3. 멘타이코


후쿠오카에서 가장 기대했던 음식이었다. 멘타이코는 명란젓이란 뜻인데, 부산에서 나고 자란 '후쿠야' 창업자가 부산에서 먹던 명란젓을 후쿠오카에서 만들어낸 이름이 '멘타이코'라고 했다. 개인적으로 '지역과 나라를 넘나들며 변화하는 음식'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 변화를 마주하고 싶었다. 물론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멘타이코 음식점을 꼽으라면 '원조 하카타 멘타이쥬'일 것 같다. 다만 그곳은 나가사키로 떠나야 하는 기차를 타야하는 처지엔 약간의 거리 부담이 더 있었고, 웨이팅한다는 이야기가 있어 제외했다.


우리가 찾은 곳은 '우오덴'이란 곳이었다. 미츠이 가든 호텔 후쿠오카 기온 1층에 있는 곳으로, 아침엔 조식당으로 활용되어 점심식사부터 가능하고, 먹었던 덮밥류는 점심에만 판매한다. 다만 이곳도 웨이팅이 있기는 했지만, 가게 앞에 놓인 키오스크를 통해 아침 10시부터 웨이팅 예약이 가능했다. QR코드를 찍으면 라인으로 연결되어 예약하는 시스템이었다. 10시 40분 정도에 도착했고, 약 1시간 반에서 2시간 뒤에 먹을 수 있었다.(그동안은 근처에 있는 캐널시티 하카타에서 시간을 보냈다)

 


식당 바로 반대편에 있는 카페는 '빵토 에스프레소토 하카타'인데, 이곳도 유명한 곳이다. 도쿄에서 먹었었는데 괜찮았던 곳으로, 프렌치 토스트가 유명하다. 우오덴은 멘타이코만 파는 곳은 아니고, 장어 덮밥을 비롯해 다양한 음식을 판매하고 있다. 멘타이코 덮밥의 경우에 특별한 점은 명란젓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연어알과 계란말이도 올라가 있다는 점이다. 그게 이곳을 고른 이유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연어알을 좋아하다 보니 맘에 들었다.


가격은 약 2만원 정도이고, 명란을 추가할 수도 있다. 처음엔 고민했는데 먹다보니 추가하지 않아도 충분했다. 반찬은 셀프 시스템으로 가져다 먹을 수 있다. 메뉴판이 조금 헷갈렸는데, 마침 주문을 받는 직원 분이 한국어가 가능해서 편하게 주문할 수 있었다. 호텔 내부 식당이다 보니 인테리어도 예쁘고, 좌석도 편안한 점이나 서비스가 좋은 점 등 음식 외에도 이래저래 만족할만한 곳이기도 했다.



음식은 맛있었다. 명란젓은 한국에서 먹는 것보다는 덜 짜고 더 고소한 느낌이었다. 크게 다른 맛은 아니었지만 조금 다르네 정도의 느낌이었던 것 같다. 다만 연어알과 계란말이, 명란젓을 함께 먹는 맛이 꽤 호화스럽다고 느꼈는데, 다른 한 편으로는 '짜다'라고 생각할 만한 조합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그 조합이 좋았지만 다른 친구는 그 점에서 조금 아쉬웠다고 평했다.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으나 멘타이코 경험으로선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4/5) : 명란젓을 이용한 변주가 즐거웠다



4. 크레이프


우오덴 대기를 기다리며 캐널시티 하카타에 방문했다. 지나가다 간식으로 선택한 건 크레이프였다. 개인적 느낌으로 국내에서는 크레이프를 파는 집을 찾기가 쉽지 않은데, 일본에선 번화가엔 한 두곳 정도는 있었던 것 같다. 크레이프를 좋아하는 편이라 반가운 일이다. 맛이 특별하진 않고 우리가 아는 크레이프 맛인데, 그냥 크레이프를 먹는다는 느낌 자체가 괜찮았다.



★★★(3/5) : 뻔히 아는 맛이 먹고 싶을 때가 있다.



5. 함바그


후쿠오카의 유명 음식에는 함바그도 있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함박 스테이크'로 먹는 음식이니 이것 역시 아예 새로울 건 없었지만, 첫번째 날 숙소에서 하카타 역에 가는 길에 있는 유명 맛집인 '카와미야 함바그'가 하루 종일 줄을 서 있는 걸 몇 번이나 보고나니 다들 한번 쯤 '대체 뭔데 그래'가 궁금해졌다. 물론 길게 줄 설 자신은 없으므로 그곳엔 가지 않았고, 나가사키에서 돌아와 방문한 동네인 텐진에 있는 함바그 집을 찾았다.



'규마루'란 곳이었는데, 키오스크로 주문을 하는 작은 가게였다. 현금만 가능했는데, 키오스크는 일본어라 좀 헷갈렸다. 텐진에는 한국인이 굉장히 많았는데(해외에 가서 이렇게 많은 건 처음 본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가게에도 한국인이 많았다. 여러 세트나 부속 메뉴를 고를 수 있는데, 나는 앙쿠르트 스프가 나오는 메뉴를 시켰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스프는 대단하지는 않았지만 원래 좋아하는 음식이라 꽤 괜찮았고, 함바그와 밥으 조화도 썩 괜찮았다. 엄청 감동적인 맛까지는 아니어도 충분히 괜찮은 한 끼였다.


★★★☆(3.5/5) : 앙쿠르트 스프 덕분에 0.5점을 추가했다. 괜찮은 식사였다.



6. 아이스크림


위에 언급한 '규마루'는 다이묘 지역에 있었는데, 멀지 않은 곳에 소프트 아이스크림 집이 있었다. 이름은 '다이묘 소프트 아이스크림'으로 굉장히 직관적이었다. 입가심으로 먹기 위해 들렀고, 내부에서 빠르게 먹고 이동했다. 기본과 초코맛을 주문했던 것 같다. 정말 맛있었던 아이스크림에 비하면 다소 부족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히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부족함을 찾긴 어려운 정도로 맛있었다. 애초에 소프트 아이스크림은 일정 이상 수준이 넘으면, 그 이상의 고점을 내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3.5/5) : 이 정도면 괜찮은 아이스크림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7. 야키토리


개인적으로 일본에서 좋아하는 음식이 야키니꾸와 야키토리인데, 야키토리 역시 꼭 함께 먹고 싶은 음식이었다. 다이묘 메인 지역에서 조금 떨어진 곳을 방문했다. 인터넷으로 예약을 걸고 갔는데, 제대로 된 건지는 자신이 없었다. 예약 시간보다 조금 이르게 도착을 했는데, 다행히 자리가 있다며 안내받을 수 있었다. 내부 룸 자리여서 굽는 모습을 볼 순 없었지만 대화하기엔 편했다.



한국어 메뉴판이 있어서 주문 자체는 어렵지 않았으나, 번역이 잘 된 편은 아니었다. 심장(하츠)도 주문하고 싶었는데 품절이라 없었던 점이 아쉽다. 후쿠오카의 명물이라는 닭껍질꼬치도 주문하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츠쿠네를 비롯해 여러가지를 먹었다. 보통 5명이 다니면 자리 잡기가 쉽지 않았는데, 룸인데다 술도 한잔씩 하니(물론 술을 못 먹는 나는 음료를 먹었다) 분위기가 썩 괜찮았다.



한국말을 하는 직원도 있었는데, 지켜보다가 기본 양배추가 떨어지거나 하면 알아서 가져다주기도 하고, 이런저런 간단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나가기 전에 우리가 나가려고 하자 서비스라며 간단한 음식을 주기도 해서 괜찮은 경험이었다. 그간 일본에서 방문했던 야키토리 집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썩 맛있었다(개인적으로는 야키토리 집에서 실패한 적 자체가 없던 것 같기도...). 인기메뉴인 심장을 먹지 못해 아쉬웠고, 닭껍질이 가장 맛있었다.



★★★★(4/5) : 야키토리는 언제나 맛있다.




8. 라멘


떠나는 날 점심이 마지막 식사였다. 그 메뉴는 라멘으로 정했다. 첫 날 먼저온 3명이 라멘을 먹긴 했지만, 어쨌거나 돈코츠 라멘의 본고장인 후쿠오카에 왔으니 라멘을 다같이 먹어줘야 한다는 생각이었다(그래서 두 번 먹어도 좋기 때문에 첫 날 메뉴로 선정한 것도 있었다). 숙소 앞에 그 유명한 이치란 본점이 있어서 원래는 경험삼아 이치란을 가보자-고 했었는데, 나름 아침에 나와봐도 대기 줄이 있었다. 예전에 시즈오카에서 먹었던 적이 있는데, 경험삼아는 좋지만 굳이 이치란을 먹어야겠다 정도는 아니었기에 발걸음을 돌렸다.



숙소 인근에 있는 라멘집을 들렀는데, 점심시간이라 10분~15분 정도의 웨이팅을 했다. 이치란과 비슷하게 개인 종이에 커스텀으로 주문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한 명씩 자리가 나므로 5명이 각자 순서대로 들어가서 먹고 나왔다. 나는 매콤한 맛의 라멘과 만두를 주문했는데, 다른 라멘집에서도 그랬지만 매콤한 라멘을 주문해도 어차피 한국인 입맛에는 그리 맵지 않았다. 매콤한 맛에 더해서 양념장 매운 정도를 정할 수 있었는데, 그 떄 조금 더 단계를 올릴까 싶기도 했지만 그래도 충분한 정도였다.



개인적으로는 이치란 라멘보다 조금 더 맛있다고 생각했다. 이치란 라멘이 뭔가 기본/표준의 느낌이다 보니 그렇고, 차슈가 조금 특별하지 않다고 느꼈었는데 이곳은 차슈나 다른 요소들이 조금 더 괜찮았다. 인테리어는 다른 라멘집처럼 길다란 바 형태로, 키오스크로 주문을 할 수 있었다. 그래도 내부에 공간이 조금 더 있어 밖에서 보는 것보단 자리가 있는 편이었다. 손님은 일본인부터 중국인, 우리(한국인)까지 국적이 다양해 보였다.


★★★★(4/5) : 이 정도면 괜찮은 라멘 집이 아닐지.




이후엔 숙소 주변에 돈키호테에서 쇼핑을 하고(나는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일본을 방문했던 거라 거의 사지 않았다), 하카타 역에 돌아가 추가로 선물 거리를 사고 공항에 돌아갔다. 3박4일의 일정은 순식간이었고, 친구들과의 첫 해외여행도 그렇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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