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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안 Dyan Nov 24. 2024

사랑이 힘들 때

2024. 10. 09. 만나바자회

그대들이 불치병, 희귀병과 싸우는 환아들을 위해 바자회에 후원품을 보냈다고 했다. 그중에는 캡틴이 지난 마스터피스 콘서트 때 입었던 의상의 팝아트 일러스트를 활용한 티셔츠가 있었다. 캡틴은 종종 예능에 나올 때마다 그 일러스트가 그려진 맨투맨, 나시를 입고 나오곤 했다. 그리고 난 볼 때마다 그 티셔츠가 제발 MD로 나와주길 바라고 바랐다. 그런데 그 티셔츠가 바자회에 물품으로 나왔다니, 꼭 갖고 싶었다. 그래서 그것을 사기 위해 깜깜한 새벽을 뚫고 길을 나섰다. 그리고 그때는 몰랐다. 오늘이 내 팬심을 아프게 할 날이라는 것을.


오늘 그대들을 향한 사랑은 뜨거운 여름 햇빛을 견디는 복숭아 같았다. 그대들을 사랑하는 마음에 오늘은 참 생채기가 많이 났다. 누군가로부터 던져지는 조롱과 비판 섞인 그 한 마디, 한 마디가 마음을 베고 지나갔다. 베인 상처는 끓어오르는 화를 철철 흘렸다. 붉은 피처럼, 마음 가득 붉은 분노가 가득 찼다. 팬심을 쥐고 흔드는 바람에 여기저기 멍이 들었다. 보드랍던 팬심 군데군데 갈색의 멍이 자리 잡았다. 그대들을 향한 마음만은 언제나 10대 소녀가 되어 보드랍고 보송보송했다. 이십오 년이 넘도록 끝없이 활동해 준 그대들이 있기에, 이 아이 같은 팬심은 그 순수함을 지킬 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  이 순수한 팬심은 나의 약점이 됐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괄시하고, 하대해도 되는 좋은 수단이자 이유가 됐다. 팬이 가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수의 선행을 함께 하려는 마음은 누군가에겐 비웃음이었다. 그렇게 이기적인 사람들은 마음에 생채기를 냈다.


바자회의 입장이 지연되어 언제 들어가냐고 묻는 질문에, "양 50마리 세고 들어갈게요."라는 미취학 아동 때나 듣던 답변이 돌아왔다. 그대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그때 그 시절 십 대일지언정, 우리는 엄연한 성인들이었다. 그리고 바자회 물품을 구매하려 선 잠재적 후원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의 눈에 우리는 여전히 철없는 빠순이였기에 성인으로서, 후원자로서의 존중은 없었다. 그대들은 이 바자회에 참 꾸준히 후원해 왔다. 매년 물품을 후원했고, 그래서 작년에 이어 올해 연달아 방문한 팬들이 있었다. 작년의 가격 대비 몇 배가 된 가격에 의문을 제기하자, "작년에는 티셔츠가 후줄근했고, 올해는 상태가 괜찮아서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바자회에 티셔츠를 기부하는 것은 캡틴이었다. 캡틴은 <같이 걸을까>에서 철탑에 놓을 돌과 함께 우리 사회의 약자들을 위한 상징물을 참 많이 챙겨갔던 사람이다. 그렇게 누구보다 따뜻한 촛불 하나의 마음으로 따뜻한 세상을 그리는 사람이다. 그런 캡틴이 바자회 물품을 내놓을 때, 어떤 마음으로 보냈을지가 그려졌다. 분명 캡틴은 따뜻한 마음을 담아 후원했을 것이다. 그런 그의 마음을 바자회 운영자는 기만했다. '후줄근'하다는 말에 상처 입은 팬심에서는 분노가 다시 철철 흘러넘쳤다.


과일의 달콤함은 따가운 햇살을 견디는 데서 온다. 뜨거운 햇빛 아래 무르익는 과정을 거쳐야, 입 안 가득 달달한 과즙을 퍼뜨릴 수 있다. 뜨거워도 그 시간을 묵묵히 견뎌내야 당도가 쑥쑥 오르는 것이다. 달콤함이란, 그렇게 따가운 시간을 묵묵히 견뎌야 그 맛이 더 풍부해진다.


하지만 이 만나바자회는 다시 견디고 싶지 않은 따가운 시간이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 누군가의 치유와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을 기만하고 조롱하는 것에 의해 이 팬심을 익어가게 하고 싶지 않다. 그대들을 사랑하는 이 마음은 싱그러운 햇살 아래 소중히 무르익게 하고 싶다. 그대들에게 전달되는 이 사랑은 건강하게 채워져야 한다. 그대들에게는 좋은 것만 주고 싶으니까 말이다. 오늘 내 사랑은 힘들었지만, 그대들을 위해 다시 정화와 치유를 시작할게.



아직도 90년대 강친의 태도로 팬들을 대하는 자선단체 만나(MANNA)는 여전히 10월 9일의 언행에 대해 사과 한 마디 없답니다. 10대 팬들이 30대, 40대로 성장하는 동안, 자칭 엔터 업계 관계자라는 분들의 시간은 그 시절에 멈춘 걸까요? 

자세한 내용은 인스타그램 @manna_jima_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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