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보호막도 없다는 것은

2023. 06. 08.

by 다이안 Dy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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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내가 뛰어든 확률게임.

50%도 안 되는 확률이니, 가볍게 생각했다. 거기다 오랜 시간도 아니고 길어야 2시간이니, 그 안에 설마 그 40%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보기 좋게 패했다.


40%밖에 안되던 확률의 비는 결국 내리기를 택했고, 요즘의 비가 오던 형태를 그대로 따르는 소나기가 퍼부었다. 그것도 내가 막 밖으로 나와 집까지 반절쯤 남았을 때. 소나기만 오는 거면 ‘어차피 씻을 거니까’하고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깜깜한 하늘에 장대 같은 비가 주룩주룩 쏟아지는 날, 천둥번개까지는 우산도 없이 마주하기 조금 무서운 날이었다.


간신히 신호등 앞의 느티나무가 비를 조금 막아줄 만큼 넓어서 나무그늘로 쏙 숨어들었다. 하지만 우산이라는 작은 천 쪼가리의 방어막도 없이 맞이하는 오늘의 하늘은 무서웠다. 하늘을 울려대는 소리와 번쩍이는 빛 그리고 쏟아지는 물. 집 안에서 지켜봤다면, 이토록 공포스럽진 않았을 텐데. 머리 위를 가려줄 작은 천 쪼가리도 없이 홀로 나무 밑에서 비를 피하며 무시무시한 하늘을 지켜보자니, 겁이 났다. ‘이러다 번개 맞아 나뭇가지가 떨어지기라도 하면 어떡하지?’. 한 번 공포스러움을 느끼기 시작하니, 머릿속에 두려움만 피어올랐다. 집까지 고작 500걸음가량 남았을 짧은 거리인데, 그 사이 무슨 일이 내게 생길지 모른다는 그런 두려움.


그렇게 나무 밑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찰나에 외로움도 몰려왔다. 지금 혼자가 아니었다면, 덜 무서웠을 텐데. 내가 돌아갈 집이 자취방이 아니라 가족들이 있는 곳이라면, 이렇게까지 공포스럽게 느끼진 않았을까?

자취까지 이뤄내며 완전한 홀로서기를 하면서 한 번도 외롭거나 무섭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 공포스러움과 두려움이 낯설고, 날 더 작아지게 한다.

현관에 들어서고 나서야 공포심도, 두려움도, 외로움도 사그라들었다. 그 짧은 순간에, 잠깐의 시간에 이렇게 공포와 외로움을 깊게 느끼다니. 요즘의 내가 불안정했던 걸까. 그 불안정이 천둥번개를 맨몸으로 마주하며 요동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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