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1. 23.
아침에 일어나 창밖에 보이는 뿌연 모습에 오늘도 안개가 낀 것인가 했다. 바다가 가까운 이 동네는 종종 창문 가득히 구름처럼 뿌연 안개가 가득할 때가 있다. 잠에서 막 깬 몽롱한 눈으로 이 흐리멍덩한 바깥 풍경을 보는 것은 나름 매력적이다. 아직 정돈되지 않은 생각과 계획으로 뿌연 머릿속을 눈으로 보는 느낌이랄까.
잠에서 서서히 깨어나 출근 준비를 하면서 본 날씨 어플에서는 초미세먼지가 매우 나쁨을 가리키고 있었다. 일어나자마자 환기시키며 들이마신 것은 물기 머금은 안개가 아닌, 미세먼지였다니. 괜한 배신감이 들었다. 누가 “저것은 안개.”라고 확신을 준 것도 아니었다. 그간의 경험으로 지레 짐작한 것은 나였음에도 배신감이 들었다. 도대체 누굴 향한 배신감일까. 누굴 탓해야 할까.
초미세먼지는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것이라고 하지만, 세상을 뿌옇게 만드는 것을 볼 때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하늘을, 풍경을 뿌옇고 흐리게 만들고 있으니 그 존재가 보이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 미세한 너를 원망해야 할까, 아니면 너만큼 뿌연 내 생각을 원망해야 할까.
안개와 미세먼지, 그 한 끗 차이가 나의 인식을 가른다.
흐리멍덩해도 좋은 세상과 흐리멍덩해서 싫은 세상으로.
동전의 양면처럼, 결국 모든 것이 한 끗 차이로 좋았다가도 다시 싫어지는 세상을 살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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