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아직 해결하지 못한 그러나 친숙한 존재들이 남아있다.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알아봐 줬으면 하는 것들이 있다.
공 들여한 눈 화장, 신경 써서 고른 귀걸이, 만나기 한 시간 전 코트에 미리 뿌려 둔 은은한 머스크 향 같이, 작은 디테일의 차이를 위해 내가 들인 노력을 알아챌 수 있는 센스 아니, 그 사소한 변화를 정확히는 모르더라도, “오늘 뭔가 좀 다른 것 같다?”라는 은근한 칭찬이 듣고 싶은 날. 나는 드러내 놓고 자랑하고 싶지는 않지만 너만은 이런 내 속을 꿰뚫어 봐 - see-through - 주었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은 어김없이 옷에 담기기도 한다. 가는 어깨선과 팔목은 드러내고 싶은데 그렇다고 오프 숄더나 민소매를 입기엔 많이 이른 감이 있고, 몸에 딱 붙는 상의는 좀 답답하고, 크롭티를 입자니 겨울 동안 너무 친해진 군살이 부담스러울 때, 나의 선택은 시스루 스타일링. 시스루 옷(see-through clothing)은 얇은 소재의 레이스, 메쉬 또는 천으로 만드는데, 이 옷의 묘미는 바로 보일 곳은 보이고 감출 곳은 감출 수 있는 레이어링[1]에 있다.
엄마 옷장에서 찾은 넉넉한 폭의 시스루 롱 원피스는 말 그대로 그냥 입으면 속이 훤히 비치기 때문에 다른 옷과 겹쳐서 입게 된다. 그래서 어깨와 팔의 라인은 은근히 보이면서 겨울 동안 무거워져서 감추고 싶은 허리라인은 검은색의 민소매의 레이스 탑으로 싹 가려서 정돈해 보았다. 사진만 보면 마치 처음부터 한 벌로 만든 뷔스티에 원피스처럼 보이지 않은가? 거기에 슬슬 유행이 돌아온다는 로우-라이즈 스키니 진 그리고 캐주얼한 분위기의 워커 부츠를 함께 신었더니 따뜻해진 봄날에 어울리는 데이트 의상 고민 해결…!
이 시스루의 은근한 매력, 한 가지 방법으로만 입기엔 아쉬워 내 옷장 안 다른 옷과도 레이어드 해 보았다. 연보라색 반팔티에 검은 스키니 진과 메리제인을 매치한 다음의 몇몇 컷들이 그 결과물이다. 볼드한 목걸이에 화려한 디테일의 주얼 백으로 포인트를 준 것도 흰색 천으로 한 겹 가려져서 자칫 무난해 보일 수 있는 룩에 경쾌한 색감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목걸이도 가방도 from Mom’s Closet. 나라면 애초에 사지 않았을, 서랍 속에 꼭꼭 숨어있던 장신구들을 찾아서 걸쳐보니 생각보다 근사해 보이는 건 무슨 매직일까…!
이제는 엄마 옷을 나름 영리하게 소화하는 법을 스스로 터득한 것 같다.
만약 누군가 "글쎄, 별론데...?"라고 말한다면 이렇게 답해 줄 것이다.
"아니면 어때, 어차피 잘 보일 사람한테 잘 보이면 되는 걸." (앗, 그만 속을 들켜버렸네.)
결론은, 오늘의 주인공 ‘시스루’에게 이 모든 영광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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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레이어링: (모양과 색채적인 효과를 노려) 겹쳐 입기 (출처: 네이버 어학사전)
[2] 로우-라이즈: 하의의 밑 위 길이가 짧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