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양 떼 목장의 거친(?) 스피릿을 느껴볼까?
4월의 마지막 꽃샘추위까지 지났으니 이제 따뜻해질 일만 남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내 마음은 또 바빠진다. 봄이 되면 꼭 꺼내어 입어보리라 눈독을 들였던 엄마 옷 중에서 드디어 이 친구를 모셔올 때가 되었다. 바로 트위드 재킷이다. 놀랍게도 내 옷장에 아직 없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잘못 사면 너무 점잖은 느낌에 노숙해 보일까 봐 일부러 피하기도 했고, 20대 초반에 보세 옷가게에서 대충 보고 하나 샀다가 핏이 마음에 안 들어서 결국 한 두 번 입다가 헌 옷함에 기부한 전적이 있기도 해서다.
그런데 엄마가 고른 이 #트위드 재킷을 보고 생각이 바뀌어 버릴 수밖에 없었다. 우선 한눈에 봤을 때 정말 예뻤다. 핑크색과 남색의 대비되는 컬러 매치에서 느껴지는 산뜻함, 굵은 실의 짜임이 그대로 느껴지는 도톰하고 부들부들한 감촉, 색색 실 중간에 섞여 있는 은색 실의 반짝임, 그 반짝임과 잘 어울리는 은빛 테두리의 진주 버튼까지. 이 모든 게 지나치게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아 조화로웠다. 이런 트위드 재킷이라면 지난날의 편견과 두려움을 기꺼이 극복하고 한 번 시도해 볼 만하다고 느낀 순간, 어느새 나는 사이즈를 걱정할 틈도 없이 이 친구를 걸치고 있었다...! 다행히 조금 넉넉한 핏으로, 무리 없이 입을 수 있었다. (그래, 자켓은 오버핏이지, 너무 딱 맞으면 면접보러 가는 것 같잖아, 쿨하지 못해!�)
상의는 기본 흰 티셔츠를 받쳐 입고, 하의로 서로 다른 느낌의 청바지(Jean)를 두 벌 준비했다. 우선 통이 넉넉한 일자 핏의 검은색 진은 밑단을 발목이 드러나게 롤업 해서 진주 장식이 달린 샌들을 같이 코디했다. 격식 없는 분위기의 회사라면 이렇게 입고 출근했을 때 패피라는 칭찬을 들어도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다음으로는 데이트룩으로 워싱이 거의 들어가지 않은 하이웨이스트 스키니진이다. 다리라인이 예뻐 보이라고 힐을 신었지만 여기에 흰색 운동화를 신어도 잘 어울린다. 흰 티에 청바지, 흰 스니커즈는 기본 중의 기본, 거기에 이 재킷 하나만 걸치면 확실한 포인트가 된다.
마지막으로 트위드 재킷을 초록창에 치면 연관 검색어로 최소 3위 안에는 뜨곤 하는 #하객룩 을 코디해보았다. 재킷 안에 받쳐 입은 원피스는 이삼십 대 직장인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벌쯤 가진 평범한 블랙 미니드레스인데 이 트위드 재킷을 걸쳐서 격식 있는 자리에 어울리면서도 센스 있는 룩을 연출해보았다. 코로나 때문에 결혼식장에 직접 갈 기회 자체가 별로 많지 않은 와중에 괜히 옷 때문에 신경 쓸 거 없이 집에 있는 옷을 이렇게 활용하면 되었다.
그런데, 이 글을 쓰려고 몇 가지 이미지를 찾아서 웹 서핑을 하다가 의문점이 하나 생겼다.
‘대체 어느 것이 진짜 트위드인가?’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트위드 하면 전형적인 샤넬 스타일의 규칙적인 ‘가로 X 세로’ 직조가 두드러진 천으로 만든 재킷을 떠올렸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알아본 트위드의 세계는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불규칙한 굵기의 실이 말 그대로 뭉쳐있는 것처럼 보이는 옷감도 트위드였고, 가을과 겨울 남성복 코트에서 주로 찾아볼 수 있는 잔잔한 헤링본 무늬의 재킷도 모두 ‘트위드’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잠시 혼란에 빠졌던 나는 ‘근본’을 찾아보기로 했다. [1]'트위드'의 사전적 정의는 이것이다.
[1] 트위드(tweed): 순모로 된 스코틀랜드산 홈스펀을 말하며, 평직이나 능직 혹은 삼능직(杉綾織)으로 짠 홈스펀 종류의 천을 총칭하여 트위드라 부르기도 한다. 표면은 매끄럽지 않으나 매우 부드럽다.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사이를 흐르는 트위드 강 근처에서 제직 되어 붙은 명칭이다. 대개는 두 가지 색으로 선염직하는데, 때로는 두 가지 이상의 색을 사용하고 창살 무늬, 삼능 무늬를 넣기도 한다. 주로 코트, 슈트, 재킷, 스포츠웨어에 많이 쓰인다.
[네이버 지식백과] 트위드 [tweed] (패션전문자료사전, 1997. 8. 25., 패션전문자료편찬위원회)
인터넷을 좀 더 찾아보니 실의 종류나 직조 방법에 따라 스카치, 해리스, 아이리시, 색소니, 등등 그 분류가 꽤 많았다. 트위드가 하나의 이름으로 이렇게나 여러 갈래인 것은 아마도 이 녀석의 태생 자체가 스코틀랜드의 작은 농가들에서 저마다 소규모로 손품을 들여가며 만들던 것에서 시작했기 때문이 아닐까?
강줄기를 따라 모인 양을 치던 작은 시골 농가에서는 자신들이 직접 키우는 양의 털을 깎아 만든, 굵기가 일정치 않은 실을 손으로 짜서 만들었다. 그렇게 만든 실로 짠 옷감은 거칠고 딱딱하지만, 고지대의 습하고 찬 기후를 견딜 수 있어 실용적이었을 것이다. 그게 바로 홈스펀(homespun)이자, 이 트위드의 뿌리라는 것. 지금은 오히려 그 소박하면서도 거친 느낌을 멋으로 여겨 공장에서 기계로 비슷한 느낌이 나도록 직조한 천을 고급 옷감으로 팔고 있으니 그 위상이 상당히 올라갔다고 할 수 있겠다.
이렇게 복식의 유래를 찾아보는 건 나름 재밌기도 하지만, 결국 “트위드가 뭔가요?”라고 물었을 때 일반인 관점에서 쉽게 이해해보자면 이렇다. 아래 사진에 나와 있는 여러 느낌의 직물이 다 트위드라는 것, 그러니 각자 취향에 맞는 트위드를 골라서 멋스럽게 입으면 그만이다.
아마도 클래식 패션에서는 남녀 복식에 따라 조금 더 자주 쓰이는 트위드 종류가 따로 있는 듯 하지만 이것 좀 보시라. 세상에, GD가 샤넬 재킷을 입었는데 이렇게 예쁠 줄 누가 알았을까? 마음에 드는 옷이라면 성별의 구분 없이 자유롭게 입는 GD를 보면 나도 테일러링이 멋진 헤링본 트위드 재킷 하나 가져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진주 버튼이 달린 파스텔컬러의 여성스러운 트위드는 엄마한테 빌려 입고 말이다. (물론, 샤넬xGD 이들의 영리한 마케팅 스킬은 알면서도 그냥 눈감아주게 되는 면이 있는 것이고…!)
끝으로 지금은 고인이 되신 칼 라거펠트 경이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시절 남겼다는 한 마디를 가져와본다. 누가 뭐래도 트위드 재킷을 논할 때, 샤넬을 빼놓을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패션에서는 절대 사라지지 않을 세 가지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청바지, 흰 셔츠, 그리고 샤넬 재킷입니다.”
출처: "아이돌 패션 파헤치기 | 브랜드로 알아보는 GD 패션 - '샤넬편'! GD Fashion" by 스타트업테드님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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