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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엠마한 May 09. 2021

18. 민초단의 팝 컬러 롱 스커트

볼 캡과 흰 운동화로 이 옷까지 살릴 수 있을까? - 2탄



  ‘민초’ - 민트 초코의 줄임말로, 호불호가 나뉘는 대표적 맛으로 알려져 있다. ‘민초단’ 즉, 민트 초코를 선호하는 집단의 한 사람으로서 나는 ‘민트의 시원하고 달달한 맛과 향, 초콜릿의 깊고 진한 풍미를 즐길 줄 아는 성숙한 입맛’이라는 취향에 자부심이 있다. 민초에 대한 나의 애정과 해석은 매우 자의적이다. 그리고 저마다의 해석으로 느슨하게 연대하는 민초단이 나는 좋다. 뭐든 극단적인 건 좀 별로라고 느끼는 편이라, 민초단이지만 동시에 반민초단 역시 존중한다. 다만, 민초로 장난친 음식 만은 용서할 수 없다. 예를 들면, 민초 치킨 (부들부들…!)


  뜬금없이 민초단 커밍아웃으로 시작한 이유는 민트 초코만큼이나 호불호가 갈릴 듯한 아이템이 오늘 등장하기 때문이다. 지난 포스팅 말미에 살짝 예고했듯이 오늘은 조금 더 도전적인 과제를 들고 왔다. 볼캡과 흰 운동화로 이 옷까지 살릴 수 있을까? 2탄이다. (만약 지금 본인의 옷장에는 무채색과 뉴트럴 컬러로 이루어진 매우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세계가 펼쳐져 있고, 그 평화를 너무나 사랑한다 하는 분은 안구 보호를 위해 이번 포스팅은 건너뛰는 것을 추천한다.)




  오늘 나의 도전 과제는 바로 이 컬러풀한 롱 스커트다. 자유분방한 붓터치를 연상케 하는 패턴과 [1] 팝(pop) 컬러가 꽉꽉 들어차 있다. 아마 안 여사의 옷장에서 이것보다 센(?!) 스커트는 당분간 찾기 힘들 것 같다. 패치워크와 레이스 리본이 뒤섞인 아래의 스커트조차 색깔로만 보면 이보다는 무난한 편이다. (그나저나 이번 시즌 패치워크의 끝판왕은 역시 돌체 앤 가바나!) 이렇게 화려한 패턴의 옷을 사 본적은 없지만, 나 역시 컬러풀한 옷을 좋아하는 편이다. 빨간색 팬츠 위에 네온 옐로우 컬러로 소매에 포인트를 준 라이트 베이지 재킷을 입고 흰색의 로우로우 백팩을 맨 차림은 날이 따뜻해진 요즘 내가 즐겨 입는 출근룩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이 스커트를 처음 봤을 때 어렵지만 한 번 입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안 여사의 패치워크 스커트 (좌) / 돌체 앤 가바나의 패치워크 원피스 (우) - MUJI와 UNIQLO 성애자라면 어서 도망치시길...!


  이제 스스로 부여한 미션을 ‘ 뿌시러’ 내 방 옷장을 열어볼 차례다. 첫 번째로 매치해 본 상의는 흰색 면 티셔츠. 나쁘진 않았지만 너무 하얗기만 해서 밸런스가 맞지 않았다. 상하의가 극단적으로 나뉘어 어우러지는 느낌이 없었기에 패스. 그다음으로는 스커트에 있는 색 중에 핑크색과 노란색을 골라 각각 티셔츠를 입어보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하의가 모두 튀는 컬러라서 눈을 둘 곳이 없었다. 마치 옷 자체에 사람이 눌려 보이는 느낌이랄까.


  그러다 내 방 옷장에서 엄마 옷이 걸려있는 섹션 - 그렇다, 안 여사의 옷장은 이미 내 구역에 지사(branch)를 낸 상태다 - 에서 이 티셔츠를 발견했다. 진회색 바탕에 [2] 레트로 퓨처리즘 느낌의 우주선이 프린팅 된 면 티셔츠였다. 적당히 복잡한 패턴이 매우 복잡한 패턴과 자연스럽게 이어져서 생각보다 이질감이 들지 않았다. 진회색은 남동생의 물 빠진 검은색 볼캡과도 잘 붙었으니 고민 끝에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맞춰 넣은 듯 마음속으로 “유레카-!’를 외친 순간이었다.



  아우터는 운동화와 같은 계열로 맞춰보았다. 흰색 면 재킷과 아이보리색 페이크 레더 재킷 둘 다 넉넉한 핏인데 둘 중에 더 마음에 들었던 건 면 재킷이다. 라이더 재킷에는 벨트나 지퍼 같은 디테일적인 요소가 많이 있어서 아무래도 이 스커트랑 같이 입으면 상하의가 전체적으로 과한 느낌. 면 재킷으로 여백을 주는 편이 내 취향이다.


아우터는 신발과 색을 맞추면 스타일링하기 편하다.


  이쯤 되니 안 여사는 이 스커트를 어떻게 입었는지 궁금해졌다. 직접 물어보니 상의는 검은색 계열로 심플하게 입고 여름옷이라 샌들을 신었다고 한다. 말로만 들어서는 썩 어울릴지 어떨지 상상이 잘 되지 않아서 나중에 실제로 입은 모습을 보여주기로 했다. 그때 꼭 비교컷을 찍어서 업데이트하기로…! 이 포스팅은 그때야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


  그래서 엄마와 나는 민트 초코 대신  스커트를 매개로 세대를 뛰어넘어 연대하는 그런…. , 그런 거창한 이유야 뭐가 있겠냐 마는, 그냥 재미는 있을 테니까. 우리 엄마여서가 아니라  여사는 내가  글을 대체로 재밌어하는 편이다. 재미야말로  모든 일의 출발점이자  다를  없는 일상에 작은 활력이 되므로. 그리고 보니  여사와 대화하면서 수집해   관련 에피소드도  가지 있는데 나중에 따로 풀어볼 생각이다.


  그래서, 오늘의 도전은 일단 성공한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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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팝 컬러(pop color): 채도가 높고 화려한 색.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2] 레트로 퓨처리즘(Retro-futurism): 1960년대에 우주개발 시대와 함께 성행하였던 퓨처리즘(미래주의)의 영향을 보여주는 창작예술의 한 경향. 라틴어로 '거슬로 올라간다'는 뜻의 '레트로(retro)'와 '미래주의'를 뜻하는 영어 '퓨처리즘(futurism)'의 합성어이다. 1950년대와 1960년대의 우주개발 시대와 함께 성행하였던 미래주의의 영향을 보여주는 창작예술의 경향을 가리킨다. 이 용어는 1983년 미국의 로이드 던(Lloyd Dunn)이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레트로 퓨처리즘에는 '과거에서 본 미래'와 '미래에서 본 과거'라는 두 가지 경향이 포함된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 레트로 퓨처리즘 [Retro-futur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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