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다른 방식으로 보기’(파트3)
<파트3>
6.한국어 번역본의 문제점
책을 번역한 최민은 번역 경험이 있기는 하지만 전문번역가로 활동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미학과 예술학을 전공하고 깊이 있는 글을 쓰는 비평가로서 활동했지만, 전문적으로 번역을 배운 적이 없다는 것이 한국어 번역본의 단점으로 작용한다. 그래서인지 책의 문체나 문장들이 기계적이며 어색하게 느껴지고 독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전문 번역가들은 단순히 외국어를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책의 흐름 속에서 말을 적당히 의역하고, 독자가 이것이 번역본인지 잘 인지하지 못할만큼 문장들을 매끄럽게 다듬는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른방식으로 보기’의 번역은 원서의 흐름과 의미들을 매끄럽게 전달하지 못했다.
이것은 단순히 번역의 문제로 보일 수 있지만, 이는 다양한 독자층을 막는 큰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존 버거는 약자, 혹은 한 계층만을 위해 글을 쓰던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의 글은 더 많은 독자층에게 읽힐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바탕이 된 존버거의 텔레비전 연속 강의들을 보면 그가 친근한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전하려고 했음을 알 수 있다. 복잡하고 어렵게 나온 번역서가 다양한 독자층을 막는 원인 중에 하나로 작용할수도 있다는 점은 안타깝다. 첫 장을 폈을 때 나오는 복잡하고 어려운 문장들이 독자가 책에 친근감을 가지는 데에 오랜시간이 걸리게 한다는 점에서, 나중에 재번역을 통해 더 매끄러운 번역을 가진 개정판이 나올 필요가 있어 보인다.
7.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생각해볼 문제들
1) sns 속 여성 스스로의 대상화
이 책이 약 50년에 나온 것을 감안했을때, 우리는 변화한 시대 흐름에 맞춰 저자가 제시한 이론들을 현대의 시점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존 버거가 활동하던 시대는 개인에 의해 이미지가 형성되던 시대가 아니었지만, 지금은 sns라는 개념에 의해 개인들에 의해 수많은 이미지들이 형성되고 있다. 그리고 sns 속 일부 여성주체들은 누드화가 여성을 드러내던 방식으로 자기 스스로를 드러낸다. 이렇게 “여성주체가 ‘스스로’ 응시의 대상이 되는 욕망의 전략적 활용”3)을 과연 존버거가 제시하던 남성이 만들어낸 남성적 응시에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기존의 광고나 잡지에서 타인에 의해 소비되는 여성의 이미지는 존버거의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sns상의 모습에는 새로운 이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 현재의 관점에서 보는 아우라의 상실 개념
또한 현재의 관점에서 보는 저자의 아우라의 상실에 대한 서술이 어떠한지, 혹은 미래에 이 개념은 어떻게 변화할지 생각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접근이다. 디지털 시대 이전까지는 미술계에서는 원작이라는 개념이 확실히 존재했다. 미술관에 걸려있는 고전들은 실체성을 갖고 있는 것을 우리는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실체성을 가지지 않는 디지털 작품이 넘쳐가는 현대에는 과연 원작이라는 개념이 존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메타버스와 같은 개념이 나타나며 현실세계의 실체성이 없는 문화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고, 미술작품 또한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점점 현실이 사리지고 실체성이 없는 세계들이 나타나고 있는 지금, 기술의 진보 속에서 아우라의 상실 개념이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8.추천대상
미술계의 교과서 처럼 사용되는 책의 특성과 장르를 고려해보면, 이 책은 말 그대로 미술전공자에게 적합한 책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책의 역사적인 영향력과 의미를 고려했을 때, 한국의 모든 교육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현재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상황적으로 봤을 때 당대 보수적인 영국 미술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의 경직된 주입식 교육 시스템은 아이들에게 다른 방식으로 볼 기회를 주지 않는다. ‘다른 방식으로 보기’는 미술비평에 대한 책이지만, 단순히 미술에 국한된 책이 아니다. 앞으로 우리 사회의 방향이 어떤 방식으로 발전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힌트를 제공하는 책이 될 수도 있다. 기존의 관념에 문제를 제기하고 창의적이고 새로운 생각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서 말이다.
미래를 살아갈 학생과 아이들을 이끄는 한국의 교육자들은 이 책을 통해 현재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을 발전시킬 수 있다. 작게 보면 이 책에서 이미지에 대한 창의적인 접근방식을 고려해 아이들을 위한 창의성 교육방법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다. 혹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이 책이 당시 보수적인 영국 미술계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통해, 현재 한국 교육시스템에 대한 반성과 함께 새로운 생각들을 발전해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9.맺는말
당시 영국 미술계에 파격을 주었던 ‘다른 방식으로 보기’는 이후 미술에 대한 논의의 장을 넓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냉소적인 듯한 화법과 다르게, 내용을 하나하나 살펴보다 보면 그는 약자를 생각하는 따뜻한 스토리텔러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50년이 지난 현재의 시점에서 보면 뻔하다고 여겨지는 내용도 있지만 그의 몇몇 생각들은 반 세기전에 나온 책이라는 게 어색할 정도로 여전히 신선하게 다가온다. 여전히 신선하다는 것은 좋은 의미일 수도 있지만 사회적으로 봤을 때 그것이 여전히 고질적인 문제로 남아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이 책을 통해 본 개념들을 우리가 ‘지금,여기’에서 어떻게 더 발전시켜나갈지에 관한 것이다. 그것이 바로 존 버거가 ‘다른 방식으로 보기’를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