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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변호사 Apr 05. 2019

우연한 만남

진주에서, 우연히 만나다

2019. 3. 6. 수요일의 기록


변호사는 사실 출장이 상당히 잦은 직업이다. 변호사 업무의 반은 서면작성이고, 반은 재판출석이기 때문이다. 재판이 서울에 있다면 법원에 출석하는 것이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서울중앙지법 같은 경우는 걸어서 10분 거리다), 지방 재판의 경우는 얘기가 다르다. 부산이나 광주처럼 기차가 자주 운행하는 곳은 그래도 비교적 다니기 쉽지만, 창원이나 진주처럼 KTX 배차 간격이 띄엄띄엄있는 곳은 새벽에 일어나야 하고 돌아올 때도 시간이 맞지 않으면 서너시간은 기다려야 한다. 가령 창원이나 진주의 경우, 재판이 아침 10시 30분이라면 새벽 5시 30분 기차를 타야하고, 그러려면 늦어도 새벽 4시에는 일어나야 한다. 재판은 늦어도 11시면 끝나는데, 서울행 기차는 오후 2시가 넘어서야 있으니 3시간은 꼼짝없이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지난 주 수요일은 진주에 재판이 있어서 진주에 갔다. 재판 자체는 큰 쟁점 다툼 없이 잘 마무리가 되었다. 습관처럼 돌아오는 교통편도 KTX로 예매를 해 놓았는데, 출발 시간이 오후 5시 30분이었다. 재판이 끝난 시간은 오후 2시 30분 정도였고. 기차표를 취소하고 버스를 타러 터미널로 갔다. 심리적으로 KTX가 더 편하기는 하지만, 그 시간을 기다릴 자신이 없었다.


터미널에 도착해서 버스표를 사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누군가 나를 불렀다. 아까 법정에서 우연히 만났던 변호사님이었다. 사실 깊은 친분이 있는 분은 아니고, 2년 전쯤  '의료문제를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의변)'에서 인사만 한 번 드린 정도였다. 그 이후 서초동 길거리를 지나다가 우연히 만나 인사를 드린(물론 그 분은 내가 누군지 모르는 눈치셨고^^;) 정도의 그런 사이다. 


그런데 사실 나는 이 변호사님께 상당히 관심이 있었다. 우선 나와 마찬가지로 비의료인으로 의료소송을 전문으로 하시는 분이고, 그럼에도 의료소송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어 변호사 업계에서는 성가를 높이고 있는 분이기도 하고, 혼자서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분이었기 때문이다. 뭔가 구체적인 조언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막연한 느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막연한 느낌이, 진주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버스에서, 실현이 되었다. 변호사님께 최근 개업을 했다는 말씀을 드렸고, 대단히 구체적이고 뭔가 영감을 주는 현실적인 조언을 많이 해 주셨다. 결론은 이것이다. 정말 하고 싶은 분야의 일을, 뜻이 맞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 그리고 글을 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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