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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변호사 Jan 26. 2024

새로 산 책(2024-5)

담론과 해방/생활의 사상

[2024. 1. 18. 알라딘 중고서점 합정점에서 구매한 책]


1. <담론과 해방>(김경만/궁리/2005)

<진리와 문화변동의 정치학>에 이어 같은 저자(김경만)의 책을 구입했다. 이 책의 가치는 무엇보다도 저자가 학문의 대가들을 비판한다는 데에 있다. 저자의 칼끝은 하버마스 등을 비롯한 이론적 사회과학자 내지 비판이론가를 향한다. 비판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 대가의 저서에 주석 달고 논문 쓰기에나 바쁜 우리 현실에서 저자의 작업은 대단히 유의미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이 나온 것이 벌써 거의 20년 전인데, 우리 학문의 풍토는 조금이라도 달라졌을까. 물론 외국이론을 공부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우리 현실을 파악하고 이해하기 위한 도구로 잘 사용하기 위해서라도 외국이론을 깊이 연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무조건적 수용이나 찬양은 곤란하다. 우리 현실 파악에 유용한 도구인지 아닌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비판적 독해 작업은 필수적이다. 비판적 독해에 그쳐서도 곤란하다. 그 외국이론들을 넘어설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저자의 작업은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노력이다. 책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저자의 얼굴에서 어떤 단호함과 자부심이 엿보이면서도 한편 약간의 처연함이 묻어나는 것 같다.


2. <생활의 사상>(서동욱/민음사/2016)

서동욱의 책은 거의 무조건 산다. 김상환 선생님의 글을 처음 읽었을 때 느꼈던 그 재미가 느껴진다. 두 분 모두 프랑스 철학을 전공하셨고, (어쩌면 그래서) 문학과 친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이 소설이나 시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기에 글에서 맛이 느껴지는 것 같다. 그리고 글이 아름답다. <생활의 사상>은 서동욱의 책들 중 비교적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 모음집이다. 그러나 글 하나하나에 담겨 있는 생각과 고민과 통찰은 결코 편안하지 않다.


"좋은 글의 비밀은 다른 곳에 있을 것이다. 그것은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자꾸 생각하기를 강요하면서 우리 삶을 내내 성가시게 하는 글, 가능하면 대면하지 않았으면 싶은 글, 쾌감보다 불쾌감을 주는 글일지도 모른다. 세계의 슬픔과 진리의 어려운 자리가 글에게 그런 고약한 성질을 가질 것을 요구하리라. 가끔 바람이 책장을 흔드는 것처럼 보이는 까닭은, 이런 글의 영혼이 읽는 이들의 숨결에 섞여 들기 위해, 책의 내부로부터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해주는 한 줄의 문장을 창문처럼 찾고 있기 때문이다. 읽는 눈과 대면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빛도 들지 않고 닫혀 있을 문장의 창문 말이다."(19-20쪽)   


책을 펼치지 않는다면, 책을 펼쳐서 읽지 않는다면, 어떻게 책의 영혼이 외출할 수 있겠는가. 해방시켜 달라고 외치는 '책의 영혼'의 아우성이 등 뒤에서 들리는 것 같다. 열심히 읽어야 하는데...도무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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