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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변호사 Jan 28. 2024

새로 산 책(2024-6)

성경 100배 즐기기(구약편) 외 3

[2024. 1. 18. 알라딘 중고서점 수지점에서 구입한 책]

1. <성경 100배 즐기기(구약편/신약편)>(강하룡 외7/브니엘/2017)

나에게 성경은 반드시 해야만 하는 숙제다. 넘어야 할 산이다. 나는 기독교인이 아니라서, 누구도 그러니까 하느님도 나에게 이런 과제를 부여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성경을 배경으로 하는 수많은 고전들, 성경에 그 뿌리를 내리고 수많은 미술 작품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성경에 대한 공부는 필수적이다. 그래서 성경을 공부하기 위한 보조교재들을 기회될 때마다 사모으고 있다. 우연히 발견하게 된 이 책 <성경 100배 즐기기>는 제목은 가벼운 책 같은 인상을 주지만, 내용은 알차 보인다. 칸트에 관한 해설서를 여러 권 읽는 것보다 칸트의 주저인 <순수이성비판>을 한 번 읽는 게 더 낫다는 것을 모르지 않지만, 성경과 같은 육중한 책을 읽어나가는 과정에서 보조교재는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신앙을 가지신 분들의 눈에는 믿음으로 성경에 접근하지 않고 머리로 접근하려는 태도가 가련해 보일 수 있겠지만, 사실 믿음/머리(이성)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성경에 대해서 머리로 접근한다고 하여 믿음이 없다고 누가 단언할 수 있겠는가. 


2. <희랍철학 입문>(W.K.C.거스리/박종현/서광사/2000)

이 책은 철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더 정확히는 언필칭 철학을 공부한다면 탈레스부터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강력 추천이다. 20년도 더 전에 작은 판형으로 <희랍철학 입문>을 줄까지 그어 가면서 열심히 읽은 기억이 난다. 어쩌면 처음으로 읽은 철학책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을 읽고 나서부터 철학책을 읽는 데 자신이 붙고, 재미가 생겼던 것 같다. 작은 책이지만 강력하다. 정교하고 치밀하다. 그런데 이건 어쩌면 고대철학을 전공하신 분들의 특징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서울대학교 철학과에 계셨던 교수님들은 대부분 훌륭했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교수님은 김남두 교수님과 이태수 교수님이었고, 두 분 모두 고대철학 전공자이셨다. 소크라테스, 플라톤의 제자들답게 그 두 분의 수업은 뭐랄까 플라톤의 대화편을 옮겨 놓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할까. 현대철학이 뭔가 신기하고 좀 있어 보이는 착각이 들게 만든다면, 고대철학은 착각이 아니라 정말로 뭔가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게 만든다. 저 두 분이 언제 현대철학까지 공부를 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수업 중간중간 현대철학에 대한 얘기를 하실 때, 뭔가 단 몇 마디로 사파의 무공 따위는 가볍게 물리쳐 버리는 그런 기분이 들 정도였다. 그러니까 철학의 기본은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다. 아무튼 <희랍철학 입문>은 대단히, 대단히 좋은 책이다.


3. <차이와 타자>(서동욱/문학과지성사/2000)

철학계에도 우습게도 유행이 있다. 크게 유행한(어쩌면 여전히 유행 중인) 개념어들이 있다. 차이/타자/탈주/-되기/환대/담론 등등. 대체로 프랑스 현대철학자들이 생산해 낸 것들이다. 저 개념들의 원출처와 근원을 파헤치기 전에는 사실 그 의미를 분명히 알기는 어렵다. 뭔가 있어 보이고 그럴듯해 보이기는 하지만, 마구잡이로 쓰는 것은 오히려 우스워 보인다. 서동욱 교수의 <차이와 타자>는 아마도 가벼운 유행과는 거리가 먼 진지한 책일 것이다. '현대철학과 비표상적 사유의 모험'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의 뒤표지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근대적 주체성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다양한 사유들이 공유하는 가장 핵심적인 기획은 무엇인가? 그것은 근대적 주체의 표상 활동을 비판적 표적으로 삼아 동일적인 것에 종속되지 않는 '차이 자체', 그리고 의식으로 환원되지 않는 '타자'의 현존을 밝혀내려는 시도로 요약된다. 이러한 시도를 우리는 '비표상적 사유의 모험'이라고 부른다." 근대적 주체성이란 무엇인가? 표상 활동이란 무엇인가? '동일적인 것'이란 무엇인가? 도대체 '차이 자체'는 무엇일까? '타자'란 무엇이며, 도대체 '의식으로 환원되지 않는' 타자란 무엇인가? 진지하게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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