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최선인가요
2019. 3. 8. 금요일의 기록
형사소송을 제외하고 민사소송을 비롯한 대부분의 소송은 대법원 전자소송 사이트를 통해서 진행된다. 이렇게 말하면 화상재판을 연상하기 쉽지만, 아직까지 화상재판이 이루어지지는 않고 있고(지방재판을 다니다 보면 화상재판의 필요성이 간절하다!), 서류 접수 및 제출을 인터넷으로 한다는 의미이며, 따라서 재판은 당연히 법원에 출석해서 구두변론을 통해 이루어진다.
우리 법은 법정에서 구두로 변론하는 것을 중심으로 한다고 천명하고 있지만(구두변론주의), 실질적으로 대부분의 재판은 서면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법정에서 말로만 떠들어서는 판결을 하는 판사가 그 내용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 현실적인 이유다. 그래서 변호사가 아무리 말을 잘 하더라도, 핵심적인 주장을 담은 서면을 반드시 제출해야 하는 것이다. 원고는 소장을, 피고는 답변서를, 그 이후로는 수 차례 준비서면을 그리고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각종 증거를.
이와 같이 중요한 서면들을 제출하는 통로가 바로 대법원 전자소송 사이트이다. 여기까지 쓰고 보니 내가 마치 대법원 전자소송 사이트를 홍보하고 있는 것 같지만, 이 글의 목적은 전자소송 사이트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기 위함이다. 최근 사법농단 사태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듯이 우리 법원에 누적된 악풍폐습이 어디 한 두가지 이겠느냐마는, 전자소송 사이트야말로 법원이 개선해야 할 목록의 앞자리에 놓여야 한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사이트들이 대체로 그렇지만, 대법원 전자소송 사이트 역시 잦은 버벅댐으로 중요한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순간마다 긴장하게 된다. 서류제출하는 것이 도대체 뭔 일이라고, 사람을 긴장하게 하느냐 말이다!! 법원의 역할은 무엇보다도 국민인권수호에 있는데, 말로만이 아니라 정말 인권을 수호할 의지가 있다면 당장 전자소송 사이트 개선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단언컨대, 전자소송 사이트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폐해는 미세먼지가 육체건강에 미치는 폐해만큼이나 크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무실에 컴퓨터와 복합기를 설치하고, 법률사무소 인선의 이름으로 첫 위임장을 제출했다. 개업 축하 기념인지 오늘은 비교적 문제없이 제출되었다.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한숨 돌렸다.
p.s. 이 글을 쓰고 나서 며칠 후에 전자소송과 관련된 문제로 상담전화를 했는데, 상담원 분은 정말 최고였다. 깔끔하고 신속하게 문제해결! 애초에 사이트를 잘 만들어 놓았다면, 상담전화도 필요 없었겠지만, 그나마 상담전화로 사이트의 불완전함을 보완하고 있었다. 하루 종일 어찌나 기분이 좋았던지...상담원 분께 정말 감사한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