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에 다녀오면서 변호사의 태도에 대해 생각하다
2019. 3. 7. 목요일의 기록
어제 진주에 이어 오늘은 창원을 다녀왔다. 2년간 소속되어 있던 법인에 들어가서 처음 맡은 사건의 재판출석을 위해서였다. 1심이 끝났고, 항소심 첫 기일이었다. 그러니 이 사건은 현재 2년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소송에서 2년은 그리 긴 시간은 아니다. 7년이 걸린 사건도 있었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속이 타 들어가는 일이다. 변호사도 마냥 좋지만은 않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닌데...신속한 재판 실현을 위한 획기적인 방안은 없는 것인지...답답하다. 이 사건도 아마 내년은 되어야 최종적으로 끝날 것이다.
이 사건은 내가 병원을 대리한 사건인데, 의료소송에서 병원을 대리하는 것은 심리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병원 측에 설사 정말로 과실이 없다고 하더라도, 여하튼 의료사고가 발생해서 사람이 죽거나 다친 경우,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유족이나 환자 본인에게 '병원은 과실이 없으니 당신의 주장은 틀린 것이오'라고 말하는 것이 어디 쉽겠는가. 원고 측을 대리하는 것도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정서적 심리적인 측면에서 힘든 것은 물론이고, 의료과실을 입증하는 것은 돈을 빌려 준 사실을 입증하는 것 보다는 훨씬 더 법기술적으로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그 내용이나 결과를 떠나 나에게는 잊을 수 없는 사건인데...의뢰인과의 관계에 있어서 변호사의 역할이 무엇인가하는 문제를 고민하게 만든 사건이다. 의뢰인의 결정과 판단은 물론 존중받아야 하지만, 만일 그 결정과 판단이 의뢰인 자신에게 불리한 것이라고 판단된다면, (일단 의뢰인을 설득해 보고, 그래도 설득이 되지 않는다면) 변호사는 추후 발생할 수도 있는 문제를 감당할 각오를 하고, 비난을 받을 각오를 하고, 의뢰인의 의견과는 반대되는 방향으로 사건을 이끌어 나갈 수도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분명 그것이 전문가가 취할 수 있고, 취해야 하는 올바른 태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