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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선물의 어려움

2025년 1월 14일(화)

by 글쓰는 변호사

타인에게 책을 선물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왜 어려운가. 우선, 책을 받는 사람에게, 마치 내 생각을 강요한다거나 뭔가를 가르치려 한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책 선물을 받은 사람이 책의 내용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 이른바 '창조적 오독'을 한다면 그나마 낫겠지만, 그냥 단순한 오해를 하거나 완전히 다른 의도로 읽어버릴 경우는 문제가 된다. 마지막으로 책 선물을 받은 사람이 책의 내용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도 있다. 물론 책을 선물할 때는, 내 생각에 정말 좋은 책이라고 판단한 책을 고심고심해서 고르기는 하지만, 어떤 책도 완전히 타당한 의견만을 담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무비판적으로 읽은 일은 대단히 위험하다. 아예 읽지 않는 것만 못하다.


책 선물을 가로막고 있는 심리적 장벽을 뚫고, 이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입학하는 한 아이에게 책을 선물했다. 선물한 책은 홍세화 선생의 <생각의 좌표>. 중학교 입학하는 아이에게 어쩌면 약간 어려울 수도 있고, 다소 부적절할 수도 있는 책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아이는 제 나이보다 조숙하고, 자기 생각이 나름대로 있는 아이일 것이라 믿고, 책을 보내 주었다. 지금 당장 책 전체를 이해하지 못 하더라도 또는 지금 당장 이 책을 읽지 않더라도 나는 이 책을 받은 사람이 책 표지만이라도 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선물한 것이다(같은 마음에서 이번 설에 조카들에게 이 책을 선물해 줄 계획이다.). 이 책의 표지에는 <생각의 좌표>라는 큰 글씨의 제목 밑에 작은 글씨로 아래와 같이 쓰여 있다.


돈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생각의 주인으로 사는 법


요즘 들어 가장 많이 하는 생각 중 하나는 지금 내가 갖고 있는 어떤 생각을 어떻게 하게 되었느냐 하는 것이다. 즉 내 생각이 어떻게 내 생각이 되었을까. 동시에 나에게 나만의 생각이란 것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온통 다른 사람들이 한 얘기, 책에서 읽은 얘기, 뉴스에서 떠드는 얘기 등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과연 '내 생각'이라는 것이 있기는 할까. 그러니까 일단 내 머릿속을 천천히 그리고 철저하게 들여다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찾아내고, 그 생각이 내 생각인지 남의 생각인지 구별해 내고, 그 생각들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어떤 방식으로 그리고 어떤 이유로)를 찾아내야 한다. 홍세화 선생의 <생각의 좌표>는 자기 생각에 대한 해부를 시도해 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 주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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