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25일
집 근처에 맛있는 만둣집이 있다. 만두전골이 주메뉴이다. 만두전골을 몇 번 먹었는데, 맛있었다. 국물도 시원했고, 다른 재료들도 신선하고 맛있지만, 만두 자체가 맛이 있었다. 만둣집이니 만두 자체가 맛있다는 것은 당연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 김밥집이라고 김밥이 다 맛있지 않고, 떡볶이집이라고 해서 떡볶이가 다 맛있는 건 아니다. 의사라고 해서 치료를 다 잘하는 것은 아니고, 변호사라고 해서 소송을 다 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만둣집의 만두가 맛있는 것이 당연하고 쉬운 일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무튼 만두가 맛있어서, 이번에는 만두전골을 주문하면서, 찐만두를 따로 주문했다. 찐만두를 먹으려고 하는데, 간장이 보이질 않았다. 간장을 찾는 아내에게 나는 이 집은 만두에 워낙 자신이 있어서 간장 따위는 주지 않는 것 아닐까, 자신들의 완벽한 만두를 간장이 오히려 망칠 수도 있어서 그런 것 아닐까,라고 실없는 소리를 하고, 만두를 맛있게 먹었다. 음...역시 완벽한 만두군, 간장 따위는 애초에 필요가 없었던 것이야. 간이 약간 심심하긴 하지만, 짜지 않아서 좋군.
다음날 나는 만두 상자의 포장을 풀었던 곳 옆에 놓여 있는 간장을 발견했다. 어쩐지...만두가 좀 싱겁더라니. 맛있다고 생각하는 만둣집의 권위에 짓눌려 나는 아예 간장의 존재에 대해 의심할 생각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의심했더라면, 간장을 찾으려는 노력을 했을 텐데, 나는 '완벽한 만두' 운운하면서 아예 간장을 찾으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스스로 만들어 놓은 허깨비 같은 권위에 짓눌리지 않았다면, 나는 조금 더 맛있게 만두를 먹을 수 있었을 것이다.
권위는 비판을 억압해서 기존 질서를 유지한다. 권위는 의심을 가로막아 다른 생각의 기회를 차단한다. 권위에 길들여지면 자발적으로 복종하게 된다. 의심해야 한다. 데카르트는 의심을 통해서 철학과 근대 학문의 토대를 정초하였고, 더 나아가 우리가 오늘 보고 있는 세상을 만들었다. 니체는 의심을 통해서 신을 죽였고, 도덕의 기원을 찾아냈다. 프로이트는 의심을 통해서 무의식이라는 대양을 발견했다.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세상이, 질서가, 법률이, 관습이 옳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의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