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하반기 최고의 책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드디어(!!) 박찬국 선생님의 번역으로 2025. 7. 25. 출간되었다. 철학을 좋아하는 나에게 2025년 상반기 최고의 책은 알튀세르의 <자본을 읽자>였다면, 2025년 하반기 최고의 책은 단연 박찬국 선생님 번역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이다. 올해가 아직 4개월이나 남았지만, 앞으로 출간될 그 어떤 책도 (적어도 나에게는) 이 책을 넘어서기는 어려울 것이다. 니체/박찬국 조합은 최고다. 그냥 최고다. 다른 표현을 하기는 어렵다.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번역본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아마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접했을 최승자 시인의 번역본(청아출판사)에서부터 비교적 최근에 나온 백승영 선생의 번역본까지 꽤 여러 종류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진정 읽을 수 있는 번역본은 아마도 박찬국 선생님의 번역본이 유일할 것이다. 박찬국 선생님은 아카넷 출판사에서 꾸준히 니체 번역본을 펴내고 계시는데, 박찬국 선생님 번역본의 주요한 특징은 대단히 풍부한 역주에 있다.
물론 풍부한 역주는 자칫 잘못하면 창조적 독서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독자가 책을 읽으면서 어느 하나의 해석에 구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사고할 때, 진정 창조적 독서가 가능할 터인데, 역주는 정답 아닌 정답을 제시하면서 독자에게 하나의 해석을 강요하게 될 위험도 가지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창조적 독서도 일단 책을 읽은 후에야 가능한 것이다. 책장이 넘어가지도 않는데, 책을 읽을 수도 없는데, 거기에 무슨 창조가 있을 것인가. 이 책은 한 면은 본문 한 면은 역주가 배치되어 충격적으로 많은 역주가 달려 있다. 감히 번역본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박찬국 선생님 번역본의 또 다른 특징은 뛰어난 가독성에 있다. 선생님의 번역본은 일단 잘 읽힌다. 내용이 어려워서 이해가 안 될지언정 문장이 어색해서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은 없다. 여러 번 다듬고 고쳐서 확실하게 이해가 되는 문장을 쓰신다. 가식과 허세 없는 선생님의 성정이 아마도 문장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 아닐까 싶다. 부디 선생님께서 오래오래 건강을 유지하셔서 니체 전집을 완역해 주시기를 바란다.
그나저나 사는 책, 읽고 싶은 책, 읽어야 할 책은 점점 많아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