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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변호사 Apr 14. 2019

002_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의 의미와 효력(2)

주문결정 방법에 대하여

헌법재판관들의 의견이 대립되는 경우 주문은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요?


낙태한 여성을 처벌하는 형법 제269조 제1항과 낙태 수술을 한 의사를 처벌하는 형법 제270조 제1항의 위헌 여부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3명은 단순위헌 의견, 재판관 4명은 헌법불합치(잠정적용) 의견, 재판관 2명은 합헌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그 결과 '낙태죄 사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 주문은 헌법불합치(잠정적용)가 되었습니다. 


주문(主文)이란, 결정의 결론 부분(주된 부분)을 의미하는 것으로, 헌법재판소 결정에서 주문이란 어떤 법률이 위헌인지 아니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는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론이 직접적으로 나타나는 부분입니다. 결정문의 핵심인 것이지요. 그렇다면 9인의 헌법재판관 각자의 의견이 이번 낙태죄 사건과 같이 대립되는 경우에 주문은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요?


헌법재판소법에서는 주문 결정의 방법에 대해 규정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법원조직법 제66조에서 정하고 있는 방법에 따라서 결정되는데,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습니다. 신청인에게 가장 유리한 견해의 수에 그 다음으로 유리한 견해의 수를 순차적으로 더해가는 방식으로 결정됩니다. 


낙태행위를 처벌하는 형법 조항에 대해 신청인에게 가장 유리한 견해는 단순위헌의견(헌법불합치 의견과 구별하기 위하여 '위헌'을 '단순위헌'이라고도 합니다)이고, 그 다음으로 유리한 견해는 적용중지 헌법불합치 의견이며, 그 다음으로 유리한 견해는 잠정적용 헌법불합치 의견입니다. 단순위헌의 경우 그 즉시 법률조항의 효력이 상실되고, 적용중지 헌법불합치의 경우 그 법률의 외형만을 남겨둔 채 적용은 하지 못하므로 효력이 상실되는 것과 마찬가지며, 잠정적용 헌법불합치는 분명 헌법에 위반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한시적으로 그 효력이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신청인에게 가장 유리한 견해부터 순차적으로 더해가다가 6인에 이르게 된 때의 견해가 헌법재판소 결정의 '주문'이 되는 것인데, 여기서 '6'이라는 숫자가 중요한 이유는 어떠한 법률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2항 제1호). 이번 낙태죄 사건의 경우, 신청인에게 가장 유리한 견해인 단순의견 3인에 그 다음으로 유리한 견해인 잠정적용 헌법불합치 의견 4인을 더하면 7인이 되므로, 재판관 6인에 이르게 된 때의 견해인 '잠정적용 헌법불합치'가 결정의 주문이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만일 단순위헌 2인, 헌법불합치 3인, 합헌 4인이라면 주문이 어떻게 될까요? 가장 유리한 의견 2인에 그 다음 유리한 의견인 3인을 더하더라도 5인이 되고, 여기에 그 다음 의견인 합헌을 더하게 되면, 결국 결론은 합헌이 되는 것입니다. 단순위헌 5인, 합헌 4인이라고 하더라도 결론은 같습니다. 실질적으로 위헌 의견의 숫자가 더 많더라도 결론은 합헌이 되는 것입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지요. 과거 낙태죄 처벌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2010헌바402 결정)은 4인 위헌 의견, 4인 합헌 의견이었는데, 위헌 의견이 6인에 이르지 못하여 결국 합헙으로 결정되었던 것입니다.


단순 과반수 방식이 아닌 이와 같은 헌법재판소의 주문 결정 방식은 다수의 의견이 사장되고 소수의 의견이 오히려 헌재의 공식의견이 되게 한다는 점에서 약간 불합리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국민에 의해 선출된 국민의 대표가 제정한 법률에 대해 국민에 의해 선출되지도 않은 헌법재판소가 보다 쉽게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언하는 것도 삼권분립 내지는 국회의 입법형성권 존중 차원에서 다소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주문 결정 방식은 위헌 결정이 보다 어렵고 신중하게 이루어지게 한다는 점에서 타당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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