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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변호사 May 01. 2019

005_자유한국당과 위헌정당해산

청와대 국민청원과 자유한국당 해산 

자유한국당 해산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에 참여하여 동의의 의사를 표시한 국민들의 숫자가 1,300,000을 넘어섰습니다(제가 이글을 쓰고 있는 2019. 4. 30. 22:13 현재 1,372,925명이며, 새로고침을 할 때마다 숫자는 놀라운 속도로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이 숫자는 단순한 기호가 아니라, 자유한국당의 해산을 진정으로 바라는 국민들의 열망과 의지와 관심의 크기를 보여줍니다. 아니나 다를까 자유한국당의 해산을 바라지 않거나 제 스스로 자유한국당과 동일시하거나 정체성을 공유하는 세력들이 이 숫자의 의미를 애써 외면하고 폄훼하려는 반동적인 시도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진실을 외면하는 자들의 지지받지 못하는 헛된 몸부림일 것입니다.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에 관한 기사를 처음 접했을 때, 저는 법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웠습니다.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민주주의 그 자체를 파괴하거나 자유의 이름으로 자유의 체계 그 자체를 말살하려는, 민주적·법치국가적 헌법질서의 적으로부터 민주주의를 방어하는 수단"이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 정당해산심판이라는 제도라는 것을 공부했으면서도, 자유한국당의 태도에 대해 정당해산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생각을 왜 하지 못했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자유한국당을 욕하면서도 저도 모르게 그 존재의 실체를 당연한 것으로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 사회를 몇 십 년간 지배해 온 양당체제에 길들여져, 그 양당 체제의 한 축인 자유한국당의 존재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지요. 이런 점에서 당연한 것을 의심하고,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합헌적·합법적이고 실효성이 높은 수단인 '정당해산심판'이라는 방법으로 자유한국당을 해산시키자는 청원을 하신 분은 정말 대단한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이미 정당해산심판이라는 제도에 의해 통합진보당이 해산되는 것을 경험하였습니다. 통합진보당 해산을 선고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타당하였는지 여부는 쉽게 말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어쨌든 우리는 통합진보당 해산을 통해서 정당해산심판이라는 제도가 단지 법전에 적혀 있는 글자가 아니라 실제로 정당을 해산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진 살아 있는 제도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 제도가 이번에도 멋진 생명력을 발휘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아래에서는 위헌정당강제해산의 절차와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정당해산결정이 이루어질 경우의 효과에 대해서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위헌정당해산의 법적 근거 


위헌정당해산의 실질적 요건과 절차적 요건을 규정하고 있는 법조항은 아래와 같습니다.

헌법
제8조
제4항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하여 해산된다.
제89조 
다음 사항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14. 정당해산의 제소
헌법재판소법
제55조(정당해산심판의 청구)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부는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제56조(청구서의 기재사항) 
정당해산심판의 청구서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적어야 한다. 
1. 해산을 요구하는 정당의 표시 
2. 청구 이유
제59조(결정의 효력) 
정당의 해산을 명하는 결정이 선고된 때에는 그 정당은 해산된다.

따라서 정당해산의 실질적 요건은 ①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②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어야 하며, 절차적 요건은 ① 정부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하고, ② 헌법재판소는 9인의 재판관 중 6인 이상의 찬성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하게 되는 것입니다.


2. 위헌정당해산의 실질적 요건


법률에 사용된 용어는 대체로 추상적이고 불확정적 개념이며, 이와 같은 용어들로 구성된 요건들도 당연히 추상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무엇인지,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에 대해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서 헌법재판소가 설시한 내용을 통해서 알아 보겠습니다. 


가.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

‘정당의 목적’이란, 어떤 정당이 추구하는 정치적 방향이나 지향점 혹은 현실 속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정치적 계획 등을 통칭한다. 이는 주로 정당의 공식적인 강령이나 당헌의 내용을 통해 드러나겠지만, 그밖에 정당대표나 주요 당직자 등의 공식적 발언, 정당의 기관지나 선전자료와 같은 간행물, 정당의 의사결정과정에서 일정한 영향력을 가지거나 정당의 이념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당원들의 행위 등도 정당의 목적을 파악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만약 정당의 진정한 목적이 숨겨진 상태라면 이 경우에는 강령 이외의 자료를 통해 진정한 목적을 파악해야 한다. 한편 ‘정당의 활동’이란, 정당 기관의 행위나 주요 정당관계자, 당원 등의 행위로서 그 정당에게 귀속시킬 수 있는 활동 일반을 의미한다.(헌법재판소 2014. 12. 19. 선고 2013헌다1 전원재판부) 

나.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는 것의 의미

헌법 제8조 제4항은 정당해산심판의 사유를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로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민주적 기본질서의 ‘위배’란,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단순한 위반이나 저촉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사회의 불가결한 요소인 정당의 존립을 제약해야 할 만큼 그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우리 사회의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하여 실질적인 해악을 끼칠 수 있는 구체적 위험성을 초래하는 경우를 가리킨다.(헌법재판소 2014. 12. 19. 선고 2013헌다1 전원재판부) 

다. 정당해산의 헌법적 정당화 사유로서 비례원칙의 준수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는 점이 인정된다고 해서 그러한 점만을 이유로 하여 헌법재판소가 곧바로 정당해산결정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만큼 정당을 해산한다는 것은 헌법상 핵심적인 정치적 기본권인 정당활동의 자유에 대한 근본적인 제한이기 때문입니다.

헌법 제8조 제4항의 명문규정상 요건이 구비된 경우에도 해당 정당의 위헌적 문제성을 해결할 수 있는 다른 대안적 수단이 없고, 정당해산결정을 통하여 얻을 수 있는 사회적 이익이 정당해산결정으로 인해 초래되는 정당활동 자유 제한으로 인한 불이익과 민주주의 사회에 대한 중대한 제약이라는 사회적 불이익을 초과할 수 있을 정도로 큰 경우에 한하여 정당해산결정이 헌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헌법재판소 2014. 12. 19. 선고 2013헌다1 전원재판부) 


3. 위헌정당해산의 절차적 요건


정부는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정부'가 누구를 가리키는지가 문제되는데, '대통령'을 의미한다는 데 대체적으로 견해가 일치합니다. 그래서 이번 자유한국당 정당해산심판 청구가 이루어질 것인지에 있어서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한 것입니다. 국무회의가 위헌정당해산제소를 의결하면 법무부장관이 정부를 대표해서 정당해산의 심판청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하게 됩니다. 며칠 전 박찬운 교수가 자유한국당 해산절차를 진행할 것을 촉구하면서 "황교안의 정당해산신청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조종을 울린 것이지만, 그대(박상기 현 법무부장관)의 정당해산신청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회복을 알리는 축포가 될 것이다"라고 한 것은 정당해산제소의 과정에서 법무부장관의 역할이 그만큼 크기 때문입니다(통합진보당 정당해산제소 당시 법무부장관이 자유한국당 현 대표인 황교안이었습니다). 정당해산심판의 심리는 구두변론에 의하며 변론은 공개합니다.


4. 위헌정당해산결정의 효과-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의 의원직도 상실될까?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해산결정에 의해서 자동으로 해산됩니다. 헌법재판소가 해산결정을 선고할 때 정당해산의 효력이 발생합니다. 그렇다면 정당이 해산될 경우 어떤 효과가 발생할까요? 우선 정당법에 규정되어 있는 정당해산결정의 효과에 대해서 살펴 보겠습니다.

정당법
제40조(대체정당의 금지) 
정당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해산된 때에는 해산된 정당의 강령(또는 기본정책)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으로 정당을 창당하지 못한다.
제41조(유사명칭 등의 사용금지) 
②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의하여 해산된 정당의 명칭과 같은 명칭은 정당의 명칭으로 다시 사용하지 못한다.
제48조(해산된 경우 등의 잔여재산 처분) 
②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처분되지 아니한 정당의 잔여재산 및 헌법재판소의 해산결정에 의하여 해산된 정당의 잔여재산은 국고에 귀속한다.

정당법에는 정당이 해산될 경우, 대체정당이 금지되고, 유사명칭을 사용할 수 없으며, 해산된 정당의 잔여재산은 국고로 귀속됨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효과는 부차적으로 느껴집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당에 소속된 국회의원들의 의원직이 상실되는지 여부입니다. 헌법재판소가 정당해산을 결정하였을 때, 그 정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신분이 상실되는 것인지 여부에 대해 명문의 규정이 없어서 이에 대해 정당이 해산되더라도 국회의원 자격은 유지된다는 견해와 자격이 상실된다는 견해가 대립하고 있었습니다. 자격이 상실된다는 견해도 다시 지역구 의원이든 비례대표의원이든 상관없이 모두 자격을 상실한다는 견해와 비례대표의원만이 자격을 상실한다는 견해로 나뉩니다. 사실 각각의 견해는 모두 어느 정도 타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이론적 논쟁을 우리 헌법재판소가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서 한 방에 아주 시원하게 해결해 주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해산결정으로 정당이 해산되는 경우에 그 정당 소속 국회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하는지에 대하여 명문의 규정은 없으나, 정당해산심판제도의 본질은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정당을 정치적 의사형성과정에서 배제함으로써 국민을 보호하는 데에 있는데 해산정당 소속 국회의원의 의원직을 상실시키지 않는 경우 정당해산결정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없게 되므로, 이러한 정당해산제도의 취지 등에 비추어 볼 때 헌법재판소의 정당해산결정이 있는 경우 그 정당 소속 국회의원의 의원직은 당선 방식을 불문하고 모두 상실되어야 한다.(헌법재판소 2014. 12. 19. 선고 2013헌다1 전원재판부) 


네 그렇습니다. 헌법재판소에 의해 정당해산이 결정되면, 그 정당에 소속된 국회의원은 당선 방식을 불문하고(즉 지역구 의원이든 비례대표 의원이든 상관없이!) 모두 국회의원 자격이 상실되는 것입니다!!! 정당해산결정이 무척이나 간절한 이유입니다. 이번 자유한국당 해산청원에 의해서 정부가 정당해산을 헌법재판소에 제소하고 헌법재판소가 정당해산결정을 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이 꿈같은 일이 현실화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이유입니다.




이 글을 마무리하는 2019. 5. 1. 00:03 현재 자유한국당 해산을 요구하는 청원인은 1,400,984명입니다. 그리고 당연히 앞으로 이 숫자는 더 늘 것입니다. 이 수많은 사람들의 간절한 열망이 모여서 꿈같은 일이 현실화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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