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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변호사 May 11. 2019

006_스승의 날과 김영란 법

스승의 날 선생님께 카네이션을 드려도 되는 것인가요?

스승의 날이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학창 시절 기억을 떠올려 보면, 스승의 날에는 대단한 선물은 아니더라도 카네이션 한 송이는 사서 등교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떤 해에는 엄마가 아침에 들려 주신 미역이나 멸치 또는 참기름을 가지고 갔던 적도 있었던 거 같습니다. 주는 사람이 어떤 부정한 기대를 할 만한 것도, 받는 사람이 윤리적 갈등을 일으킬 만한 것도 아닌, 소박한 감사의 표시였다고 생각합니다. 스승의 날의 의미를 변질시켜 사용한 사람들도 분명 있었겠지만, 제 기억에 대체로 많은 친구들이 선생님께 작은 마음의 표시를 했던 것 같습니다.


2016. 11. 30. '김영란 법'으로 더 잘 알려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약칭 : 청탁금지법, 이하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김영란 법'이라고 하겠습니다)이 시행되면서 스승의 날 풍경이 꽤 많은 변화를 겪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 변화는 대체로 선생님들이나 학생 또는 학부모들의 혼란으로 나타난 것 같고요. 시행된지 3년 정도가 되어 가지만, 여전히 스승의 날 카네이션을 드려도 되나요, 선생님에게 케이크를 드려도 되나요, 친구들과 돈을 모아 선생님께 작은 선물을 드려도 되나요 등의 질문을 꽤 많이 접하게 되는 것으로 보아, 여전히 온전하게 김영란 법이 이해되고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법은 항상 상식에 기초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법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이나 법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 법을 의식하지 않은 채 행동하더라도 법에 저촉되지 않을 때, 그 법이 좋은 법이고, 잘 만들어진 법일 것입니다. 상식을 벗어나지 않는 법이 좋은 법이기 때문입니다. 법이 사회적 합의라고 한다면, 사회적 합의는 너와 내가 가지고 있는 공통의 상식위에서만 온전히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영란 법은 좋은 법이고, 반드시 필요한 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스승의 날이 되면 김영란 법이 언급되는 것으로 보아 어떤 부분에서는 다소 상식에 벗어나는 내용이 있지 않나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상식을 벗어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법의 문구자체에 또는 법 해석상 뭔가 애매모호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김영란 법 시행 이후, 매년 스승의 날이 되면 뉴스에서 만날 수 있는 질문들과 제가 개인적으로 받았던 질문들을 중심으로, 김영란 법의 틀 안에서 스승의 날에 허용되는 행위들과 허용되기 어려운 행위들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선생님이 김영란 법의 적용을 받나요?


선생님은 당연히 김영란 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그래서 매년 스승의 날이 되면 김영란 법 얘기가 나오는 것이겠지요. 그래도 우선 선생님이 김영란 법의 적용을 받는 근거를 김영란 법에서 직접 확인해 보겠습니다.

제1조(목적)  
이 법은 공직자 등에 대한 부정청탁 및 공직자 등의 금품 등의 수수(收受)를 금지함으로써 공직자 등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공공기관"이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기관ㆍ단체를 말한다.  
라.「초ㆍ중등교육법」, 「고등교육법」, 「유아교육법」및 그 밖의 다른 법령에 따라 설치된 각급 학교 및 「사립학교법」에 따른 학교법인  
2. "공직자등"이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공직자 또는 공적 업무 종사자를 말한다. 
다. 제1호라목에 따른 각급 학교의 장과 교직원 및 학교법인의 임직원


2. 김영란 법 제8조에 대한 검토와 해석


김영란 법에서 가장 중요하고 자주 문제되는 조문은 제8조입니다. 스승의 날에 법적으로 허용되는 행위와 금지되는 행위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김영란 법 제8조에 대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여기서는 스승의 날과 관련하여 문제되는 내용만을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제8조(금품등의 수수 금지)
① 공직자등은 직무 관련 여부 및 기부ㆍ후원ㆍ증여 등 그 명목에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아니 된다.
② 공직자등은 직무와 관련하여 대가성 여부를 불문하고 제1항에서 정한 금액 이하의 금품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아니 된다.
③ 제10조의 외부강의등에 관한 사례금 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금품등의 경우에는 제1항 또는 제2항에서 수수를 금지하는 금품등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2.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ㆍ의례 또는 부조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ㆍ경조사비ㆍ선물 등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가액 범위 안의 금품등
8. 그 밖에 다른 법령ㆍ기준 또는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등
시행령(대통령령)
제17조(사교ㆍ의례 등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ㆍ경조사비 등의 가액 범위) 법 제8조 제3항 제2호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가액 범위"란 별표1에 따른 금액을 말한다.
[별표1] 음식물ㆍ경조사비ㆍ선물 등의 가액 범위(시행령 제17조 관련)
1. 음식물(제공자와 공직자 등이 함께 하는 식사, 다과, 주류, 음료,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것을 말한다): 3만원
2. 경조사비: 축의금·조의금은 5만원. 다만,  축의금·조의금을 대신하는 화환·조화는 10만원으로 한다.
3. 선물: 금전, 유가증권, 제1호의 음식물 및 제2호의 경조사비를 제외한 일체의 물품,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것은 5만원


1) 1항은 간단합니다. 직무관련성 여부나 명목을 불문하고, 공직자 등은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 300만원을 초과하여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하거나 약속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돈 많은 사람들이라면, 1회 100만원도 우스운 금액일 수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스승의 날과는 관련이 적은 조문일 것입니다.


2) 2항에서는 직무관련성이 인정된다면, 제1항에서 정한 금액 이하라도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즉 1항에서는 직무관련성이 없다면 100만원 이하는 받을 수 있다는 것이나, 2항에서는 직무관련성이라는 요건을 추가하여 직무관련성이 인정될 경우 절대로 금품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을 규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 직무관련성만 인정되면 금품 수수 등이 금지되는 것이지 대가성까지 인정될 필요는 없습니다. (만일 직무관련성도 있고, 대가성도 있는데 금품을 수수한 경우라면 이는 형법상 '뇌물죄'가 되는 것입니다. 애초 김영란법의 입법 취지가 대가성에 대한 입증 곤란으로 뇌물죄로 처벌하기 어려운 행위들을 규제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제2항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바로 '직무관련성'인데, 직무관련성의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직무수행의 공정성을 의심받게 하는 금품 등의 수수를 금지하고 있는 입법취지에 비추어 형법상 뇌물죄의 직무관련성과 같은 의미로서, 김영란 법상 직무는 '공직자 등이 그 지위에 수반하여 취급하는 일체의 사무'를 의미하는데, "법령상 관장하는 직무 그 자체뿐만 아니라 그 직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행위 또는 관례상·사실상소관하는 직무행위 및 결정권자를 보좌하거나 영향을 줄 수 있는 직무행위도 포함(대법원 99도5753 판결)"된다.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해설집』, 국민권익위원회, 2017, 125쪽.


결국 '직무'란, ① 일반적 권한에 속하는 직무(ⓐ 법령상 관장하는 직무, ⓑ 사실상·관례상 처리하는 직무, ⓒ 결정권자를 보좌하거나 영행을 줄 수 있는 직무행위)와 ② 직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직무행위(ⓐ 당해 공직자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지 않더라도 그 직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직무행위로서 지위를 이용하거나 직무에 따른 세력을 기초로 직무의 공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행위, ⓑ 일반적 권한에 속하는 직무는 아니지만 소관 사무에 관해 사실상 의견이 존중되고 결정권자의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경우)를 의미합니다(위 해설집 127-128쪽 참조).


3) 3항에서는 1항과 2항의 금지에 대한 예외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제2항에서 직무관련성이 인정된다면 금품 등 수수를 전면 금지하였는데, 제3항의 규정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ㆍ의례 또는 부조의 목적'이거나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경우'라면 일정 금액 이하의 음식물이나 선물의 제공이 가능하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원칙적 금지와 예외적 허용을 정하고 있는 법조문의 체계적 해석 상 이렇게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따라서 원활한 직무수행을 위한 것인지 사교나 의례의 목적인 것인지 등을 판단할 때는(즉 제3호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는) 직무관련성이 인정되는지 여부나 직무의 공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여부 등은 따지지 말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건 순전히 제 생각일 뿐이고, 제3호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도 직무관련성과 직무수행의 공정성을 판단하여 만일 직무관련성이 인정된다면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 의례의 목적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3. 스승의 날과 김영란 법-구체적 사례


1) 스승의 날 담임선생님께 카네이션을 드리는 것이 가능한가요?

->가능합니다. 다만 학생 대표 등이 공개적으로(공개적인 장소에서) 제공하는 경우만 가능합니다. 여기서 '학생대표'는 담임 교사에 대해서는 학급 회장을, 동아리 담당 교사의 경우 동아리 대표를 의미하고, '공개적인 장소'는 불특정 다수가 있는 장소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제8조 제3항 제8호에서 정하고 있는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2) 스승의 날 학급 학생들이 돈을 모아 선생님께 5만원 이하의 선물을 하거나 3만원 이하의 케이크 등 음식물을 드릴 수 있나요?

->안 됩니다. 학생에 대한 평가 및 지도를 상시적으로 담당하는 담임교사 및 교과담당교사와 학생 사이의 선물은 비록 5만원 이하라도 원활한 직무수행, 사교, 의례의 목적이 인정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허용되지 않습니다. 또한 케이크나 (소액이라고 하더라도) 기프티콘 등도 같은 이유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3) 졸업 이후나 학년이 바뀌고 난 뒤에는 스승의 날 선물하는 것이 가능한가요?

->가능합니다. 현재는 지도·평가·감독 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전 학년 담임선생님이 진급한 이후에도 해당 학생에 대한 평가나 지도를 하고 있다면, 그 경우에는 사교나 의례 목적을 벗어나므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4) 스승의 날 손편지나 카드 선물은 가능한가요?

->이에 대해선 명확한 답이 없는 상황이지만, 권익위 관계자는 “편지와 카드도 비싼 것을 고르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며 “얼마짜리는 되고, 얼마짜리는 안 된다고 일일이 규정을 하기보다는 ‘학생대표 등의 공개적 카네이션 선물만 가능하다’는 원칙이 자리 잡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5) 스승의 날 노래를 불러드려도 되나요?

->네, 됩니다. 학생들이 스승의 날 교무실이나 교실에서 선생님에게 노래를 불러드리는 것은 법 위반이 아닙니다(무슨 황당한 질문인가 싶기도 하지만, 실제로 이런 질문들도 있다고 합니다).  


6) 유치원 선생님도 김영란 법의 적용 대상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유치원도 김영란 법 제2조 제1호 라목에 따른 각급 학교로서 '공공기관'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유치원 선생님과 같은 유치원의 교직원도 김영란 법 제2조 제2호 다목에서 정하고 있는 '공직자'에 해당하여 김영란 법의 적용대상입니다.


7) 어린이집 교사도 김영란 법의 적용 대상인가요?

->어린이집 교사의 경우 김영란 법의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구립 어린이집이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어린이집 원장의 경우 김영란 법 제11조 제1항 제2호에서 정하고 있는 '법령에 따라 공공기관의 권한을 위임ㆍ위탁받은 법인ㆍ단체 또는 그 기관이나 개인' 즉 공무수행사인에 해당하여 김영란 법의 적용 대상이 됩니다. 어린이집 교사가 김영란 법의 적용에서 제외됨에 따라 한때 어린이집 교사도 김영란 법의 적용대상으로 포함시켜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제기된 적도 있었습니다.




김영란 법의 취지에는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김영란 법은 좋은 법입니다. 김영란 법으로 인한 혼란은 오래된 관습이나 의례와 이상적인 법이념 간의 괴리로 보입니다. 다만 김영란 법의 어떤 부분의 해석이나 적용에 있어서는 국민들의 상식이나 법감정에 비추어 볼 때 과연 타당한 것인지하는 약간의 의문은 있습니다. 그렇다고 김영란 법 전체를 부정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김영란 법은 공정하고 깨끗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의지와 노력의 결실입니다. 김영란 법은 이제 시행 3년차에 접어 든 어린아이입니다. 그 취지가 좋은 법인만큼, 잘 클 수 있도록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참고자료>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해설집, 국민권익위원회, 2017

-청탁금지법 주요판례집, 국민권익위원회, 2019

-새내기 학부모가 궁금해 하는 청탁금지법, 국민권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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