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와 사전검열의 위헌성
저는 지난 4월에 유튜버 밴쯔님(이하, 존칭은 생략합니다)이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면서 '심의를 받지 않은 광고'를 한 혐의로 기소되어 형사재판 중이라는 기사를 접하고 <유튜버 밴쯔와 위헌법률심판(1)-표현의 자유와 사전검열의 위헌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브런치에 게시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밴쯔 사건을 담당한 재판부는 '(사전)심의 받지 아니하고 건강기능식품 광고를 한 행위'를 처벌하는 건강기능식품법 관련 조항의 위헌성에 대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법률심판이 진행 중이므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지켜보고 선고를 하기 위해 공판을 연기하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그 때 저는 ①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에서 건강기능식품 광고에 대해 사전심의를 받도록 하고 있는 법률 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여 위헌인지 여부와 ② 이미 2018년 6월 28일에 건강기능식품법의 사전심의가 헌법에서 금지하는 사전검열에 해당하여 위헌이라는 결정이 선고되어 있었음에도 밴쯔가 재판을 받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 살펴보겠다고 하고 글을 맺었습니다.
그런데 마침내 2019. 5. 30. 밴쯔 사건에 적용되는 법률 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2019헌가4 결정)이 선고되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헌법재판소는 헌재 2018. 6. 28. 2016헌가8등 결정에서 밝힌 바와 동일한 이유로 "사전심의를 받지 아니한" 건강기능식품 광고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건강기능식품법 조항은 헌법이 금지하는 사전검열에 해당하여 위헌이라고 결정하였습니다. 이에 위 ①번 질문과 ②번 질문에 대해 아래에서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위헌법률심판의 대상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건에 비추어 볼 때 '재판의 전제성'이 있는 부분으로 명확하게 특정되고 제한되어야 합니다. 위헌여부가 문제되는 법률에 재판의 전제성이 있다는 말은 "그 법률이 위헌인지 여부에 따라 재판의 결과가 달라진다"는 의미입니다.
2018년 6월 28일에 있었던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심의받은 내용과 다른 내용의 광고'를 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에 관하였던 것인 반면, 밴쯔 사건에 적용되는 법률 조항은 '심의를 받지 아니한 광고'를 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이었습니다. 즉 밴쯔 사건의 경우 건강기능식품법 상 '심의받은 내용과 다른 내용의 광고'를 규제하는 부분은 재판의 전제성이 없는 것이고, '심의를 받지 아니한 광고'를 규제하는 부분이 재판의 전제성이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비록 2018년 6월 28일에 헌법재판소가 건강기능식품법 상 '심의받은 내용과 다른 내용의 광고'를 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이 헌법이 금지하는 사전검열에 해당하여 위헌이라는 결정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밴쯔 사건에 적용되는 '심의를 받지 아니한 광고'를 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에 대해서는 위헌이라는 판단에 이루어진 바가 없으므로, 밴쯔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었던 것이고, 밴쯔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부는 '심의를 받지 아니한 광고'를 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의 위헌 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려 판결을 선고하기 위해서 공판을 연기하였던 것입니다.
가. 상업광고가 표현의 자유에 의하여 보호되는지 여부
어떠한 행위를 규제하는 법률이 위헌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우선 규제의 대상이 되는 행위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의 보호 영역에 속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간통 행위를 처벌하는 형법 규정이 위헌이라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간통 행위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의 보호 영역에 속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일단 기본권의 보호 영역에 속해 있어야 그 행위에 대한 제한이 있는지, 나아가 그 제한의 정도가 지나치게 심하여 침해하는 정도에 이르렀는지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간통 행위는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라는 기본권의 보호 영역에 포함되는 행위이고, 여러 차례 합헌 결정 끝에 이와 같은 기본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라는 결정이 선고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심의를 받지 아니한 광고'를 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이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우선 상업광고가 '표현의 자유'의 보호영역에 속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학설 상으로는 견해의 대립이 있지만, 우리 헌법재판소는 "광고물도 사상, 지식, 정보 등을 불특정 다수인에게 전파하는 것으로서 언론˙출판의 자유에 의한 보호를 받는 대상이 됨은 물론이다"라고 하여 상업광고도 표현의 자유의 보호영역에 속해 있음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나. 사전검열의 위헌성
헌법 제21조 제2항은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은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검열은 그 명칭이나 형식과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행정권이 주체가 되어 사상이나 의견 등이 발표되기 이전에 예방적 조치로서 그 내용을 심사, 선별하여 발표를 사전에 억제하는, 즉 허가받지 아니한 것의 발표를 금지하는 제도를 뜻하고, 이러한 사전검열은 법률에 의하더라도 불가능한 것입니다. 즉 사전검열금지원칙이 모든 형태의 사전적인 규제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고, 의사표현의 발표 여부가 오로지 행정권의 허가에 달려있는 사전심사만을 금지합니다.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헌법재판소가 제시하는 사전검열에 해당되는 사전심사의 요건을 정리하여 보면, ① 일반적으로 허가를 받기 위한 표현물의 제출의무가 존재할 것, ② 행정권이 주체가 된 사전심사절차가 존재할 것, ③ 허가를 받지 아니한 의사표현을 금지할 것, ④ 심사절차를 관철할 수 있는 강제수단이 존재할 것입니다. 어떠한 사전적 규제가 이와 요건을 모두 갖추어 사전 검열에 해당한다면, 이러한 사전적 규제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여 위헌에 해당합니다.
다. 밴쯔 사건의 경우
밴쯔 사건에 적용되는 '심의를 받지 아니한 광고'를 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은 ① 건강기능식품의 광고를 하려는 자에게 사전에 해당 기능성 광고 내용을 심의기관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고, ② 비록 형식상으로는 민간 단체인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가 사전심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행정기관인 식약처장이 심의 업무의 주체로서 사전심의에 행정권이 전면적으로 개입할 수 있으며, ③ 사전심의를 받지 아니한 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며, ④ 심의를 받지 않고 광고를 할 경우 형사처벌까지 될 수 있는 강제수단을 두고 있으므로, 이는 명백히 헌법이 금지하는 사전 검열에 해당하고, 따라서 이 규정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판단입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자유롭게 발표하고 토론하고 교환할 수 있어야 민주주의가 가능합니다. 민주주의는 '사상의 자유시장'이라는 토대 위에서만 꽃필 수 있습니다. "나는 당신이 쓴 글을 혐오한다. 그러나 당신의 생각을 표현할 권리를 보장해주기 위해 나는 기꺼이 죽을 준비가 되어 있다"(볼테르)라는 말이나, "사상의 자유로운 거래야말로 궁극의 선이라는 염원에 보다 잘 도달할 수 있는 길"(미국의 홈스 대법관)이라는 말은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을 잘 보여줍니다. 표현의 자유라고해서 무제한적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사전검열만큼은 절대적으로 인정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가 행하는 기능성 광고 사전심의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2006헌바75 결정을 변경하여 위헌 결정을 한 2016헌가8등 결정과 동 결정의 결론과 취지를 재확인한 이번 2019헌가4 결정은 타당하다고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