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벤 그리고 런던아이
트라팔가 광장을 등지고 서서 회전교차로로 내려 와서 남쪽으로 계속 걸어 갔다. 호스 가드 퍼레이드, 다우닝가 10번지를 지나 조금 더 걸어가면 교차로가 나오고 거기서 좌측으로 돌면, 파리에서 에펠탑이, 피렌체에서 두오모 대성당이, 바르셀로나에서 사그라다 파밀리아(성가족성당)가 그러했듯이, 빅벤이, 런던을 상징하는 건축물 중 으뜸이라 할 저 유명한 시계탑이 불쑥 모습을 드러낸다. 트라팔가 광장에서부터 이곳으로 가면, 이쯤 가면,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빅벤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약간은 떨리는 기분으로 마음의 준비를 한 채 다가간 것이지만, 막상 빅벤을 직접 마주하자 뭔가 무방비 상태로 갑작스럽게 당한 기분이 든다. 그렇게 빅벤은 훅- 마음속으로 치고 들어 왔던 것이다. 우리는 말 그대로 잠시 넋을 놓고 (아마도 입도 벌린 채) 빅벤을 쳐다 보고 있었다. 인파에 떠밀려 웨스트민스터 브리지로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시선은 빅벤에 계속 고정된 상태였다.
웨스트민스터브리지를 건너 퀸스워크를 따라 걸으며 런던아이와 주빌리 가든을 지나쳐 골든 주빌리 브리지에 올라갔다. 빅벤은 어디에서 보더라도 빼어나다. 그러나 빅벤은 골든 주빌리 브리지 위에 선 사람들에게 최고의 자태를 드러낸다. 빅벤, 탬즈강, 런던아이가 한 눈에 들어오니 말이다. 구글에서 '골든 주빌리 브리지'를 검색해 보면 관련 리뷰에 누군가가 "이 다리에서 런던아이와 빅벤 방향을 보는 것이 승리자ㅎ"라는 리뷰를 남겨 놓았는데, 단박에 공감이 되는 얘기였다.
12월 런던의 강바람은 해가 지면서 점점 차가워졌지만, 우리는 이곳을 떠나지 못한 채 다리 위에서 한참 동안 빅벤과 탬즈강을 바라보았다. 이곳에 오기 위해서 몇 년간 그 고생을 했구나, 고생한 보람이 있구나, 이 풍경을 보았으니 이제 여행은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아주 잠시 동안 했다(그런데 사실 멋진 풍경을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을 잠깐 했고, 유럽에는 이만큼 멋진 곳이 여기저기 많았으니, 여행은 계속 되었고,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ㅎㅎ).
ThWorld War IIe Women of World War I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