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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변호사 Apr 02. 2019

끝, 그리고 출발 (5)

빅벤 그리고 런던아이

트라팔가 광장을 등지고 서서 회전교차로로 내려 와서 남쪽으로 계속 걸어 갔다. 호스 가드 퍼레이드, 다우닝가 10번지를 지나 조금 더 걸어가면 교차로가 나오고 거기서 좌측으로 돌면, 파리에서 에펠탑이, 피렌체에서 두오모 대성당이, 바르셀로나에서 사그라다 파밀리아(성가족성당)가 그러했듯이, 빅벤이, 런던을 상징하는 건축물 중 으뜸이라 할 저 유명한 시계탑이 불쑥 모습을 드러낸다. 트라팔가 광장에서부터 이곳으로 가면, 이쯤 가면,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빅벤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약간은 떨리는 기분으로 마음의 준비를 한 채 다가간 것이지만, 막상 빅벤을 직접 마주하자 뭔가 무방비 상태로 갑작스럽게 당한 기분이 든다. 그렇게 빅벤은 훅- 마음속으로 치고 들어 왔던 것이다. 우리는 말 그대로 잠시 넋을 놓고 (아마도 입도 벌린 채) 빅벤을 쳐다 보고 있었다. 인파에 떠밀려 웨스트민스터 브리지로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시선은 빅벤에 계속 고정된 상태였다. 

[골든 주빌리 브리지 위에서 바라 본 오후 3시 30분경의 빅벤]

웨스트민스터브리지를 건너 퀸스워크를 따라 걸으며 런던아이와 주빌리 가든을 지나쳐 골든 주빌리 브리지에 올라갔다. 빅벤은 어디에서 보더라도 빼어나다. 그러나 빅벤은 골든 주빌리 브리지 위에 선 사람들에게 최고의 자태를 드러낸다. 빅벤, 탬즈강, 런던아이가 한 눈에 들어오니 말이다. 구글에서 '골든 주빌리 브리지'를 검색해 보면 관련 리뷰에 누군가가 "이 다리에서 런던아이와 빅벤 방향을 보는 것이 승리자ㅎ"라는 리뷰를 남겨 놓았는데, 단박에 공감이 되는 얘기였다.

[어느새 탬즈강에 달이 떴고, 빅벤과 런던아이에 불이 켜졌다]
[골든 주빌리 브리지 위에서 바라 본 빅벤과 런던아이]

12월 런던의 강바람은 해가 지면서 점점 차가워졌지만, 우리는 이곳을 떠나지 못한 채 다리 위에서 한참 동안 빅벤과 탬즈강을 바라보았다. 이곳에 오기 위해서 몇 년간 그 고생을 했구나, 고생한 보람이 있구나, 이 풍경을 보았으니 이제 여행은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아주 잠시 동안 했다(그런데 사실 멋진 풍경을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을 잠깐 했고, 유럽에는 이만큼 멋진 곳이 여기저기 많았으니, 여행은 계속 되었고,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ㅎㅎ).

ThWorld War IIe Women of World War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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