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팔가 광장
2014년 12월 25일. 트라팔가 광장. Trafalgar square.
우리에게 트라팔가 광장은 런던이었고, 런던은 트라팔가 광장이었다.
아니 어쩌면, 유럽을 처음 간 우리에게 트라팔가 광장은 유럽이었고, 유럽은 트라팔가 광장이었다.
히드로 공항에 내리는 순간부터 모든 것이 낯설고, 신기하고, 새로웠지만, 트라팔가 광장에 온 순간, 우리는 비로소 우리나라를 떠나 외국에, 유럽에 왔다는 실감이 들었다.
그리하여 런던에 머무는 일주일 간, 하루의 시작도 끝도 트라팔가 광장이었다. 이건 상징적인 표현이 아니다. 실제로 매일 아침 일어나면 일단 트라팔가 광장으로 가서 하루를 시작했고, 그 날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기 전에는 반드시 트라팔가 광장에 들러서 잠깐이라도 시간을 보내고 왔으니 말이다.
트라팔가 광장의 어떤 점이 그리도 좋았는가,라고 여러 차례 자문해 보았고, 아직 뚜렷한 답은 찾지 못했으나, 이곳이 '광장'이라는 점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유럽에 광장이 '트라팔가 광장'만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유독 트라팔가 광장이 좋은가? 짧게 이야기하기는 어려운 문제다...
광장 중앙에 세워진 크라스마스 트리가 오늘이 크리스마스임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런더너들이 떠난 런던의 광장을 외국인 관광객들이 채우고 있다. 사진으로는 잘 느껴지지 않지만, 이 날 광장에는 흥겨움이 가득했다.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내기 위해 런던으로 놀러온 사람들이니 어찌 즐겁지 않겠는가! 광장의 크리스마스 트리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영국이 노르웨이를 도와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노르웨이에서 매년 영국에 보내는 선물이라고 한다. (부당한 요구를 하지 않는 동맹에게는 이 정도 감사의 표시는 당연히 기꺼운 마음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부당한 요구를 하는 경우라면 얘기는 다르겠지만.)
흥겨움(위에서 말한 광장을 가득 메운 바로 그 흥겨움!)에 취한 아이들이 트라팔가 광장의 사자 등에 올라타고, 가슴팍에 안기고...아이들은 즐겁다.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도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