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헤미안 랩소디-프레디를 회상하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

by 글쓰는 변호사

#프레디를 만나다

프레디 머큐리를 알게 된 것은 1991년 4월이었다. 그 해 나는 서울로 전학을 와서 형, 누나와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하고 있었다. 사춘기 소년은 낯선 동네, 낯선 학교, 낯선 친구들이 힘들었다. 엄마와 옛 친구들이 그리웠지만, 너무 멀리 있었다. 눈물을 꾹 참고 <성문종합영어>와 <수학의 정석>을 벗삼아 하루하루 버티고 있던 어느 날 저녁, 과외를 마치고 집에 돌아 온 대학생 형의 손에는 오디오와 CD가 들려 있었다. 오디오를 설치하고 CD를 넣는다. 플레이 버튼이 잠시 깜빡이더니 "This is called don't stop me now"라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와 관중들의 함성이 들린다. 앞으로 30년 가까이 듣게 될 퀸의 <Live killers> 앨범이었다. 첫 곡은 <Don't stop me now>. 다음 곡으로 넘어가지를 못하고 몇 번을 돌려들었는지. 막힌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았고, 알 수 없는 희열이 느껴졌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고, 피가 끓었다. 로저 테일러의 드럼은 오디오를 놓은 책장 선반에 진동을 주어 CD가 몇 번인가 튀기도 했다. 그렇게 사춘기 소년과 뒤늦게 사춘기를 앓고 있던 대학생 형은 퀸의 노래를 듣게 되었다. 프레디 머큐리를 만난 순간이었다.


그 해 11월 프레디 머큐리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에이즈 합병증으로 인한 폐렴으로 사망한 것이다. 사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 당시 프레디 머큐리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한 뚜렷한 기억이 없다. 아마도 보수적인 대한민국에서 진실보도에 태만한 언론이 에이즈로 사망한 가수의 소식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탓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그렇게 만나자마자 프레디와 이별을 하게 되었지만, 그의 음악은 늘 곁에 있었다. 너바나, 오아시스, 라디오헤드, 킨, 콜드플레이 등의 음악을 주로 들을 때도 퀸의 음악은 늘 나를 떠나지 않았다. 퀸의 음악은 (그때가 어느 때인지는 모르겠지만) 인생의 어느 때인가는 갑자기 한 번씩 생각이 나고, 그래서 반드시 한 번씩은 꼭 듣게 된다. 그렇게 30년 가까운 시간을 프레디 머큐리와 함께 했다.


#극장에서 보지 않은 이유

2018년 <보헤미안 랩소디>가 극장에서 개봉했을 때,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그러나 나는 끝내 극장에 가서 보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과 같이 보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남들과 공개적으로 나누기가 싫었다. 사랑이란 독점아닌가? 온갖 말로 변명을 하고, 성숙한 척 해도 다 소용없는 짓이다. 결국 사랑은 독점이다. 심지어 이 영화를 통해 프레디 머큐리와 퀸을 처음 알게 된 사람도 있었다. 오 마이 갓! 그런 사람들과 한 공간에서 퀸의 음악을 듣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영화가 흥행을 하면서 'sing along' 상영도 하고, 거기에 사람들이 열광한다는 소식도 있었고, 몇몇 연예인들이 프레디 흉내를 내면서 우스꽝스러운 짓거리를 하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짜증이 났고, 우스꽝스러웠다.


얼마나 유치한 생각인지 잘 알고 있다.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는 얼마나 한심한가. 내가 무슨 프레디 친구도 가족도 아니고, 일면식도 없고, 그렇다고 프레디에 대한 무슨 대단히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는 것도 아니고, 퀸의 CD를 다 소유하고 있는 광적인 열성팬도 아니면서 저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 정말 유치하고 한심하고 어이가 없었다. 그런데 어쩌랴. 머리로는 알면서도 마음 속으로는 저 생각이 달라지지 않았다. 나는 끝내 극장에 가지 않았고, 집에서 혼자 방문을 닫고 영화를 보았다. 큰 화면과 좋은 음향시설로 영화를 보지 못한 것에는 약간의 후회가 남지만, 그래도 역시 혼자보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는 꽤 훌륭했다.


#프레디가 말하는 예술

영화에서 퀸을 만난 엘튼존의 매니저는 퀸이 다른 록밴드 지망생과 다른 점이 뭐냐고 묻는다. 프레디는 "우린 부적응자들을 위해 연주하는 부적응자들이죠. 세상에서 외면당하고, 마음 쉴 곳 없는 사람들. 우린 그들을 위한 밴드예요."라고 말한다. 프레디 자신이 인종적, 성적으로 소수자였던만큼, 어쩌면 그의 시선이, 그의 음악적 지향이 소수자들에게 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지치고 힘든 자들의 마음을 다독이고, 상처를 보듬는 것, 그것이 진짜 예술이겠지. 프레디는 갔지만, 수많은 Sammy(퀸의 노래 <Spread your wings>에 등장하는 인물. 술집에서 일하는 Sammy는 사장에게 늘 무시당하고 폭언을 듣는다. 무력한 Sammy는 우울했고, TV를 보는 것 외에는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들에게, 우리들에게 그리고 나에게 퀸의 노래는 영원히 살아 남을 것이다.



Spread your wings and fly away fly away far away
Spread your little wings and fly away
Fly away far away
Pull yourself together
'Cos you know you should do better
That's because you're a free 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