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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변호사 Jan 01. 2024

Annie Ernaux

아니에르노/정혜용/사람의집


2022년 아니에르노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기대어 얄팍한 재미를 보려는 목적으로 나온 책인 것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박하게 평가하기에는 책 내용이 상당히 좋다. 아니에르노 글쓰기의 기원과 비밀을 작가가 직접 얘기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글은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한 얘기이다. 글쓰기는 자기 탐색이다. 자신이 살아 내왔던 시간과 공간, 거쳐왔던 장소와 사람들에 대한 고백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철저하고 솔직한 해부이다. 좋은 글쓰기의 끝에서 만나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이다.


하지만 솔직함만으로 좋은 글이 되지는 않는다. 종종 진솔한 자기 고백으로 포장되는 글은 사실 감정과잉이나 자기 미화로 얼룩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글은 글 쓰는 사람과는 분리되는 형식이고, 객관화된 구성물이다. 자신을 탐색한다는 것은 자신을 만들어낸 사회적, 물적 조건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는 의미이다. 그 과정에서 글은 필연적으로 글 쓰는 이가 처해 있는 혹은 처해 있었던 조건이나 환경과 불협화음을 일으킨다. 사회적 현실에 균열을 일으키는 것이다. 여러 작가가 저마다 균열을 일으킬 때 문제적 현실은 조금씩 변화한다.


아니 에르노의 책은 부르디외에 대한 공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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