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입장에서 펀딩까지의 순간을 기록했습니다.
우리는 그 질문 앞에 자주 자신을 놓아두곤 합니다, 한없이 작아지는 기분을 느끼면서 말이죠. 뭔가 하기는 해야 겠는데 새로운 시작도 쉽지 않습니다. 너무 막연하니까요.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게 뭔지 모르겠으니까요. 이럴 때 필요한 건 뭐다? 정리다.
저는 그 정리를 도와주는 책을 알고 있습니다. 함께 일하는 인숙쌤과 반년간의 작업 끝에 만들어냈거든요.
https://tumblbug.com/0f96b064-aa3b-4044-8a4d-7994d8ea0546
[뭐해먹고살지]는 정리를 도와주는 책입니다. 시작점에 서서 방향을 조준하고 나아갈 수 있게 해주죠. 물론 실행은 본인의 몫이지만, 딱 그 전까지는 해줍니다. 한 발 떼기 전까지.
저는 '뭐해먹고살지?'라는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대학교 2학년쯤 휴학하고 인숙쌤을 찾아갔습니다. 드림브랜딩이라는 수업을 들었어요. 그리고 계속 고민이 되는 일이 있을 때마다 인숙쌤을 찾아갔죠. 대학교 4학년 졸업하고 언론고시 때려친 후에 리브랜딩을 받고 프리랜서 에디터가 되었습니다. 한 2년차 되었던 어느 겨울(2019년 11월인가?) 드림브랜딩 수업을 '뭐해먹고살지'라는 이름의 책으로 만들기 시작했죠. 저는 일러스트, 인디자인을 다룰 수 있었고 독립출판을 해 봤으며, 인숙쌤은 책을 내고 싶어하셨고, 컨텐츠가 가득 있었거든요.
반 년 전 작업을 시작해 일요일에 올린 펀딩이 벌써 300%를 돌파했습니다. 편집자로서의 첫 발걸음을 인숙쌤과 함께 하는 것도 참 좋지만... 이렇게 성과가 눈에 보이니 더 기분이 좋습니다. 반년의 노력이 의미가 있었단 생각이 듭니다. 그런 만큼 제가 무엇을 했는지를 정리해 두는 것도 좋겠죠. 원고부터 펀딩까지 무엇을 했는지!
1. 원고를 받아서 읽어본다.
2. 이 원고가 책이 되면 독자는 누구인지, 어떻게 팔지, 어떻게 생겼을지를 생각해본다.
3. 책이 되면 좋을 것 같아서 맡겠다고 말하고
4.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전체적인 출판의 기획을 짠다.
5. 원고의 챕터를 나누고 목차를 구성한다.
6. 원고 내용을 교정, 교열, 윤문한다.
7. 뽑아서 다시 본다.
원고가 되었다면 다음은 디자인 단입니다. 사실 디자이너에게 맡기자는 이야기도 잠깐 했는데, 결국엔 제가 했어요. 사양 자체도 안 높고 일단 만들어서 좋은 반응이면 그때 더 잘 뽑아보자고 인숙쌤이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럼 일단은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드리고 그때 디자이너에게 맡길지 말지 생각해도 될 것 같았어요. 어쨌든 이렇게 제게는 포트폴리오가 생겼습니다. 야호.
1. 내지 디자인 레이아웃 짜고(워크북은 교안 디자인을 짜고...)
2. 인디자인에 원고 얹고
3. 읽는데 방해되지 않게 외줄 수정 하고
4. 표지 디자인 하고 제안드리고 선택하고
5. 뽑아보고 수정하고
6. 종이 정하고
사실 말로하면 굉장히 간단합니다. 우리가 말로 책을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 뒤에 간단한 가제본을 만들고요. 텀블벅단으로 들어갑니다. 텀블벅은 준비물이 좀 많습니다.
가제본 책, 펀딩 제목, 메인 카피, 서브 홍보 카피들,
책 소개글, 작가 소개글, 후기, 내지 이미지, 구성 이미지 등등...
저는 텀블벅을 한 번 해봐서 대략은 알고 있었고, 일단 이것들이 다 필요하다고 노션에 정리를 해서 저자분(인숙쌤)이 주실 수 있는 건 다 받았습니다. 저는 저대로 텀블벅을 분석하며 이미지를 만들고 카피 짜고 있었습니다.
사실 상세페이지 일러스트는 그린게 아니고 사진을 하나 구해서 펜으로 딴 겁니다. 무에서 유는 너무 어렵습니다.
뭐 이런 이미지들을 만듭니다. 꽤 긴 시간이었지만 텀블벅이 안 될 거란 생각은 요만큼도 안 하고 있어서 심적 부담도는 상당히 적었습니다(킄킄 인숙쌤 최고). 이렇게 차근차근 모든 준비물이 갖춰지면 텀블벅에 랜딩페이지를 완성하기 시작합니다. 다만 텀블벅은 서식이 적은 듯 하면서도 숨겨진 게 많아요.
보시면 회색으로 된 사진상 제일 큰 글씨가 있는데 이 서식의 이름은 '중간제목'입니다. '큰 제목'이라는 서식은 정말 너무 크고 진하고 두껍거든요. 분위기에 맞게 서식을 선택하는 게 좋겠죠. 그리고 붉은 색 하이라이트는 U 인가, 그 왜 밑줄 서식 있죠? 그걸 눌러야 나옵니다. 뭐 그런 식으로... 쓰다보면서 알게 되는 서식들이 많습니다. 인용구 서식도 그렇고. 큰 따옴표 처럼 생긴 버튼도 있는데 누르면 명조체가 나옵니다.
그리하여 펀딩글을 올리고 검수를 받습니다. 사실 중간에 블로그 처럼
이렇게 끊어서 썼다가 한 번 반려 되었습니다.
끊어서 쓰면 모바일 가독성이 나빠지거든요.
줄글로 쓰면 그냥 화면에 맞춰서 끊어지지만, 끊어서 쓰면 이런식으로
문장 흐름이 끊기는 것 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음 일단 이정도를 풀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일을 계기로, '나는 앞으로도 콘텐츠를 만들거야!' 라는 생각을 했답니다. 꽤 길었던 시간이었지만 이젠 정말 제 이름 달고 결과물로 나오는 일이 좋더라고요. 그게 글이든 글이 아니었든. 다음에는 제 책을 펀딩할까 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렇게 드라마틱 하진 않을테지만, 세 번째는 더 잘 할 것 같기도 하고요. 히히 괜히 용기가 났습니다.
사실 아직도 다 끝난게 아닙니다. 교정, 교열, 윤문은 더 할 수 있고, 판형을 바꿔서 가제본도 한 번 더 떠야 합니다. 표지는 아트지에서 랑데뷰지로 사양도 올리려고 하고 있어요. 포장도 고민이죠. 사실 텀블벅은 포장과 배송까지 완료해야 하니까요. 아, 거기에 커뮤니티로 ZOOM 공지도 해야 하고요.
이걸 인숙쌤과 함께 했으니까 다 했던 것 같고 앞으로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콘텐츠는 인숙쌤이 딱 자리를 잡아주고 계시니까요. 게다가 홍보는 또 어찌나 잘 되는지. 또 제가 그 내용을 알기도 하고, 인숙쌤과도 일을 꽤 해 봤으니까 이렇게도 해볼 수 있었던 것 같고요. ㅎㅎ 마지막까지 잘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막막할 땐 펀딩이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니 기억해주시고요.
https://tumblbug.com/0f96b064-aa3b-4044-8a4d-7994d8ea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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