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도 여느 때처럼 거울 앞에 서서 미소 짓는 연습을 했다. 누군가를 만나기 전, 항상 하는 의식 같은 것이었다. 완벽한 미소를 지어야만 아무도 내 안의 불안을 알아채지 못할 테니까.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거울 속 내 모습이 너무나 지쳐 보였고, 더 이상 이 가면을 쓰고 싶지 않았다.
열여덟 살 때부터 시작된 불안은 나를 완벽주의자로 만들었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았고, 항상 남들의 기대에 부응하려 애썼다. 그 무게는 너무나 무거웠고, 밤이면 찾아오는 불면은 나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네가 왜 이렇게 불안해하니?" 치료사의 질문은 단순했지만, 그 답을 찾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처음으로 나는 내 안의 상처를 정면으로 마주하기로 했다. 어린 시절의 기억들, 실패했던 순간들, 버림받았던 경험들... 그동안 덮어두었던 모든 것들을 하나씩 꺼내보기 시작했다.
명상을 시작한 것도 그즈음이었다. 처음엔 5분도 버티기 힘들었다. 고요히 앉아있는 동안 수많은 생각들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하지만 하루하루 그 파도와 친해지면서, 나는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불안은 더 이상 나를 지배하는 괴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일부였고, 나를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드는 과정이었다.
"상처받은 만큼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내가 경험한 불안과 상처는 오히려 다른 이들의 아픔을 더 깊이 이해하는 힘이 되었다. 상담심리 공부를 시작한 것도, 명상을 가르치게 된 것도 모두 이 여정의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가장 큰 변화는 에너지가 완전히 소진되었던 그 순간에 찾아왔다. 관계에 대한 신뢰가 밑바닥으로 떨어지고,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느꼈을 때, 나는 처음으로 '아니요'라고 말하는 법을 배웠다. 주는 행복만 알고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려 했던 습관에서 벗어나, 나만의 경계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경계선 안에서 나는 더 자유로워졌다.
예술치료, 명상, 심리학... 겉보기에는 서로 다른 이 분야들이 내 안에서 하나로 융합되었다. 한때는 이런 다양한 관심사가 초점 없어 보일까 걱정했지만, 이제는 이것이 나만의 특별한 강점이 되어가기 시작했다. 내 안의 불안을 이해하려 했던 그 노력의 여정이 결국 나만의 고유한 방식을 만들어낸 것이다.
지금도 가끔 불안이 찾아온다. 하지만 이제 나는 안다. 그것이 나를 더 깊은 자유를 향하는 그곳으로 인도하는 나침반이라는 것을. 상처는 더 이상 숨겨야 할 수치가 아니라, 나를 더 온전한 사람으로 만드는 선물이 되었다.
거울 앞에 서는 것이 더 이상 두렵지 않다. 이제는 완벽한 미소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바라본다. 그리고 속삭인다.
"네 불안이 너를 여기까지 이끌어주었어. 고마워."
이제 나는 안다. 우리의 가장 큰 약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결국 우리의 가장 큰 강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여정에서 우리는 조금 더 온전한 사람으로 성장한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빛난다. 깨진 유리조각도 햇빛을 받으면 무지개를 만들어내듯, 우리의 상처도 언젠가는 세상에 아름다움을 선물한 것이다.
당신도 언젠가 깨닫게 될 것이다.
당신이 부서질 것 같았던 그 순간들이
실을 당신을 다시 태어나게 한 축복의 시간이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