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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yer Feb 11. 2021

수 십 년 지기도 결국, <완벽한 타인>

영화 <완벽한 타인>

캐릭터 분석에는 스포일러가 없습니다. 그러나, 작품 분석 부분에는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강태수, 영화<완벽한 타인>


1. 통제 심리 5점: 모든 상황을 제어하려는 듯한 모습

2. 눈썰미 4점: 쓱 보고 딱 아는

3. 법 지식 5점: 변호사의 면모

4. 표현력 2점: 각목 같아요

5. 무심함 5점: 뭔가 잘못된 문과와 문과의 만남


통제 심리, 모든 상황을 제어하려는 듯한 모습

친구들과의 약속에 갈 준비하기까지 3분 남았는데 왜 더 일찍 알려주느냐고 핀잔을 주는 모습부터 범상치 않았다. 아내의 화장 정도, 심지어 친구 부인의 옷차림까지 통제하려는 듯 신경 쓰는 모습이 충격적이었다.


눈썰미, 쓱 보고 딱 아는

아이들을 맡기며 어머니께 다녀오겠다는 인사를 하는 짧은 시간, 자세히 본 것 같지도 않은데 어머니의 헤어스타일 변화를 바로 알아채는 눈썰미의 소유자이다.


법 지식, 변호사의 면모

사법고시를 패스한 변호사. 깐깐한 성격에 법 지식이 더해져, 논리적으로 컨설팅을 해주는 모양이다. 친구들과의 대화를 통해 태수가 법 해석으로 도움을 준 적이 적어도 한 번씩은 있다.


표현력, 각목 같아요

굉장한 딱딱이. 심리 표현을 잘하지 않는다. 어릴 적, 영랑호가 바다냐 민물이냐를 두고 뜨겁게 논쟁하던 모습이 잘 그려지지 않을 정도로.


무심함, 뭔가 잘못된 문과와 문과의 만남

아내는 취미로 문학 모임에 참여한다. 시를 읽고 글을 쓰는 모임이라는데, 모임에 가는 동안에도 자기 마음을 대변하는 감성적인 시를 읊는다. 하지만, 태수는 들은 척 만 척할 뿐이다.


이제부터 스포일러 주의!

영화<완벽한 타인>

굉장히 연극적인 영화.

<완벽한 타인>은 이탈리아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저>를 우리나라에 맞게 리메이크한 작품이라고 한다. 워낙에 연극적이라는 느낌이 강해서 원작이 연극인 줄만 알았는데, 의외였다.

'연극적'이라는 느낌을 주는 것은 영화 <맨 프롬 어스>와 유사한 특징이었다. 물론, <맨 프롬 어스>는 현실과는 거리감이 느껴지는 철학적 소재를 주로 다루고 있고, <완벽한 타인>은 현실과 밀접한 이야기를 다루므로 더 몰입하기 쉬웠다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연극적인 영화'라는 특징으로 인해 두 작품이 갖고 있는 공통점이 많았다.

집들이하는 친구의 집, 그 한정된 장소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영화를 보는 시간과 극 중 흘러가는 시간이 얼추 비슷하다.

코스에 따라 요리를 바꿔 담아오는 시간, 월식을 감상하는 시간 등 잠시 쉬어가며 다음 사건의 발단을 준비하는 시간이 명확하게 주어진다.

내가 캐치하지 못했지만 이론적으로 '연극적 영화'를 구분 짓는 특징들이 더 있겠지.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 나만 '연극적이다'라는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나 보다.

2021년 세종문화회관의 공연 라인업에 연극 <완벽한 타인>이 올라와있다!

반갑고, 호기심이 생기면서도 올해 5월부터 8월까지 올라간다는 공연 소식에, 올해엔 불안에 떨지 않고 공연 관람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까, 그러면 좋겠다는 바람도 가져본다.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5313541&code=61171111&cp=nv


스포 없이 캐릭터 분석하기 참 어려운 작품.

개성적인 캐릭터들이 우르르 나와 지루하지 않게 사건을 끌어나가는 작품, 그러나 캐릭터 분석을 하기엔 참 어려웠다. 한 인물에 대해서 분석해 글을 쓰려면 그 인물이 영화 전반에 걸쳐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 언급해야 하는데, 이 작품을 리뷰하면서 작품 중후반부에 관한 내용을 최대한 넣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 정보 없이 이 영화를 본다면 경악과 놀라움, 답답함 등을 아주 생생히 느껴볼 수 있을 테니까. 리뷰를 읽는 사람들의 생생한 영화 관람 기회를 뺏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어렵사리 선택한 캐릭터 '태수', 그에 대한 분석을 보면 다소 밋밋한 느낌이 있다. 하지만, 영화 자체는 아주 머리 아프지만 흥미로웠다.


친근한 배우들의 안 친근한 모습을 마주하는 재미.

삼시세끼, 윤식당과 윤스테이에서 더 많이 봤던 이서진 배우와 유해진 배우의 전혀 다른 모습을 보자니 어색하기도 했다. 또한, 스카이캐슬로부터 삼시세끼 속 이미지로 변신한 모습도 인상 깊었던 염정아 배우는 이 영화에서 또 다른 캐릭터를 보여주었다.

영화, 드라마뿐 아니라 예능에서도 자주 얼굴을 보여주던 배우들의 또 다른 캐릭터를 만나보는 재미가 있었다. 경영을 잘하는 사람의 경영 못 하는 사람 연기, 리더십 있는 사람의 끌려다니는 연기, 다정한 사람의 안 다정한 사람 연기!


완벽한 타인이라는 말의 의미는 뭐였을까?

겉보기에는 완벽해 보이는 타인이지만, 속을 파헤쳐보면 다치고 문드러지고 망가진 면이 보인다는 말?

아니면, 30년 지기 친구로 아무것도 거리낄 것 없다고 여기던 사람들을 정확하게 묘사하는 말은 오직 완벽한 타인이라는 것?


과연, 계속 환상으로만 남을 수 있을까?

영화 마무리 즈음, 식탁 위에서 반지가 돌아가는 장면이 클로즈업된다.

영화 <인셉션>에서 팽이가 돌아가는 장면과 매우 흡사해 보였다.

반지가 돌아가다가 월식이 끝난 달로 화면이 바뀌고, 집들이를 마치고 이상하리만치 좋은 분위기로 아파트를 나서는 친구들의 모습이 비친다.

이 장면에 대해 나는 만약 진실게임이 진행되었다면 관객들이 본 것처럼 난장판이 벌어졌겠지만, 진실게임을 하지 않고 평화로운 집들이를 마쳤다는 것으로 이해했다.

하지만, 과연 이 꿈같은 난장판은 강원도 출신 4인의 친구들과 그 연인들의 다음 모임에서도 '만약'이라는 상상으로만 남을 수 있을까?

서로 숨겨주는 비밀과 알지도 못하는 비밀들이 들통나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을 피해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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