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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yer Nov 26. 2021

이런 에세이 모임은 어떨까? 구상을 시작한다.

한 가지 주제에 대해 한 페이지 에세이를 쓰는 글 모임

퇴근 중, 버스 안에서 여느때처럼 맘에 드는 음악을 듣다가 번개처럼 쓱 스치는 아이디어가 있어 급히 메모했다.

한 가지 글감(주제)에 대해
한 페이지씩만 에세이를 써서 공유하는 모임을 운영하면 어떨까?

당장 지금은 신입으로서 회사에 적응하느라 운영을 시작하자는 용기가 안 난다. 하지만, 몇 개월 또는 몇 주 후에라도 기꺼이 개시하고 운영할 수 있게, 구상을 차근차근 시작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아이디어의 근원은, 바로 대학 교양 강의(과제)

흥미로웠던 대학 교양 강의의 과제, 한 페이지 에세이

대학 재학 중, 흥미로운 교양 강의를 많이 들었다. 항상 내 마음대로 수강신청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나는 최고의 계획과 굉장히 다른 모양의 시간표를 맞췄지만, 교양강의 운은 좋았다. 재밌는 강의를 정말 많이 들었다. 그 중 한 강의는 특히 과제가 재밌었다.


과제가 재밌다? 얼핏 보면 굉장히 미친 소리 같지만, 정말 재밌는 과제였다. 1주에 한 번 한 페이지 분량의 에세이를 작성하는 과제였다. 그런데, 그 주제가 '어린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만화/영화 등 콘텐츠'라거나 '내가 기억하는 예전의 ㅇㅇㅇ' 등 콘텐츠나 과거의 기억을 회상하는 것들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작성한 한 페이지 에세이 중에서 무작위로 3개 정도의 글을 교수님께서 읽어주시며 공유했다. 여기에서 '무작위'라는 말은, 에세이의 점수에 관계 없이 공유해주셨다는 것이다.


꽤 수강생이 많은 강의에서 매주 한 페이지 분량의 과제를 내시는 교수님이, 매주 그 글들을 다 읽으시고 코멘트 메모도 꼭 해주시고, 그 중 인상깊었던 3페이지는 공유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굉장히 즐거웠다. 공유할 겸 읽어주시는 글 내용을 듣고는 저마다 앉은 자리에서 앞옆뒷사람과 웅성웅성 각자 이야기를 나누더라도 통제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 웅성웅성한 분위기를 오히려 이끄시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야기를 다 나누면서도 어수선하지는 않았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한 페이지 에세이 공유'의 즐거움 두 가지

그 수업, 그 과제가 재미있었던 이유가 두 가지 더 있다.


먼저, 다양한 학과에서 모여 듣는 교양강의였기 때문에, 학과별 특징이 담긴 글들을 접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한 가지 특징으로 사람을 분류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공유되는 글을 잘 들어보면 '야, 진짜 어느 학과스럽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국문학과는 국문학처럼 쓰고, 어학계열은 꼭 번역서적을 듣는 것 같은 글을 썼다. 나같은 상경계열은 에세이를 무슨 보고서처럼 쓰고ㅋㅋㅋㅋㅋ 이공계열에서도 생명 분야, 건축학과 그리고 미디어 학과 등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정말 그 학과같은 글을 썼다. 그 점이 우습고, 재밌었다. 다양한 사람들과 각자의 아이디어, 생각을 나눈다는 것이 즐겁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주제로 주어지는 글감 범위가 좁은 편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꼭 몇 가지로 글감이 수렴했다. 예를 들어, '그 시절 봤던 만화/영화 등 콘텐츠'라는 과제에서는 가장 많이들 선택한 글감이 "해리포터 시리즈"였다고 한다. 그 다음 순위가 기억나진 않지만, 교수님께서 합산해서 매긴 순위대로 글감을 공개하실 때, 동급생들과 함께 워어어어 오오오오 오소름 와대박 이런 감탄섞인 추임새를 거듭 냈던 기억이 난다. 얽힌 경험은 다 다를지라도, 그 시대의 유행이나 분위기를 따라 비슷하게 영향을 받는 부분이 있다는 게 새삼 놀라웠다. 같지는 않더라도 비슷한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한 데 모여 글과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이 좋았다.


향후 운영 아이디어에 관하여

사실, 지금은 '그거 재밌었는데. 그러니까, 그거 비슷하게 해보자!'라는 생각 뿐이다. 아직 아무 계획이 없다.


그런데, 사람들이 모여서 일정한 활동을 지속하려면, 규칙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글 모임이니 글감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 모임에서 어떻게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어떻게 이야기를 모을 것인지, 이 모임의 '목적'은 무엇으로 할 것인지(공유? 꾸준히 글쓰기? 어떤 것을 우선순위에 둘 것인지) 등을 정해두는 것이 운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것들을 차분히 준비해보려 한다.


커버 이미지 출처 : Photo by Patrick Tomasso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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