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격을 드러내는 로봇 이야기
*제가 권해드리는 '감상 포인트'가 글에 포함되어 있어요. 스토리에 대해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은 배제하려 노력하지만, 약간의 정보라도 원치 않으신다면 감상 포인트는 건너뛰면서 이 글을 읽어주세요.
이 둘의 공통점은 무엇인지 알고 계신가요? 바로, 인간이 아닌 것으로 인간을 만들어냈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우선 피그말리온은 자신의 이상형을 돌로 조각한 그리스 로마 신화 등장인물이에요. 그 조각상에 화장도 해주고, 옷도 입혀주고 입도 맞춰 주었다고 하는데....... 광기가 느껴지죠. 그러다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 축제에서 여신에게 제물을 바치며 기도합니다. 자신의 조각상이 살아나게 해 달라고요. 집에 돌아갔더니 조각상이 끌어안으며 반겨주었다, 그 둘은 결혼하고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 저와 동년배라면 같은 그림체의 어떤 만화로 읽어 보셨을 거예요.
제페토는 동화 피노키오에 등장하는 목수 할아버지예요. 나무로 인형을 만들었고, 요정이 그 인형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었어요. 살아난 나무 인형이 바로 피노키오예요. 갖은 고난과 모험 끝에 피노키오도 사람이 되죠.
피그말리온과 제페토는 외형을 만들어냈고, 생명력은 여신이나 요정이 불어넣어 주었어요. 사실 그 둘은 반만 만들어냈던 셈이죠. 그런데, 요즘은 외형도 내면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골격이든, 지능이든 인간보다 더 발달한 형태로 말이에요.
인간이 아니지만, 인간과 유사한 존재를 다룬 콘텐츠를 소개할게요.
가정부 로봇 공급을 독점하고 있는 한 회사가 있어요. 그 회사의 본부에서 로봇 설계자가 추락사하는 끔찍한 사고가 발생해요.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어요. 사망한 사람이 추락한 층은 유리가 아주 단단해서 사람이 부수기 쉽지 않다는 것이에요.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는 주인공은 이 사건에 어떤 로봇이 연루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사람이 아닌 로봇에 초점을 맞추어 수사를 진행해요.
그러다, 진짜로 다른 로봇들과 다른 행동을 하는 로봇 한 대를 발견하게 되죠. 주인공과 일행은 왜 그 로봇만 다르게 설계되었는지, 사건이 발생한 원인은 무엇인지 파악하려 애써요.
감상 포인트
‘왜 남다르게 설계되었는지’ 질문을 던지는 주인공을 따라 영화를 감상해보시면 좋아요. 그 이유가 명확히 밝혀지기 때문에, 떡밥 회수하는 콘텐츠를 즐겁게 보는 편이라면 추천드려요.
게임 스토리 상 세 대의 로봇이 주인공으로 등장해요. 한 대는 로봇 형사 사건 수사를 담당하는 로봇 모델, 코너. 한 대는 늙은 아티스트의 일상생활과 작업을 돕는 보조 로봇, 마커스. 그리고 나머지 한 대는 가정부 로봇, 카라.
스토리나 연출이 영화 같지만, 게임이다 보니 플레이어의 조작에 따라 이야기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져요. 유튜브를 통해서 여러 사람들의 게임 실황(게임 플레이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데, 대표적인 이야기 한 줄기를 감상하고 싶다면 ‘진엔딩’을 추천드려요. 플레이어의 드립 섞인 코멘트가 매력적인 영상도 있고, 코멘트 하나 없이 영화처럼 스토리를 감상할 수 있는 영상도 있으니 취향에 따라 감상해보세요.
한 남자와 여자가 연애를 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줘요. 그런데, 알고 보니 여자는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었어요. 남자는 여자 모습을 한 기존의 로봇에 대해 흥미를 잃었는지, 다른 여자와 어울리기 시작해요. 방치된 로봇은 허전함을 느끼며 어떤 상상을 행동으로 옮기려 해요.
감상 포인트
로봇은 자신이 경험하는 것이 사랑인지, 질투인지 모르고 이끌려 행동해요. 표정 변화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사랑에 빠졌다가 파멸했다가 하는 모습이 오싹하지만 안쓰럽기도 하죠.
인공지능이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면, 그건 오류일까 아니면 정말 인격체로 변모한 걸까? 이런 고민에 대해서 한 가지 예시를 보여주는 영화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