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ayer Nov 09. 2022

어서 와, 프로배구 직관은 처음이지?

예매 전부터 혼란에 빠진 프로배구 직관 입문자

본래 아버지와 함께 오붓하게 프로배구 직관 데이트를 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일정 맞추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아버지 일정을 기다리다가 이번 22-23 시즌도 지난 시즌처럼 직관 한 번 못해보고 보내겠다는 불안감이 생겼다. 그래서, 배구 경기 일시와 장소를 확인하며 단독 관람할 궁리를 했다.


날짜가 가장 가까운 경기가 11월 9일 수요일 19시 경기였다. KB손해보험스타즈와 현대캐피탈 경기. 관람할 경기를 정했으니 예매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예매를 하려는데… 그만, 난관에 부딪혔다.


전직 뮤지컬 덕후로서, 예매와 티켓 발권, 관람 등에 대해서는 도가 텄다고 생각했다. 나의 착각이었나 보다. 뮤지컬과 연극 관람을 할 때는 보통 4가지 분야로 좌석이 구분된다. VIP, R, A, S. 가끔 공연의 특성에 맞게 샹들리에석, ㅇㅇ배우석 등 구분이 추가되기는 하지만, 보통은 3~4가지로 구역이 구분된다. 그중에서 좌석을 고르면 된다.

이런 4 분할 구분에 익숙했던 전직 뮤덕은 당황했다! 배구 경기장은 공연장과 비교했을 때, 좌석 구분이 더 다양했다.

우선, 원정석은 단어를 봄과 동시에 이해할 수 있었다. 아, 원정 팀에게 앉으라고 권하는 거구나. VIP석, 일반석, 프레스 석도 단번에 이해했다. 그런데... 테이블석? 치어석과 스파이크석, 게다가 캠핑석까지 등장했다. 이건 또 뭐람?


캠핑석, 피크닉석까지 등장하고 나서 생각했다.

아, 내가 처음 대하는 문화생활에 대해 예의를 다하지 못했구나. 익숙했던 다른 문화생활에 빗대어 너무 가볍게 생각한 모양이다.

마음을 바로잡고는 좌석을 검색해가며 각 좌석의 특징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의 이전 시즌, 이번 시즌 배구 직관 후기를 참고했다. 그중에서 어느 관중이 자발적으로 찍어다가 온라인에 공유해 준 ‘경기장 각 구역 뷰’가 좋은 참고자료가 되었다. 마치 공연장에서 자체 제공하는 객석 구역별 무대 뷰 사진과 유사했다.


각 좌석의 뷰, 특성을 고려해서 내가 고른 첫 프로배구 직관 자리는 캠핑석이었다. 이 구역을 피크닉석이라고도 하는 모양이다. 캠핑 의자(사진 상으로는 캠핑의자였는데, 가보니 빈백이 배치되어 있었다. 상상보다 더 편안한 좌석에서 관람했다!)에 편하게 기대앉아 경기를 관람할 수 있으며, 바닥이 인조잔디로 처리되어 있다. 내가 고른 구역은 커플석인데, 패밀리 캠핑 석도 있다고 한다. 캠핑석 자리마다 나무 간이 칸막이가 있어, 같이 온 사람끼리 더 친밀하게, 다른 관객과는 좀 거리를 둘 수 있다. 익숙해진다면야 응원을 열정적으로 하며 경기를 즐길 수 있는 치어석을 택하겠지만, 첫 관람부터 그렇게 하는 것은 부담스러워, 편안하게 자리를 잡고 전체적으로 경기도 보고 응원도 따라 배워볼 수 있는 자리를 골랐다.


의자도 빈백인 데다, 바닥도 인조잔디, 그룹별로 구분 지어주는 파티션까지 있다고 하면 예상 가능할 것이다. 일반석보다 비용이 더 비싼 편이다. 2인석 기준으로 수수료를 포함한 가격이 4만 원을 넘어간다. 참고로 일반석은 1인 8천 원 정도이다. 그런데, 내게 있어서 티켓 비용 디폴트 값은 뮤지컬 1인 티켓가이기 때문에 가격이 부담스럽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직관에다가 편하다는 자리가 두 명에 이 가격이라고? 좋네!'하고 좌석을 선택했다.

*각 자리별로 다 앉아보고 싶다. 호기심이 생긴다.


전에 게임 커뮤니티에서 ㅁ이플ㅅ토리를 하다가 다른 RPG 게임으로 넘어간 사람들은 계산법이 이상하다는 유머 글을 읽었다. 여러 캐시 아이템에 대해서 "아니, 이만큼의 혜택이 있는데, 가격이 이것밖에 안 한다고요? 기간 한정인가요?(기간 한정 아님)"라고 놀라면서, 제 돈 쓰는 것인데도 이득이라며 무척 기뻐했다던 구 메이플 유저들.

이번에 프로배구 경기 티켓을 예매하면서, 내가 바로 그 '구 메이플 유저들'과 같은 생각과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문화생활에 대한 '이건 안돼 비용'허들이 굉장히 낮다. 가장 잦은 문화생활 수단이 뮤지컬이었기 때문인  같다. 아니, 덕분인가? 덕분에 많은 문화활동들에 대해 '이건 비싸 안돼'라며 금지선을 긋지 않고 다양한 것을 체험해볼  있을 테니까 말이다.

:D


커버 이미지 출처: 직접 찍은 사진!


요약:  프로배구 직관, 예매를  때부터 혼란스러웠지만 즐거웠다(적응 완료!).
매거진의 이전글 동경하는 영상 크리에이터 그룹을 보며, 오늘도 난 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