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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yer Apr 11. 2023

꿈결 같은 모녀 여행을 다녀왔다.

엄마와 나는 취향이 비슷하다.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하다가, 가족여행을 잘 가지 않는다는 것을 듣고 깜짝 놀랐다.

여태 내 여행은 줄곧 가족여행이었기 때문이다.


2015년이 되어서야 한 번 혼자 여행을 가봤고, 그 후로 자잘한 나들이를 혼자 다닌다.

이번에도 나 홀로 여행을 구상하다가, 구상 단계에서 한 명이 더 늘었다!

바로 우리 엄마다.


이 날부터 이 날까지 여행에 다녀올 거라는 일정을 공유하다가 시간이 맞으니 같이 가자는 이야기로 흘러갔다.

이렇게, 나 홀로 여행이 모녀 여행이 되었다.


다행히 엄마랑 여행 취향이 맞는다는 걸, 어렴풋이는 알고 있었다.


여러 활동과 경험을 하는 것을 즐거워한다.

3.9kg로 낳아주실 정도로 우량했던 나를 품고 계실 때도 엄마는 이곳저곳 많이 다니셨다.

당시 유행했다던 ㅇㅇ분유 산모 프로그램에 열심히 다니며 참여하셨다. 꼭 기념품으로 음료를 타곤 했는데, 주변 사람들과 다 나눠 드셨다고 하신다.


갓난아기일 때도, 걸음마를 하고, 모르는 사람에게도 낯가리지 않고 할 말은 다 하고 마는 당찬 어린이가 되었을 때도 엄마는 늘 더 많은 곳을 보여주고 더 많은 것을 들려주려 하셨다.

초등학생 이전에 이미 공연장과 익숙했고, 박물관도 마찬가지였다.


오랜 소망이 이루어진, 모녀 여행!


중학생 때, 교보문고에서 소설 <연금술사>를 구매했다.


엄마는 책 선물을 할 때, 꼭 책 표지 안감에 받을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신다.

그날, 나에게도 써주셨다.

책은 벌레 먹어서 버렸지만, 엄마의 편지가 쓰여있던 안감은 오려다가 편지함에 소중히 보관 중이다.


엄마는 엄마대로, 나는 나대로 바쁘던 그때, 엄마는 딸내미와 여기저기 많이 다니고 보고 즐겁게 보내고 싶다는 소망을 쓰셨다. "엄마가 왜 이래~(어른스럽지 못하게)"라는 말을 끝에 붙이셨다.


그런데 그게 실현되고 있다.

돈 걱정을 안 할 정도로 벌어야만 가능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번 여행을 통해 경험해 보니, 여행은 마음먹고 준비하고, 저축도 좀 하면 갈 수 있는 거였다!


홀로 갈 뻔했던 여행이 모녀여행이 되었을 때도, 엄마와 즐겁게 보내기 위해 일정을 다시 짜고, 예약했던 공연과 숙소를 취소하고 다시 예매했음에도 설레고 즐거웠다.

엄마는 꿈같은 시간을 보냈다고 하셨다. 나도 꿈결 같은 시간이었다.


공연도 좋아하고, 활동도 좋아하고, 꽃과 나무내음 맡는 것, 바닷물에 발 담그는 것을 좋아하는 모녀.

돼지고기, 소고기보다 연어와 누룽지(솥밥에 물 부어 먹는 그 누룽지!)와 포케를 더 좋아하는 모녀.


앞으로 엄마와 더 많은 곳을 다니고 싶어 진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엄마도 좋아하시겠구나, 그려보며 지도를 보고, 휴일 계획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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