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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yer May 07. 2016

한국 속, 작은 중남미 나들이 -중남미문화원.

국내에서 가늠해 느껴보는 중남미의 분위기와 향기.

한 미술 선생님께는 ‘좋은교육연구 참고 공간’이었고,

한 어른께는 ‘기분전환에 좋은 드라이브 코스’ 였다.


그리고 한 청년에게는

‘그대로인 듯 변화한, 어릴 적 거의 매일 들러서 뛰놀던 놀이터 같은 추억의 공간’이다.


해외에 나가지 않고, 공간 안에서라면 이국적인 분위기에 심취해 볼 수 있는 곳.

‘그런 장소’인 “중남미문화원”에 다녀왔다.

-2016년 2월, 눈이 녹기 시작한 따듯한 겨울.


어릴 적에 많이 다녔던 곳인데, 안내 리플렛에도 인터넷에도 ‘중남미문화원 내부 안내도’는 따로 없는 듯 하다. 그래서 가장 최근의 탐방을 토대로 애정을 담아 그려봤다.

유아때 본 공간들은 박물관과 미술관. 초등학생 때의 기억에서는 기존 공간들에 조각공원이 더해진 상태였고, 최근에 본 바로는 거기에 타코 식당과 마야벽화, 종교관이 더해져 있었다.

입구의 매표소에 입장료를 지불하고 들어서면 붉은 벽돌 건물들이 즐비해 있는 가운데 한 동상을 마주하게 된다. 책을 손에 쥔 적조차 없더라도 다수의 사람들이 얼핏 들어본인물, ‘돈키호테’가 자신의 창을 들고, 애마 ‘로시난테’를 탄채로 문화원 안쪽을 바라보고 있다. 막 발을 들여놓은 관람객들에게 이렇게 인사하는 듯 하다. “Bienvenidos(어서들 오십시오).”

문화원 내부에는 여러 공간들이 있는데, 내가 관람했던 동선, 그 기억을 따라가보자.


가장 먼저 들어선 곳은 박물관. 내부 사진 촬영은 금지되어 있어 남기지 못했다. 하지만, 머릿속 이미지로는 생생히 남아있다. 마야, 아즈텍 등 중남미 문명에 대한 짤막한 설명과 함께 해당 문화와 관련된 가구, 농기구, 그림 등이 전시되어 있다. 박물관 속 공간들 중에서도 가장 인상이 강하게 남는 곳은 바로 가면들이 즐비하게 벽면에 걸려 있는 가면의 방인데, 입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 얼굴 색에 따른 가면의 상징 차이등이 소개되어 있는 설명을 보며 가면을 하나하나 관찰해보는 것에서 재미를 느껴볼 수 있다. 박물관 중앙에는 ‘빠에야’라는 카페테리아도 마련되어 있는데, 100% 예약제로 운영이 된다. 예약은 사이트에서 진행하며, 빠에야(중남미 음식), 스테이크, 와인 등 풀코스가 제공된다. (http://www.latina.or.kr/plaza09/reservation.htm)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나서는 잘 닦여있는 돌 바닥 길을 따라 조금 걸어서 조각공원으로 향했다. 다양한 스타일의 조각들이 화단 군데군데 전시되어 있는 조각공원은 야트막한 언덕처럼 조성되어 있다. 하지만 오르고 내리는 게 힘겹지 않은 정도이다. 입구에서 올려다보거나 꼭대기에 올라 내려다볼 때, 한 눈에 공원을 볼 수 있다. 공원 내에 설치되어 있는 스피커로는 중남미가 연상되는 스페인어 음악이 흘러나와 이국적 분위기를 한 층 더 풍긴다.

조각공원 작품들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비상'.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 자유로워보였고, 역동적인 모습이었다.

조각공원 입구로부터 공원 안쪽, 우측으로 향해 보면 작은 샛길이 하나 나오는데, 2011년에 신설된 종교관으로 향하는 길이다. 종교관 앞에는 ‘정숙, 내부에서 사진촬영 금지’라는 안내문구가 적혀 있다. 내부에서는 가톨릭성가가 흘러나오고, 건물의 모양새는 누가 봐도 성당이나 교회의 형태를 띄고 있다(이하, ‘성당’이라고 하겠다. 내가 본 교회와 성당들 중에서 성당에 더 가까운 모습이었으므로).

하지만, 종교관 안내문을 보면 취지는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 그리고 ‘신앙에 관계 없이 쉬다 가라’고도 한다. 딱히 기독교를 강요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조용히 나무 문을 열어 성당에 들어서니 천장이 높은 건물 안에는 성가가 가득히 울리고 있고, 당장이라도 미사를 진행할 것 같은 제단, 벽에 걸려 있는 그림 몇점과 작은 조각상들 그리고 스테인드글라스와 여럿이 앉을 수 있는 긴 나무의자들만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이 공간에 들어서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이 바로 스테인드글라스였는데, 그것을 통해 건물 내부로 비치는 햇빛을 직접 받으며 올려다볼 때, 놀랍고 황홀하고 어떻게 이런 발명을 했을까 하는 경이로움도 느꼈다.

내가 종교관에서 느낀 것은 ‘편안하고 좋다’는 감정이었다. 교회, 성당에 평소에 꾸준히 나가지 않는 사람도 마음이 힘들 때 나가서 예배나 미사에 참석하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낀다고 한다.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었다. 안내문에 쓰여 있듯이 ‘종교에 무관하게’, 누구나 템플스테이로 절 문화를 체험해보듯, 누구나 크리스마스의 따듯한 분위기를 누려보듯이 문화원 관람 중 잠시 쉬어가는 곳으로 좋은 공간이었다.

'검은사제들'덕에 익숙한 이름, '프란치스코'. 조각공원에서 마야벽화로 향하는 길목 왼편에 있는데, 그의 시선은 종교관을 향하는 듯 했다. 작은 연출로 큰 감동을 받았다.

종교관을 나서서 조각공원을 가로질러 종교관 반대편의 오솔길로 들어서서 걸어가다 보면 객석 혹은 계단 같은 모양새의 단층 앞에 작은 공터가 있고, 그 앞에 커다란 벽화가 있는 공간이 나타난다. 문화원 안내 리플렛에는 이 공간이 ‘마야벽화’라고 언급되어 있지만, 우습게도 나는 그 벽화 자체보다도 작은 야외무대같은 공간 전체가 더 마음에 들었다.

'이렇게 예쁜 공간에서 뭔가 더 할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벽화 앞 공터를 한 바퀴 빙 돌면서 상상해봤다. ‘벽화 바로 뒤에 아파트 단지가 있긴 하지만, 야간이 아닌 낮이나 주말에 종종 중남미/스페인 음악회나 플리마켓을 진행해도 좋지 않을까?’ 비어 있어도 운치가 있는 공간이었지만, 그 공간을 의미 있는 것/컨텐츠들로 채운다면 더 아름다워지고, 더 많은 사람들의 애정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공간이었다.


벽화가 있는 공간을 나서서 다시 조각 공원 쪽으로 나오며 ‘타코를 파는 가게’로 갔다. 가게 명칭은 ‘따꼬’이며, 중남미 음식인 타코와 브리또 그리고 음료로는 다양한 차를 판매한다. 이 날, 혼자 중남미문화원으로 나들이를 갔던 터라, 풀코스 식사를 하는 ‘빠에야’는 부담스럽다고 여겨서 ‘따꼬’에서 점심을 먹을 요량이었다.

식당 외부의 벽에는 십자가를 사이에 두고 몇 개의 촛대들이 열을 맞춰 놓여있는 전시물이 있다.

이 십자가 조형물은 따꼬 가게가 신설되기 전에는 이 공간이 아니라 박물관 외부의 벽에 있었는데, 어릴 적부터 마음에 들었던 이 전시물이 박물관 옆에서 보이질 않아 ‘철거했나 보다’하고 아쉬워하고 있었다. 그러다, 식당 앞에서 이 전시물을 마주해서 정말 반가웠다. 문화원을 나와서야 알게 되었는데, 내가 아끼는 이 조형물은 유명 드라마(드림하이)의 촬영 배경으로 활용되기도 했단다.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발길을 향한 미술관은 지상부터 지하까지 전시물로 가득 채워져 있는데, 지상의 그림과 조형물보다도 지하에 있는 중남미 각 국의 의복과 자수 전시물이 더 인상 깊었다. 기하학적 문양의 의복들은 이국적이며 아름다웠고, ‘언젠가 저 나라에 여행을 가서 저런 문양에 저런 스타일의 평상복을 입고 그 동네 나들이를다니는’ 즐거운 상상에 빠졌다. 미술관 지상에는 전시 공간뿐만 아니라 기념품 가게도 조성이 되어 있는데, 각 상품들을 중남미 여러 국가에서 직접 들여온 것이라고한다. 팔찌, 목걸이 등의 장신구와 풍경, 필통, 스카프, 태양의 돌 모형 등 다양한 기념품들이 있는데, 자유롭게 구경할 수 있어서 좋다.

 

미술관 관람을 마지막으로, 중남미문화원 내부의 모든 공간 나들이를 마치고 다시 처음 들어왔던 입구를 향해 가다 돌아보면 느낌이 새롭다. 우리나라안에서 이국적 느낌에 흠뻑 빠져 있다가 다시 문화원을 나설 때면, 중남미와 스페인 문화에 대한 친근감이 샘솟는다.

 

붉은 벽돌의 건물들, 이국적 생김새의 사람 조형물들, 태양의 돌, 기하학적 무늬의 의류와 장신구들 그리고 독특한 가면들과 이국적인 음악에 둘러싸여 잠시 동안 ‘한국 속 작은 중남미’를 느껴보길.


*동네를 아는 사람은 걸어서 진입하기도 수월하다. 하지만 아닌 경우에는 길을 헤맬 수 있다. 초행길이거나 동네가 익숙하지 않은 방문자에겐 자가용을 타고 방문하기를 추천한다.


**박물관 메인 사이트 : http://www.latin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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