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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yer May 23. 2023

유령을 좇아 부산 여행을 하기로 결정했다.

뮤지컬 원정 여행이 될 뻔했던, 모녀 부산 여행!

바다를 보고 싶었던 것은 맞지만, 부산이 가장 가까운 바닷가 여행지는 아니었다. 그런데도 여행지를 부산으로 정한 이유는 바로 조승우 배우가 출연하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보고 싶어서였다.


나는 공연 전문가 지망생 기간을 포함해서 기나긴 뮤덕 인생 내내 조승우 배우의 공연을 라이브로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이번에 오페라의 유령에 조승우 배우가 유령을 연기할 예정이며, 부산에서부터 공연을 시작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서울이나 경기권이 아닌 곳에서부터 공연을 한다고? 아, 이거 관람의 가능성이 있다라고 생각 했다.


보통, 조승우 배우가 공연하는 회차는 티켓 예매 시간이 되자마자 매진이 된다. 그래서 이런 단어들이 파생되었다. 피 튀긴다고 표현할 정도로 치열한 티켓팅이라고 해서 '피켓팅', 연극과 뮤지컬과 콘서트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분노를 유발하는 메시지 '이미 선택된 좌석입니다'의 줄임말 '이선좌' 등. 아, 설명을 덧붙이자면, 이미 선택된 좌석이란, 내가 결제하려고 선택한 좌석을 이미 누군가가 선점했다는 말이다.


아무튼, 예매 사이트를 확인해 보니, 빙고! 티켓 예매가 시작된 뒤 며칠이 지났음에도 평일 저녁에 좌석이 남아 있었다. 대극장 공연은 꼭대기 좌석을 선호하기 때문에 몇 군데 듬성듬성 남아있는 자리에서 마음에 드는 자리를 잡아 결제했다.


타 지역으로 여행 갈 계획에서 핵심이 되는 활동 하나를 먼저 못 박아둔 것이다. "이 날은 무조건 공연 관람! 제일 중요!"

이다음에 여행 계획이라고 할 만한 기획을 하기 시작했다. 당일치기로 갈 것인가, 야간 기차를 탈 것인가, 1박을 할 것인가. 숙박을 한다면 어디에서 머물 것인가, 정말 공연만 보고 오는 부산 여행을 할 것인가. 혼자 여행할 생각에 이런 스케줄을 고민했다. 대학생 시절에 매번 '가장 바라던 시간표'대로 수강신청하는 것을 실패했던 경험 덕에, 계획을 1안부터 4~5안까지 세워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더군다나 놀러 가는 계획이니까, 수강시간표를 짤 때보다 몇 배나 더 즐겁게 할 수 있었다.


여행 일정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아, 이쯤이면 가족들에게 내 미니 휴가 계획을 공유해야겠다'하고 생각했다. 나는 친밀하고 관계가 끈끈한 가족들과 본가에서 함께 살기 때문에, 숙박을 하는 여행을 조용히 다녀온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가장 먼저 엄마께 여행 기간을 알렸다. 그런데, 오잉? 여름휴가철도 아닌 4월 초, 우리 가족은 엄마 빼고 저마다 바쁜 일정이 있었다. 엄마 빼고!


이전에 엄마와 제주 여행을 하려다 사공이 점점 많아지고, 계획은 산으로 가서 여행일정을 무기한 보류한 적이 있다. 마침 다른 가족 구성원들도 바쁘겠다, 엄마 스케줄도 빈다고 하시겠다, 한 번 여쭤봤다.


"저번에 못 갔던 모녀 여행을, 제주가 아니라 부산으로 같이 가실래요?"


엄마는 통 튀어 오르듯 일어나셔서 양손에 탁상형 달력과 잘 나오는 다이소 볼펜을 들고 돌아오셔서는 아주 아주 아주 밝은 표정과 경쾌한 목소리로 되물으셨다.


"그래서, 우리 언제 간다고?"


이렇게, 내 부산 여행에는 1명의 파티원이 생겼다.

나 홀로 공연 원정이 될 뻔했던 부산여행이 모녀 힐링 여행으로 업그레이드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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