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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yer Dec 06. 2023

2023년, 올해부터 나는 여행 노트를 쓰기 시작했다.

트래블 컨설턴트라는 통계 결과를 받은 김에, 내 여행노트를 소개합니다.

나는 다른 플랫폼에서 블로그를 운영한다. 브런치 에세이와는 다른 느낌으로 글쓰기를 병행하고 있다.

바로, 네이버 블로그. 네이버에서는 해마다 '내 블로그 올해의 주제'를 돌아볼 수 있도록 연말결산 이벤트 같은 것을 진행한다.


내 올해의 주제는 여행! 트래블 컨설턴트라는 멋들어진 명칭, 마음에 드는 일러스트를 덧붙여 통계를 내주니 기분이 좋았다. 내가 여행 기록을 하며 다른 이들의 여행기록에도 관심을 가져서였을까? 체감상으로는 여행 블로거가 많을 것 같았는데 5.39% 정도밖에 안된다고 한다. 신기하다.



올해 3월부터는 매월 나들이나 여행을 꼭 가고 있다. 작년에 내가 바라던 모습이었기 때문에 달력, 여행수첩, 여행 기록용으로 활용하고 있는 블로그를 보면 행복하다. 일상 속에서는 자주 잊고 지내는데, 여태 했던 것들에 대해서 자료를 모아놓고 보면 이것저것 많이 했구나,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사진과 글로 정리해두길 잘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


여행을 소재 삼아 글을 꾸준히 잘 쓴 한 해를 보냈다고, 기계가 데이터 기반으로 인정해 주는 것 같아 뿌듯하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한 해 동안 여행 기록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뭐였을까 곰곰이 생각해 봤다.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은, 올해 초에 여행수첩을 구매한 다음부터 블로그를 여행 기록용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LIVEWORK의 AGENDA수첩. A4반으로접은 정도의 크기임.


올해 초, 종로에 연극 <아마데우스> 보러 가던 길에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들렀다.

연극 관람차 세종문화회관에 가려는데 늦지 않게 도착하려다 보니 시간이 붕 떴다. 카페에 갈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오랜만에 교보문고로 향했던 것이다.

학생때와 달리 사야만 하는 학습서도 없고, 도서관을 애용하는 덕에 구매하고 싶은 책도 없어서 핫트랙스를 누볐다. 여러 수첩의 내지를 만져보고, 다양한 색상의 펜으로 "나 다녀감"을 수 번 쓰다가 한 상품을 발견했다.

필요했던 것은 아니지만, 사고 싶은 노트. 보자마자 생각했다.

이거, 내 여행노트 하면 딱이겠다!

나는 어딜 가든 꼭 종이와 펜을 가지고 다닌다. 중학생 때, 한 선생님께서 '어디서든 공부할 수 있게 단어장 등 수첩을 들고 다니는 습관을 들이면 공부 시간을 더 확보할 수 있다'는 조언을 해주셨다. 그런데 그 말씀에서 듣고 싶은 것만 쏙 빼서 듣고는 습관으로 만든 것이다. '어디서든 수첩을 들고 다니는 습관'


짐을 줄이고 싶으면 이면지 몇 장에 펜 한 자루, 가방에 여유가 있으면 커버가 단단한 수첩에 몇 가지 색의 펜과 형광펜을 챙겨 들고 방을 나선다.

취업을 준비할 때는 면접 수첩과 필기공부용 수첩이 있었다. 독서를 하면서 생각나는 것들을 메모하는 독서 수첩, 쓰고 싶다고 생각한 글감들에 대해서 영감이 떠오를 때 메모해 두는 수첩도 있고, 업무 관련 메모를 하는 업무 수첩도 있다.

그러나, 올해 전까지 여행수첩은 따로 만들어둔 적이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거다'라고 생각했다는 점이 우스웠다. 이거 그냥 갖고 싶은 거잖아. 언제 여행 노트를 만들어봤다고, 이거다!라고 생각한담? 웃겨 정말. ㅋㅋㅋㅋㅋ


우리 아버지께서 주신 가르침이 있다. 중요한 결정은 단번에 내리지 말고 곱씹어보며 차분하게 생각하는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20여 분을 세 가지 크기의 스트랩 수첩 앞에서 고민했다. 이걸 사면, 들어간 비용이 아깝지 않게 활용할 수 있을까? 집에 있는 다른 수첩을 여행용으로 사용할 수는 없나? 난 이게 정말 갖고 싶은 게 맞나?

마침내 구매하기로 결정한 뒤에는 크기와 색상을 두고 한 차례 더 깊은 생각에 빠졌다. 그러고 나서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이 노트는 구매한 2023년 3월 17일부터 우리 지역 나들이, 서울 나들이, 좀 더 먼 지역으로의 여행 기록을 하는 '각 잡은 여행 수첩'으로 자리 잡았다.



애초에 여행 기록용으로 설계하고 제작한 것인지, 속지 첫 장에 세계 지도가 출력되어 있다. 나는 국내 여행을 주로 다니고 있어, 세계여행에 색을 칠하거나 표기를 하지는 않고 있다. 차츰 '가보고 싶은 곳'을 메모해 두거나 색칠해 둘 생각을 하고 있다.
나들이 가서 관람한 공연에 대한 감상, 앞으로의 여행 일정, 여행을 위한 준비물, 여행 가서 가볼 만한 장소나 가게에 대해 수집한 핵심 정보, 예산과 지출 상황 등을 메모해 두었다.
여행지에서 피곤해도 몇 문장으로 생각이나 소감을 작성해두곤 한다.


봄부터 이 수첩을 끼고 여행 준비부터 마무리까지 했더니, 수첩을 꺼내 들기만 해도 기분이 들뜬다. 1/3 정도를 작성했고, 2/3 정도가 남은 상황! 이 노트를 다 채우고 나서 다음 여행 노트를 고를 땐 '내가 여행 노트를 쓸 수 있을까'라는 염려는 하지 않을 것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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