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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yer Jan 01. 2024

프롤로그_꿈꾸던 삶을 살고 있는 딸램의 여행 에세이

스물 초반부터 딸램의 꿈이었던 것 = 꾸준히 여행하는 삶

*브런치 맞춤법 검사기가 계속 "딸램 X, 딸내미 O"라고 가르치고 있지만, 딸램이라는 표기를 고수합니다. 부모님께서 딸램이라고 육성으로, 카톡으로 불러주시기 때문에 이 브런치 계정의 주인인 딸램에게는 "딸램 O, 딸내미 X"입니다! :)


딸램과 부모가 만났을 때, 그러니까, 내가 아직 엄마와 분리되기 전 태아일 때. 엄마는 정말 많이 돌아다니셨다고 하셨다. 엄마는 십 대 때 멀미가 굉장히 심하셨다는데, 마을에서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다녀오는 게 꿈이셨다나? 현장학습을 가는 버스 안에서는 하도 멀미하고 토하고 본인도, 옆자리 친구도 고생하셨다고 한다. 그런데 아기를 가지고 나서 그 흔하다는 입덧 한 번 하지 않고, 멀미도 오히려 안 하셨단다. 그래서 신이 나셨던 걸까? 엄마는 임산부의 몸으로 신나게 돌아다니기 시작하셨다.

90년대 초반, 당시에는 여러 단체 프로그램들이 있었다. 단체 신혼여행 프로그램이라던가 임산부를 위한 강연 프로그램 등 말이다.


엄마는 한 분유회사가 주최하는 임산부를 위한 강연에 아주 즐겁게, 열정적으로 참여하셨다. 주기적으로 수도권 여기저기에서 진행되었는데, 신문에서 해당 프로그램 일정을 스크랩해 두곤 가능하면 다 참여하셨단다. 지금 수도권은 버스와 전철 등으로 촘촘하고 편리한 교통편을 자랑하지만 그땐 아니었다. 무거운 몸으로 열심히 개최 장소에 도착하면 이미 프로그램은 이미 시작해 있었단다. 그러나, 지각한 임산부를 막아서는 사람은 없었단다.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다며, 잠깐 쉬시라며 엄마를 격려해 주고 입장시켜 준 그 안내 담당자분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내 얼굴도 못 봤고, 이름도 모르시겠지만.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립니다.

버스와 전철을 타고 이동하는 것, 다양한 임산부들과 만나 공감하고 웃기거나 재밌는 강연을 듣고, 임산부를 위한 스트레칭을 하고, 도움이 되는 정보를 듣는 것. 그리고, 프로그램에서 진행되는 이벤트에 참여하고 당첨되고 당첨 상품인 음료를 주변에 앉은 다른 임산부들과 나눠 마시던 것. 거기에 강연이 어디에서 열리는지 확인하고 나들이를 계획하고, 집을 나섰다가 돌아오는 것 모두 엄마께는 즐거운 나들이 추억으로 남아 있다.


모태신앙만 있는 게 아니라, 모태 취미자도 있는 것 아닐까? 엄마와 연결되어 있던 때부터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즐거워하시던 엄마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인지, 나도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대학에 다니며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한 달 예산이 빠듯해서 삼각김밥도 못 사 먹던 때나 어려운 시험과 팀프로젝트가 몰아치던 시기가 아니었다. 동생의 입시를 열정적으로 돕느라 그동안 하던 공연활동과 동호회 활동 그리고 각종 프로젝트들을 멈춘 때였다. 다시 말해, '돌아다니는 것을 일시정지했던 때'가 가장 무기력하고 힘들었다.


스물 초반에 딸램은 한 자기 계발 캠프 프로그램에서 '꼭 이루고 싶은 꿈 내지는 목표가 뭐냐고'질문을 받았다. 그 말에 이렇게 대답했다.

기타 메고 한 달에 한 번은 여행 다니면서 노래, 연주하고 공연하고 사람들도 만나고 재밌는 경험을 하는 거요.

이렇게 대답하니, 되돌아오는 질문이 있었다.

다소 날카로운 말투와 어조였는데, 상대는 내 꿈이 영 시답잖다고 생각했나 보다.

"그게 뭐야? 네가 말하는 그 꿈은 직업으로 말한다면 뭐라고 정의할 수 있는 거야?"

딸램은 조금 고민하다가 다시 답변했다.

버스킹 여행자요.

*버스킹이란? 길거리에서 공연하는 것. 음악가, 마술사, 댄서 등 공연하는 주체는 다양하다.


그런 직업은 없다며, 지속가능하겠냐며 핀잔을 받았지만 딸램은 괜찮았다. 아무렴 어떤가, 내가 하고 싶은 걸 말하라길래 말한 것인데.

친구들과 주변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딸램은 마이웨이로 사는 편이기 때문에 별 타격은 없었다. 어릴 때 즐겨보던 소년만화 애니메이션에서 볼품없어 보이는 주인공의 단골 대사가 있었다. "누가 뭐래도 난, 해적왕이 될 거야!!! 내가 되겠다고 했으니 되는 거야!!!" 그 캐릭터가 이 대사를 격한 감정을 담아 외칠 때마다 딸램은 생각했다. '저게 저렇게 격한 말투와 표정으로 외칠 말이야?' 되고 싶은 것을 되겠다고 말하고 이뤄나가려 노력하는 것은 딸램에게는 당연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이뤄지도록 이것저것 노력하며 산다는 사고방식이 당연한 건 아니라는 것을 여러 해동안 점차 알게 되었다.


아무튼, 딸램은 꾸준히 여행하며 꾸준히 연주하고 노래하는 꿈을 갖고 있었다. 그런 말을 했던 것을 잊고 지내다가 다시 되새겨보는 것은 동료들과 올해의 연차 사용 피드백을 한 덕분이다.

2023년 한 해동안 몇 개의 연차 중 몇 개를 언제 어떻게 썼는가에 대한 스몰토크가 오갔다.

*스몰토크란? 업무와 관련되지 않은 가벼운 일상 이야기. 딸램은 동료들과 스몰토크 하는 것을 대체로 즐거워한다. 스몰토크에 어울리지 않는 무거운 이야기나 험담은 피하고 싶다.

딸램이 돌아보니, 아주 알차게 연차를 썼다. 연차를 쓰거나 쓰지 않고 나들이를 매달 1~3번은 다녀왔다.

그러다 '한 달에 한 번은 여행하는 버스킹 여행자의 삶'이 내 꿈이었다는 것을 다시 떠올렸다. 내 꿈이 이런 거였는데, 꾸준히 주기적으로 나들이를 다니겠다는 부분은 이미 하고 있구나!

*'버스킹을 한다'는 나에게 좀 더 시간을 주도록 하자. ㅋㅋㅋ


딸램은 뮤지컬에서 보고 듣던 가사나 캐릭터 모습이 딸램의 일상 속에서 겹쳐 보이는 순간을 재밌어한다. 여행에 대해서 말하자면, 뮤지컬 레베카에서 주인공은 '행복을 병 속에 담아 간직하고 싶다'라고 노래한다. 그런데, 이건 너무 감성적이기만 한 이야기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다만, 너무 소중한 추억을 만들었기 때문에, 그 기억과 감정을 절대 잊고 싶지 않다는 마음은 공감한다.

딸램은 이런 기억과 느낌을 잊지 않고 싶으면, 사진과 영상과 글을 활용한다.

엄마와의 여행 추억을 사진, 영상, 글로 모아두면 언제든 꺼내볼 수 있지! 여행을 준비하고 실행할 때의 느낌을, 조금 옅어졌더라도 다시 경험할 수 있지!


엄마와 딸램 모두 "꿈같은 여행이었다"라고 말하는, 2023년 모녀 부산여행기를 펼쳐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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