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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yer Jan 08. 2024

여행의 시작은 공연 예매지, 암!

부산 여행 기획은, 조승우 배우 공연을 관람하고 싶다는 열망으로부터.

영화 <인셉션>은 주인공 코브의 한 가지 작은 아이디어에서부터 발전하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코브는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잠들어서 꿈꾸고 있는 사람에게 어떤 생각을 심어두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딸램의 2023년 부산 여행도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 "뮤덕이라면 조승우 배우의 공연을 라이브로 한 번은 봐야 하지 않아?"


딸램은 자타공인 뮤덕이다. *뮤덕이란? 뮤지컬 덕후. 뮤지컬 마니아를 의미한다.

어린이 시절에는 부모님께서 장난감 대신에 어린이 뮤지컬 관람을 함께 해주셨다. 미녀와 야수, 테크노 피노키오(피노키오가 나무가 아니라 로봇이라는 설정이었다), 정글북 그리고 김연아 선수의 자서전에도 등장하는 아이스링크 버전 알라딘도 관람했다.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이 되기까지도 시험기간에 수고한 자신을 위한 선물로, 공연 전문가로 성장하고 싶은 자신을 위한 투자 겸 취미활동으로 다양한 공연을 관람하러 다녔다.


딸램은 뮤덕이긴 하지만, 공연 시장에서 유명한 회전문 관객은 아니다. *회전문 관객이란? 특정 공연을 다회 관람하는 관객을 말한다. 인터파크에서 2021년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최다 관람자는 한 뮤지컬을 총 86회 관람한 관객이었다. 딸램이 다회 본 작품은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2회), <잭 더리퍼>(3회), <노트르담드파리>(3회, 프랑스팀 공연 포함)이다.

딸램은 한 작품을 두 자릿수 넘을 정도로 많이 관람하기보다는, 다양한 작품을 통해 여러 이야기를 접하고, 많은 배우들의 목소리와 연기와 안무를 즐겼다.

그런데, 오랜 기간 여러 공연을 관람한 것 치고는 특이한 점이 또 한 가지 있다. 바로 조승우 배우의 공연을 관람한 적 없다는 것이다. (홍광호 배우, 옥주현 배우, 김준수 배우 공연도 관람한 적 없다.)


딸램은 뮤지컬 예매를 할 때, 피 말리는 공연 예매, 소위 피켓팅에 참전한 전적이 없다. 좋아하던 배우가 유명하지 않을 시기를 잘 탔던 덕도 있고, 온라인으로 빠르게 자리를 잡는 것에 영 자신이 없기 때문에 애초에 피켓팅에 참전할 생각이 없었다. 대학에서 1안에서 6안까지 계획을 세워도 그 모든 것을 다 실패한 채, 아주 새로운 시간표를 짜야했던 경험이 피켓팅에 대한 전의 없음 상태를 유지하는데 큰 몫을 했다. 온라인으로 치열하게 뭔가 구매하거나 예매하는 것은 확실하게 지는 싸움터라고 여겼다.


그런데, 2023년 초에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자칭 뮤덕에 성덕이라면서, 조승우 배우 라이브를 한 번도 못 봤다는 게 말이 돼?'

뮤지컬 시장에서 조승우 배우는 큰 영향력이 있다. 출중한 실력으로 유명하기도 하고, 여러 영상 매체에서도 얼굴을 알린 지 오래되어 팬덤도 두텁다. 그래서 티켓을 구하기 여간 쉽지 않다.

조승우 배우의 무대를 한 번은 라이브로 보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가능할까? 궁리를 하다가 발견한 정보가 있었다. 바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 조승우 배우가 출연할 예정이라는 소식이었다.

마침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도 딸램이 라이브로 관람하지 않았던 공연이었기 때문에, 이 공연을 보러 가자고 결정했다. 문제는 티켓팅이었다.


뮤지컬 공연이 올라가는 무대를 떠올리라고 하면, 사람들은 보통 어느 지역, 어느 공연장을 떠올릴까? 딸램은대학로, 세종문화회관, 잠실 샤롯데시어터, 신당역에 있는 충무아트홀 그리고 한강진역 블루스퀘어가 떠오른다. 가장 많이 다녀갔던 곳이기 때문이다. 이 공간들의 공통점은 바로 서울이라는 것이다.

서울 외의 지역에서 거주하고 생활하는 사람들은 '공연 원정'을 다닌다. 원하는 캐스팅 조합으로 보고 싶은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숙소를 잡고 공연관람 겸 여행을 계획한다.


딸램이 생활하는 지역은 변두리이긴 하지만, 경기도이다. 그래서 숙소를 잡을 만큼의 원정 여행을 다녀본 적은 없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편도 2~3시간 정도면 되기 때문에, 오가는 교통편이 있다면 하루 훌쩍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오는 느낌으로 공연을 관람하러 다녔다.

그런데, 2023년 <오페라의 유령>은 특이했다. 공연을 서울이 아닌 부산에서부터 올리기 시작한다고 했다. 부산에 있는 드림시어터. 캐스팅보드에 이름이 올라가 있는 조승우 배우.

이번 기회에 공연 원정 여행이라는 걸 한 번 해볼까 생각하며 공연 예매 사이트에 접속했다.


사실, 딸램이 공연 소식을 접한 것은 티켓 예매 오픈 며칠 후였다. 참고로, 유명한 배우들이 출연하는 회차의 공연은, 서울에서 올라가는 공연이라면, 예매 사이트 오픈을 하고 수 분 후에 매진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80% 정도는 포기하는 마음으로 사이트를 열었다.

그런데 오잉? 예매가 안 된 자리가 보였다. VIP석 등 등급이 높은 좌석은 이미 매진이었지만, 꼭대기 층의 등급이 가장 낮은 자리는 아직 자리가 남아 있었다. 재빨리 한 자리를 찍고, 결제까지 완료했다.


그런데, 이런 여행을 언제 다녀올 계획이라고 부모님께 말하다가 갑자기 일행이 따라붙었다. 엄마도 이 공연을 보고 싶으셨다고? 엄마도 같이 여행하고 싶으시다고?

여행이야 같이 하겠지만, 공연 예매는 어떻게 할까 고민을 했다. 엄마께서 합류하고 싶다고 말씀하신 시점에는 2명이 붙어서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없었다. 그래서 엄마는 꼭대기 1열, 딸램은 꼭대기 맨 끝자리에 자리를 잡아 결제를 해두었다.

그러고도 뭔가 아쉬워, 시간이 날 때마다 예매 사이트를 들락거린 결과, 꼭대기 층 맨 끝자리에 붙어있는 두 자리가 비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전 예매 내역을 결제 취소하고, 붙어 앉을 수 있는 두 자리를 다시 예매했다.

2023년 예매했던 부산 공연, 일시.

아직 숙소도, 교통편도 잡아두지 않았으면서 이미 여행이 시작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인셉션> 속 코브의 아이디어처럼, 조승우 배우의 뮤지컬 라이브를 보고 싶다는 생각은 원정여행으로, 모녀 여행으로 점차 규모가 커져갔다. 즐거운 파장이 퍼져나가는 것 같았다.

이전 01화 프롤로그_꿈꾸던 삶을 살고 있는 딸램의 여행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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