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도 없고 인기도 없고 SNS도 없는 대학생이 출간하는 법
2019년 여름, 책을 내야겠다고 결심했다.
책은 유명한 사람들만 내는 것이라 생각했다. 이미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을 이룬 사람이거나, 신춘문예 당선자이거나, SNS 팔로워가 최소 1만명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평범하기 그저 없는 대학생이었다. 심지어 국문과나 문창과(문예창작과)도 아닐 뿐더러 팔로워가 많은 공개 SNS 계정 하나 없는 사람이었다. 이런 내가 2021년 9월, 출간을 앞두고 있다.
무작정 출간 계획서를 써보자
유명인들은 출판사로부터 출간 제의를 먼저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필자처럼 그렇다 내세울 만한 스펙도, 인기를 끌 수 있을 만한 요소도 (퇴사 후 세계 일주라던지, 직업이 독특하다던지 등등) 없는 사람이 작가가 될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투고이다. 출판사에 먼저 연락을 취해야한다는 것이다.
출판사에 먼저 연락하기 전에 해야할 일이 있다. 바로, 출간 계획서 작성하기.
어느 정도 집필을 해놓은 글이 있다면 그것을 함께 첨부해도 좋다. 그러나 무작정 작가가 되기 만을 꿈꾸는 우리네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경우, 글을 쓰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만 가지고 있을 뿐이지 그것을 제대로 집필해 놓은 경우는 드물다. 이 때 필요한 것이 '출간 계획서'다.
출간 계획서는 어떻게 쓰나요?
출간 계획서에는 포함되어야 할 요소들이 있다. 필자가 투고했던 출간 계획서를 기준으로 설명해보겠다.
1. 기획의도
2. 가제
3. 예상 목차
4. 저자 프로필
5. 타깃 독자
6. 집필 기간
출간 계획서에 정해진 룰은 없다. 그러나 위의 여섯 가지 요소는 기본적으로 포함되어 있는 것이 좋다. 포털 사이트에 '출간 계획서'라는 키워드를 검색하면 여러 이미지나 파일들이 나온다. 그러나, 초보 작가의 경우 남들이 만들어 놓은 출간 계획서 파일의 모든 칸을 채워서 제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여러 출간 계획서 폼들을 본 이후에 본인이 자신 있다고 생각하는 항목, 어필 할 수 있을 만한 항목들을 골라서 자체적으로 출간 계획서 폼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필자의 경우, 별다른 폼도 만들지 않고 한글 파일에 위의 여섯 가지 항목을 정리해서 작성하는 방식으로 출간 계획서를 완성했다.
출간 계획서에서 중요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필자의 경우, 출간 계획서에 작성했던 도서와는 살짝 다른 방향의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출간 계획서에는 '여행 에세이'를 집필할 것이라 계획했지만, 곧 출간을 앞두고 있는 도서는 '일상 에세이'에 가깝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출판사 마음대로 제 책을 바꿔 버리는 건가요?"
: 그건 절대 아니다. 출판사에서는 작가가 가장 잘 쓸 수 있고, 가장 쓰고 싶어하는 방향의 책을 쓰도록 이끌어줍니다. 그래야만 가장 좋은 결과물이 나오고, 가장 좋은 결과물이 나와야지 더 많은 독자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출간 계획서의 내용 자체는 그닥 중요하지 않다. 라는 점이다.
출간 계획서에 적힌 그 예비 책이 좋아서 당신과 계약하려는 것이 아니라, 출간 계획서에 적힌 당신의 문체나 가제/목차를 설정할 때 느껴지는 당신의 센스가 좋아서 계약하려고 하는 경우가 더 크다.
따라서 출간 계획서를 작성하는 단계에서 부터 완성된 책을 보여주려고 한다거나 책의 깊이를 보여주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다만, 당신의 센스와 문체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필자도 마찬가지였다. 필자는 '여행 에세이를 꼭 내고 싶어!' 라는 사람이었다기 보다는, '책을 꼭 내고 싶어! 그나마 잘 쓸 수 있는 게 여행 에세이가 아닐까?'라는 마인드로 투고를 했다. 출판사 측에서는 여행 에세이가 적힌 나의 출간 계획서를 보고 필자와 출간 계약을 맺었지만, 미팅을 거듭하며 필자의 문체와 감성은 일상 에세이에서 더 발휘 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집필을 방향을 다시 잡아주었다.
출판사는 당신이 출간 계획서에 적어놓은 책을 그대로 출판하려고 하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 당신이 초보 작가라면 더더욱 그렇다. 따라서 출간 계획서를 쓰기도 전부터 책의 내용을 구상하는 데 오랜 시간을 들이기 보다는 무작정 출간 계획서부터 작성하는 것을 추천한다!
투고하는 법에 대해서는 [출간일기2]에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