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다가 저녁 찬거리와 주말에 먹을 것을 살 겸 양재 이마트에 들렀습니다. 마트에서 이것저것 담다보면 10~20만 원은 우습게 넘곤 합니다. 욕심만 조금 내려놓으면 더 절약할 수 있는데 말이죠.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먹고 싶은 것들을 일단 카트에 담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트를 나설 시간이 다가오면 그 물건들을 하나 씩 보면서 질문을 던지는 겁니다.
‘이것이 이번 주말에 나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인가.’
라고 말이죠. 이 질문을 던지다보면 물건들이 하나 둘 나왔던 곳으로 제자리를 찾아서 돌아가곤 합니다.
이것은 여행을 갈 때도 마법 같이 짐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여행 며칠 전에 짐을 싸놓곤 매일
‘이것이 없으면 이번 여행이 불가능한가.’
라는 질문을 하면서 하나씩 빼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느새 32인치 캐리어는 24인치로, 24인치는 배낭 하나로 해결되곤 합니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서. 제가 과일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은 복숭아입니다. 그중에서도 황도를 가장 좋아하는데요. 목마를 때 냉장고에서 시원한 황도하나 꺼내 껍질을 후루룩 벗겨내 한 입 베어 물면 맛이 그만입니다.
마트에 도착하고 이리저리 필요한 물품을 카트에 담고 과일 코너를 지나는데 달콤한 향에 고개를 돌리니 복숭아가 놓여있었습니다. 플라스틱 포장 케이스에 들어있는 복숭아 4개. 가격표를 보니 13,800원입니다. 복숭아 한 개에 3천원이 넘는다니. 마음속으로 질문 했습니다.
‘이 복숭아가 나에게 반드시 필요한가.’
질문을 하니 결과는 쉬웠습니다. 복숭아를 다시 제자리에 놓았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사실 지금껏 제가 스스로 과일을 사먹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 달달한 향을 맡으며 과일 코너를 한 바퀴 돌았습니다. 한 바퀴, 두 바퀴. 그리고 그 복숭아는 카트 안으로 다시 들어왔습니다.
집에 돌아와 가장 시원하고 맛있게 먹으려고 냉장고에 몇 시간을 넣어 두었습니다.
몇 시간 뒤, 다시 냉장고 문을 열고 시원해질 대로 시원해진 복숭아를 먹으려 케이스에서 꺼내곤 완충제를 벗겼는데...
완충제로 가려진 부분이 썩어있네요. 혹시나 해서 나머지 3개도 확인해보니 똑같이 그러네요. 한순간에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습니다. 실망은 곧 분노로 바뀌었고 분노할 대상을 찾았습니다. 속으로 이따위 물건을 판매 한 이마트를 욕했습니다. 이마트는 과일 포장 담당자로, 담당자는 다시 정용진부회장으로, 정용진부회은 다시 신세계 그룹으로, 신세계는 다시 동방생명으로, 동방생명은 다시 동화백화점으로, 동화백화점은 다시 미츠코시 경성점으로. 그리고 마지막은 복숭아를 고른 내 손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