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에 머리라도 짧게 하면 더위가 좀 가실 것 같아 미용실에 들렀습니다.
도착 후 잠시 기다리라는 안내를 받은 뒤 대기석에서 차례를 기다렸습니다. 곧 담당 디자이너가 왔고 두어 번 본 익숙한 얼굴 덕분에 미용실의 어색한 공기에서 벗어 날 수 있었습니다.
가끔 미용실을 가면 디자이너 분들의 친절(예를 들면 내내 말씀을 한다던가, 앉은 무릎으로 질문을 한다던가, 문 밖까지 나와서 배웅을 한다던가)이 어색할 때가 많아 말을 거의 하지 않는 편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그 정적이 조금 머쓱해서 먼저 말을 건넸습니다. “오늘 날씨 덥죠?” 블랙진과 화이트 셔츠로 멋을 낸 그녀가 감사하다며 미소를 한껏 뽑아냅니다. 잠시 이런 저런 대화가 이어지다가 문득 궁금해서 물어봤습니다. “헤어 디자이너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어요?” 잠시 그녀는 생각을 하더니 말을 꺼냈습니다. “사실 고객님들 만나다보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헤어 디자이너 일을 어떻게 하게 됐냐는 질문이에요. 그 질문을 들을 때마다 이리저리 생각하다 ‘그냥 남을 예쁘게 꾸며주는 것이 좋아서요.’라고 대답하곤 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한 고객님이 오셨는데 이십 대 후반정도로 보이는 외모와 요구하는 스타일이 한눈에 봐도 딱 면접을 앞둔 사람이었어요. 이것저것 세세하게 스타일링을 요구하시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내가 지금 이 사람의 헤어를 최선을 다해 스타일링 하면 면접 때 좋은 인상을 남길 것이고 결국 점수를 높게 받아 이 고객님은 연봉 1,000만원을 더 주는 회사로 취업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요. 그때 이후론 제가 어쩌면 고객님들의 인생을 바꿔 줄 수도 있겠다는 믿음으로 이 일을 하고 있어요. 그렇게 생각을 하니 저도 모르게 주말에 조금 더 자는 것보다 미용 관련 수업을 찾아서 듣기도 하고, 관련된 서적을 이리저리 들춰보기도 하더라고요.” 그녀가 눈을 반짝거리며 말을 마무리했습니다.
사무실로 돌아오며 그녀의 말을 곰곰이 곱씹었습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내가 가장 빛나는 순간은 나로 인해 누군가를 빛나게 해줄 수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그들이 빛날 수 있도록 저 스스로의 계발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겠습니다. 저의 내적 충족이 곧 그들의 만족이 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