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에 꽂히면 그것만 찾는다.
노래, 책, 음식, 옷, 드라마. 새로운 것을 좇지만, 어느새 익숙한 것을 찾게 된다. 처음 느꼈던 만족감을 대체할 만한 것을 찾지 못한 것이기도 하다.
한동안 김승민의 Drivin'이란 노래에 빠져서 운동할 때, 청소할 때, 열받았을 때, 우울할 때, 기쁠 때, 샤워할 때도 무한반복 재생을 했다. 아이들은 또 틀었냐고 하지만, 나를 만족시켜 주는 그 노래가 들을 때마다 새롭다.
"엄마, 그거랑 비슷한 풍의 노래가 있어요."
취향이 비슷한 둘째의 권유로 들어본 노래는 짧은 훅이 인상적이었지만, 내 마음을 흔들어놓진 못했다. 흥얼거리는 내 모습에 드디어 노래를 바꿀 수 있다는 기대를 한 둘째. 반짝이는 눈동자에 재를 뿌렸다. 다시 Drivin'을 틀었기 때문이다.
치킨을 삼시 세 끼로 365일 먹으라고 해도 먹을 수 있을 것처럼 좋아한다. 어떤 메뉴든 상관없다. 치킨이면 된다.
그중 가장 선호하는 치킨은 숯불로 구워서 매콤 달콤한 양념으로 버무린 것을 가장 좋아한다. 치킨집마다 한 번씩 시켜 먹고 내 입맛을 사로잡은 한집을 찾아냈다. 한놈만 팬다. 매번 그 집에 주문을 한다. 어플은 사용하지 않는다. 일부러 내 번호를 노출하기 위해 매장으로 직접 건다.
"아~~~ㅇㅇ아파트. 1xx호죠? 같은 걸로요?"
"네~~"
한마디면 주문 완료다!! 동네 장사를 제법 잘하는 사장님은 알아서 서비스 맛보기 사이드메뉴를 한 개씩 보내주신다. 콜라도 함께.
나는 판타지물을 좋아한다. 마법을 부리고, 일당백 주인공이 있는. 현실과 다른 세상을 그려놓은 드라마와 소설은 나를 세상 밖으로 이끈다. 현실이 힘들수록, 더욱 빠져드는 곳. 마치 다중우주 속 109호 지구의 내가 그곳에 함께 하는 기분이다.
평이 좋은 영화와 소설, 드라마. 새로운 것이 나올 때마다 챙겨보지만, 내 취향을 충족시켜주지 못한 작품이 있기도 했다. 그럴 땐 내가 좋아했던 작품을 찾아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다시 보기도 한다.
무한 반복은 덕질의 기본 아니던가.
올해 나의 컬러는 블랙이다. 결정하고 나면, 다른 건 생각하지 않는다. 진한 블랙, 색이 바랜 블랙, 프린트 문구가 있는 블랙, 작은 로고가 있는 블랙.
블랙 청바지, 블랙 면바지, 블랙 반바지, 블랙 롱스커트, 블랙 와이드바지, 블랙 운동복. 블랙 운동화, 블랙 구두.
그냥 함께 빨고, 아무거나 꺼내 입는다. 어떤 걸 입을까 에너지를 쏟을 필요가 없다. 내가 좋아하는 색으로 된 한 해를 즐기면 어느 순간, 또 다른 색이 눈에 띈다. 요즘 초록색이 눈에 띈다. 불안하다.
남편은 이런 나를 보고 게으르다 말한다.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고, 다시 적응하길 귀찮아하기 때문이라고. 그럴 때마다 설명했다. 새로운 걸 접해봐도 그 이상으로 만족감을 주는 걸 찾지 못해서라고. 그렇다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다시 보고 듣고 먹는 게 뭐가 나쁘냐고.
내 취향을 함께 좋아해 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왜 자꾸 입을 대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난 오늘도 한 놈만 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