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백 프로젝트
비밀이란 사전적 의미는 "숨기어 남에게 드러내거나 알리지 말아야 할 일"이다.
누구나 말 못 할 비밀 하나는 마음속에 품고 살지 않을까? 나도 그런 비밀 하나가 있다.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 사로잡힌 사람이라 늘 내가 원하는 선택보다는 남들이 원하는 선택을 하고 살았다. 집에서는 엄마가 원하는 대로, 연애할 땐 남자 친구가 원하는 대로, 친구를 만날 땐 친구가 원하는 대로.
내가 원하는 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내가 원하는 게 뭐인지 모르고 살았다는 게 정답이다.
"무엇을 하고 싶니?" 같은 간단한 질문조차 대답할 수 없는 지경이었으니.
회사를 다닐 땐, 내 업무 이외에 부탁받은 일들을 하느라 야근을 해야 했다. 거절을 표현하는 말이 세상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살았다. "네"라는 선택지만 있는 문제를 받은 사람처럼. 내가 했지만, 다른 사람이 한 결과로 보고서가 올라갔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을 앓았다.
그렇게 속앓이를 한다고 해서 누가 알아주는 이 하나 없었고, 억울한 마음만 쌓여갔다. 풀리지 않는 실타래를 풀어보려 노력하는 게 나를 더 힘들게 했다. 늘 그랬던 것처럼 꼬인 채로 살아가는 게 내 삶인 듯. 수용하며 살았다.
사실, 난 그러고 싶지 않았다.
주변의 기분을 살펴, 상대가 원하는 것을 해주고 싶지 않았다. 그러고 싶을 만큼 희생정신이 투철하지도 않았으면서, 억지로 하니 기쁘지 않은 게 당연했다. 그래도 누군가는 알아줄 거라 기대했다. 조용히 다가와 나의 노고를 인정해 줄거라 믿었나 보다. 난 정말 하기 싫었지만 해줬으니 너는 '고마워' 하라고. 하지만, 누구도 고마워하지 않았다. 나는 당연히 그렇게 해 주는 사람이라, 고마워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누굴 탓할 수 있을까. 내가 그렇게 행동한 것을. 내 가치를 떨어뜨린 건 바로 나였다.
나만 아는 비밀.
착하지도 않으면서 억지로 착하게 살다가, 나 혼자 억울했던 이십 대.
이젠 못할 말 없는 사십 대가 되었지만, 그래도 아픈 기억들이 생각날 땐 힘들었을 이십 대의 내가 안쓰럽다가도, 왜 그렇게 멍청하게 살았냐고 쓴소리가 절로 난다. 나만 하는 억울함은 여전하지만, 더는 쌓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마침표를 찍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