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끄는 스위치가 필요해

인프제 보라 / 필름

by 모도
p43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니 원치 않는 것에 대한 무게까지 짊어질 수밖에. 한 발로 몸을 지탱하는 것도 버거워 죽겠는데 모래주머니까지 차고 높은 산을 오르려 하니 발목이 남아나질 않았다.



수능을 친 후,

인생의 첫 도전을 앞두고 들은 첫마디가,

"너 성적 몇 점 나왔어?"


어느 누구도

"넌 어떤 일을 하고 싶니?"

"어떤 일을 할 때 재밌니?"

라고 물어보지 않았다.


물론,

나조차도 내 인생에 큰 관심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부모님은 입시에 대한 정보를 전혀 몰랐고,

선생님들은 대학 입학자 수만 중요하던 그때.


내 인생인데 왜 욕심내지 않았을까.

왜 관심조차 가지지 않았을까.

지금에서야 그 순간들이 아쉽기만 하다.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

"왜 하필 지금이냐고."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왜 지금이면 안되냐고."

"늦지 않았다."라고 책은 대답한다.


책은 내 등을 떠밀어주었고,

나는 도전했다.

내 나이 올해 마흔여섯.

그 어느 때보다 설레고 살아있음을 느낀다.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힘껏 내던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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