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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팅게일 Mar 30. 2024

The Show Must Go On

내 생에 첫 뮤지컬 

안녕하세요!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한 글을 쓰는 작가 #라이팅게일 권영희입니다.


방금 제 생애 첫 뮤지컬 공연 관람인 '레미제라블'을 보고 왔어요. 


대학생 때는 돈이 없어서 대학 졸업과 동시에 바로 아이 낳고 키우고 곧 이어진 이혼과 인생에 소용돌이에 휘말려 공연 같은 건 꿈도 못 꿨다가 최근에 여유가 생겨 태어나 처음으로 뮤지컬이란 걸 보았습니다. (앗, 다시 생각해 보니 제 생애 첫 뮤지컬은 아마도 아이 어릴 때 본 번개맨일 수도 있겠네요 �)


많은 분들이 그렇듯 저도 아이 낳고 여러 바쁜 일상을 살다 보면 문화생활과는 자연히 거리가 먼 삶을 살았고 접하질 않으니 더 잘 모르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다시 제가 정신적으로 풍요로워진 것은 남편을 만나고 난 후부터였어요. 남편은 그간 독신으로 부양할 가족 없이 혼자 지내오다 보니 삶에 여유가 넘쳐(?) 문화생활을 게을리하지 않은 덕에 저의 뒤쳐진 10년을 캐치업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뮤지컬 관람은 어쩐지 선뜻하기 어려웠는데요, 작년 10월 즘인가 남편이 본인이 갖고 있는 레미제라블 25주년 공연 실황 영상을 아이에게 보여줄 겸 오랜만에 보게 되었습니다. 


내용을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공연을 보니 아름다운 대사와 목소리를 비롯해 인생에 모든 것이 들어가 있는 묵직한 내용까지.. 한 달 이상을 매일 봐도 질리지 않았고 특정곡들은 들을 때마다 매번 눈물이 나더라고요. 특히 장발장역을 맡은 #AlfieBoe 의 "Bring him home"을 듣노라면 알 수 없는 황홀감과 감동에 휩싸여 매 번 눈물을 흘렸습니다. 저는 곧 #AlfieBoe 의 목소리와 사랑에 빠졌고 작년 12월 그가 런던에 한 극장에서 크리스마스 공연을 한다는 소식에 나 홀로 다녀온 적도 있습니다. � 

런던 여행 포스팅 보러 가기: 



제게는 특별한 레미제라블 공연팀이 토론토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작년 11월 미리 예약을 했습니다. 정해진 날짜는 빨리 온다고 드디어 오늘 공연을 보았네요! 



눈을 뗄 수 없는 멋진 연출과 배우들이 공연 내내 꽉 채운 내뿜는 에너지, 숨소리 하나까지 들리는 생동감등 다 좋았지만 제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다름 아닌 8살짜리 꼬마 배우 Leo Caravano였습니다.


극 중 시위에 참여하는 약방의 감초와 같은 중요한 역할을 맡은 이 배우는 어린 나이에 큰 무대에서 좌중을 휘어잡고 노래와 연기도 끝내줬지만 특정 싸움 씬에서 계단식으로 되어 있는 바리케이드에 어떤 남자 배우 뒤에서 노래를 부르다 발이 앞에 있는 남자 배우 코트에 끼어 꺼내지 못해 낑낑 대더라고요. 더욱 놀라운 것은 그렇게 발을 꺼내려고 안간힘을 쓰면서도 노래는 멈추지 않고 계속 불렀습니다. 앞에 앉은 배우도 관객들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에 딱히 도움을 주기 어려워 보였습니다. 그러다 그 꼬마 배우는 발이 빼지지 않자 잠깐 멈추더라고요. 그러다 이내 다시 발을 빼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알고 보니 바로 다음 씬이 꼬마배우가 바리케이드 맨 꼭대기에 올라가 총을 맞는 장면이었어요.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무척이나 당황스러웠을 텐데도 맡은 바 최선을 다하고 어떻게든 해결해서 다음 장면까지 멋지게 해내는 그의 모습이 너무나 존경스러웠습니다. 


발이 묶인 상황에서도 노래를 멈추지 않을 수 있었을 만큼 얼마나 연습을 많이 했을지 가늠이 안되더라고요. 그의 책임감과 프로 정신에 열렬한 박수를 보냈습니다. 


오늘 공연 전 시간을 잘 못 계산해 애매한 시간에 도착했고 저녁 먹을 곳을 찾지 못해 허둥대며 겨우 찾은 식당에서 10분 만에 허겁지겁 먹어야 하는 상황이 있었는데요. 사실 지나고 보면 별 일 아닌 일인데 가족들이 행복하지 않은 모습에 괜히 자책감도 느끼고 불안감이 올라오더라고요. 그 꼬마 배우를 보니 공연 전 그 바쁜 상황이 다시 보였습니다.


공연은 중간에 예기치 못한 상황이 생기거나 실수를 했다 하더라도 관객 앞에서 '죄송한데 저 다시 한번 할게요'라고 말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어떻게든 그 순간을 어떤 감정의 개입 없이 최선을 다해 넘기고 해결한 그 꼬마배우처럼 실수나 예기치 못한 상황에 너무 연연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뮤지컬의 실수하지 않도록 집중해야 하지만 설사 틀렸다 하더라도 그것에 빠져 있을 틈 없이 바로 다음 것을 준비하고 집중해야 한다는 점에서 묘한 위로를 얻었습니다.


오늘 하루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만나시더라도 그 안에 빠져계시기보다 바로 다음을 생각하실 수 있는 그런 가뿐한 하루를 보내시길 바라요. 오늘 하루라는 멋진 공연은 계속되어야 하니까요! 


제가 오늘 공연에서 받은 감동과 배움을 여러분께 나눠드릴게요. 


오늘이라는 멋진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시길 마음 가득 담아 응원합니다. 


늘 감사합니다. 


#라이팅게일 #The_Show_Must_GO_ON #Leo_Caravano

#Les_Miserab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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