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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팅게일 Feb 20. 2024

위대한 휴식 (feat. 딸아이의 조언)

라이팅한 일상 

안녕하세요!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한 글을 쓰는 작가 #라이팅게일 입니다.

지난 1월은 다소 힘든 달이었습니다.

작년에 찾은 '글쓰기로 세상을, 사람들을 돕자'라는 저의 소명이 '작가'라는 정체성을 갖도록 이끌었습니다. 벅찬 마음을 안고 하고 싶은 것이 생기면 무식하게 돌진하는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저는 또 스스로를 몰아붙이기 시작했습니다.

결과보다는 중요한 것이 과정이고 나 자신을 믿고 한 발 한 발 나아가면 될 것을 저는 또 더 빨리 많이 잘하고 싶은 마음에 스스로를 경주마 다루듯 채찍질을 시작한 것이죠.

많이 회복되긴 했지만 저는 여전히 집중력이 좋지 못합니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불안 증세에 꾸준히 매일 무언가를 반복적으로 하기 힘듭니다. 하루 8시간 일을 하지 못하기에 여전히 일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지요. 그동안은 쉬엄쉬엄 천천히 잘 가고 있었는데 '글쓰기'라는 하고 싶은 일이 생겼고 오래간만에 생긴 열정이 너무나 반가워 습관처럼 마음 독하게 먹기부터 시작하고 있더라고요. (여러분 독하게 마음먹으면 그 독에 나가떨어지기 십상입니다. 저도 알고 싶지 않았습니다)

다시는 찾지 못할 줄 알았던 무언가의 열정에 너무나 기쁜 나머지 매일 글쓰기에 돌입했습니다. 루틴도 제대로 만들지 않은 상태에서 마음만 앞선 나머지 그렇게 매일 글쓰기를 푸시하다 새벽에 잠들곤 했습니다. 하루종일 증상에 힘겨운 날도 밤늦게까지 무작정 책상 앞에 앉아 있곤 했습니다. 그날 하루를 그렇게 보내 버리고 싶지 않아서요.

결과는 어땠냐고요?

그렇게 저는 잠을 2-3시간만 매일 자고 극도로 예민해진 나머지 불면증으로 번졌고 급기야 패닉어택엔딩으로 1월을 마무리했죠.

이는 매일 조바심을 갖고 스스로를 남들과 비교한 결과입니다. 조심조심, 쉬엄쉬엄 제 탬포에 맞게 가야 할 것을 알면서도 다른 이들처럼 8시간 근무는커녕 #링크드인 에서 열정적으로 일하시는 분들을 보며 그러지 못한 제가 너무 속상했거든요.

그리고 때에 따라 다음 단계로 가려면 몰아붙여야 할 때도 있잖아요. 의사도 테라피스트도 심지어 제 마음 깊숙히 아직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몰아붙여야 할 때라고 믿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조바심에 전전긍긍하는 저를 보고 하루는 딸아이가 작년 바르셀로나 여행에서 간 #피카소박물관 이야기를 꺼내더군요.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좋았던 곳이 어디냐 물으면 저와 딸아이는 입을 모아 "피카소박물관" 이라고 대답합니다. 가우디 보다 좋았습니다.

"엄마 나는 피카소 작품 중에 비둘기가 나온 그림이 가장 좋았어."

"왜?"

"피카소가 당시 한창 유명한 작품을 작업하던 중인데 스트레스가 심했대. 하도 스트레스가 심해서 잠시 쉬려고 힐링하려고 그린 그림이 비둘기래. 그런데 그렇게 쉬려고 가볍게 그린 그림이 미술관에 걸릴 만큼 유명한 작품이 되었다는 게 참 멋지고 신기했어. 거기서 난 쉬는 것이 무언가를 중단하는 것이 아니란 걸 깨달았어. 엄마 쉬는 시간이 멈추거나 실패한 시간이 아니야. 나는 엄마가 이렇게 쉬는 동안 미술관에 걸릴 만큼 멋진 무언가가 나올 거라 믿어. 그러니 엄마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쉬엄쉬엄 해."

머리를 두 대 얻어 맞은 기분이 들더군요.

애기처럼 보이던 녀석이 언제 이렇게 컸나 싶은 생각에 한 대, 같은 그림을 보고도 그런 깊은 생각을 했고 엄마에게 멋들어진 조언을 해준 다는 사실에 두 대요.

딸아이의 조언 덕에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저는 당시 제가 시작한 #마흔_정서적독립과_잃어버린_자기확신을_찾기_시작하다 를 끝내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었거든요. 피카소 같은 대가도 그렇게 막히면 다른 그림으로 휴식을 취했는데 저 같은 초짜는 말해 뭐 하겠어요. 그래서 저도 호흡을 길게 잡고 다른 쓰고 싶은 글로 잠깐 힐링을 하기로 했는데 그렇게 시작한 것이 최근 쓰고 있는 저의 #해외취업도전기 #기간제교사에서_유튜브본사까지 입니다.

어쩌면 휴식은 멈추는 것이 아니라 위대한 무언가를 탄생시키는 과정일지 모릅니다.

#라이팅게일 #위대한휴식 #피카소 #Pigeons

*사진은 딸아이 방에 걸려 있는 피카소의 Pigeons 엽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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