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한 한 주 보내고 계신가요,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한 작가 #라이팅게일 입니다.
오늘 저는 토론토 한인회관에 투표를 하러 다녀왔습니다. 지난 2019년에 캐나다에 왔고 그간 두 번의 투표 기회가 있었는데 하지 못했습니다. 부끄럽지만 오늘이 한국에서 나온 후 처음으로 참여해본 선거입니다.
해외에서 투표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참 감사하지만 막상 해보니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재외선거를 하기 위해서는 특정 날짜에 맞춰 등록을 해야 하고, 또 투표 기간에 맞춰 투표를 해야 합니다. 저는 토론토에서 50km쯤 떨어진 도시에 살고 있는데 오늘같이 비가 오는 날이면 교통이 혼잡해 다녀오는 데 왕복 3시간이 걸렸네요.
이 넓은 캐나다 모든 지역에 영사관이 있는 것도 아니지요, 멀리 사는 분들은 투표하러 3-4시간씩 걸려 오시는 분들도 계실 거예요. 바쁜 일상을 살다 보면 마음은 있어도 재외 선거 등록일이나 투표일을 놓칠 수도 있을 겁니다.
그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투표하는 건 마음 이상이 있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재외 선거를 준비해주시는 분들, 먼 곳에서 오셔서 투표하시는 분들, 해외에서도 투표를 할 수 있다는 사실까지 감사한 마음이 밀려왔습니다.
저의 한 표가 선거 결과를 통째로 바꿀 만큼의 힘이 있겠습니까마는 제가 나고 자란 귀한 고국이 더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나왔습니다.
투표장을 나오며 녹음이 한껏 짙어진 선명한 풍경 사이로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 있었는데요.
다름 아닌 소녀상이었습니다.
저의 LinkedIn 경력란에 보시면 2018년도에 트랜스크립터로 활동한 경력이 있습니다. 당시 저는 해외 취업을 위해 새로운 경력을 쌓고 있었는데 트랜스크립터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트랜스크립터는 말 그대로 녹음 파일을 듣고 글로 옮기는 일입니다. 당시 국책 사업 중 하나로 전 세계 외국 기자분들을 초청해 한국을 취재하는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저는 거기서 인터뷰 녹음본을 듣고 문서로 정리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덕분에 그간 몰랐던 한국을 대표하는 각 분야에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인터뷰는 영화 <허스토리>의 실제 인물이시기도 하죠, 한국 여성의 인권과 위안부 운동에 평생을 바치신 '민족과 여성 역사관'의 김문숙 회장님이었습니다.
젊은 시절 부산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며 여성운동을 하고 계셨던 김문숙 회장님은 우연히 위안부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셨다고 합니다. 1945년에 해방이 되었으나 1990년도까지도 위안부의 존재에 대해 몰랐다고 하는데요, 여성운동을 계속 해오셨음에도 모르셨다고 해요.
알게 되신 경위가 인상 깊습니다.
1985년도에서 90년도까지 일본에서 한국으로 매춘 관광을 많이 왔다고 해요. 대낮 호텔에 젊은 여성들이 일본 남성들과 팔짱을 끼고 드나드는 걸 봤는데 그게 바로 매춘 관광이었습니다. 기가 찬 나머지 당시 부산 수영구에 있는 비행장에 가서 플랜카드를 들고 매춘 관광 반대 운동을 시작하셨다는데요.
그때 한 일본 관광객이 전쟁 중에 조선의 처녀들이 몸을 팔러 중국의 남쪽 섬에 많이 와 있었다고, 그때는 군인이어서 돈이 없었지만 지금은 돈을 낼 수 있는데 왜 못하게 막느냐며 도리어 항의를 했다고 합니다.
교육도 못 받은 처녀들이 어째 중국까지 가게 되었을까, 이를 이상하게 여긴 김문숙 회장님은 그때부터 관심을 갖고 위안부 문제를 조사하기 시작했는데, 알고 보니 일본 정부가 조선의 처녀들에게 공장에서 일을 하면 돈을 많이 주겠다고 속여 모집한 다음 위안부로 만들었다는 걸 알게 되셨다고 합니다.
투표장에 나와 고국에서 1만 키로나 떨어져 있는, 낯선 이국 땅에 애처로이 서 있는 소녀상을 보며 한 사람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생각했습니다.
저의 한 표가 얼마나 큰 힘이 있겠습니까마는, 그런 하나하나가 모여 변화가 일어납니다. 큰 변화는 작은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되지요.
김문숙 회장님께서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면, 이 소녀상이 이역만리 외국에 서 있을 수 있었을까요.
한 사람의 관심과 용기가 이렇게나 큰 변화를 만들 수 있구나 싶어 내리는 비를 맞으며 한참 동안이나 서 있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용기와 변화를 품고 있습니다.
얼마나 큰 힘을 갖고 있는지, 그 힘은 한 세계를 뒤흔들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 그렇기에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위대하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랄게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안한 금요일 보내셔요.
라이팅게일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