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과 성장의 공통점

by 라이팅게일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한 작가 #라이팅게일 입니다. 이따금씩 감사일기로 뵈었지만, 글로는 오랜만에 인사드리네요. 정말 반갑습니다.



여름을 지나 10월 추석 연휴, 캐나다 땡스기빙이 바로 어제처럼 느껴지는데 어느새 12월이네요. 매일 다르지 않은 일상에 하루하루 혹은 일주일은 느리게 가는 와중에 세상에나 2025년의 마지막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가고 있네요.



그간의 소식을 전해드리자면 저는 몸의 회복에 집중하며 가족들과 함께 하는 소소하지만 귀한 일상에 몰입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지난 7월 호기심에 실험 삼아 복용했던 영양제를 중단하니 극심한 금단 현상이 찾아왔고 한 달 정도면 몸이 리듬을 찾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웬걸 이유 모를 어지럼증과 두통이 생겨 거동조차 어려워진 거예요. 그래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8월의 어느 날, 그날은 두통과 어지럼증을 넘어 눈앞도 깜깜하고 혀까지 꼬이길래 ER을 다녀왔어요. 캐나다에서 ER 방문은 두 번째인데 6시간 넘게 병원의 좁은 간이 의자에서 대기하다 겨우 만난 의사선생님은 혈액검사상 아무 이상 없어 보이고 소견상 귀에 이상이 의심되니 패밀리 닥터를 만나 상의하라는 말을 듣고 허무하게 돌아왔어요. 캐나다에서의 ER은 생명의 이상이 없으면 아무런 조치를 안 해준다 들었는데 허탈한 웃음이 났습니다.



그래도 제게 그 날의 ER 방문은 꽤나 의미 있었는데요. 의사선생님을 만나기 전 저를 문진해준 간호사님께서 그간의 상황을 쭉 듣더니 아무래도 영양제 복용에 따른 라이프 스타일 이슈인 거 같다는 거예요. 간호사님은 제가 복용한 제품에 대해 잘 알고 계셨고 가까운 지인이 복용했다가 크게 고생했다고, 해당 제품이 사람을 아무것도 못 느끼는 로봇으로 만든다며 주의를 줬습니다. 그분의 말씀에 안갯속에서 길을 찾은 듯했습니다.



당시 제 상태는 정밀 검사를 받을 수 있기는커녕 밖에 나가지도 못할 지경이었어요. 조금만 걸어도 어지러웠거든요. 4년간의 병가 기간 동안 달고 살았던 브레인 포그를 극복하기 위해 1일 1 식을 철저하게 지켰고 공복에 운동을 하며 스스로를 채찍질했어요. 몸은 피곤한데 피곤을 느끼지 못했고 복용을 중단하니 몸이 그제야 무너지고 있었단 걸 알았지 뭐예요.



병원에 갈 만큼의 거동이 힘들기도 하지만 어차피 캐나다에서는 검사 일정을 잡는 것도 원인을 파악하기에도 오래 걸리니 일단 4개월간 밥 잘 먹고 잘 쉬면서 회복에 집중해 보기로 했답니다. 굳이 기한을 4개월로 잡은 이유는 영양제를 4개월간 복용했으니 회복의 기간도 그만큼 주고 싶었어요.



1일 1식을 1년 반가량 해온 제게 하루에 두 끼를 다시 먹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먹으면 어지럼증이 나아졌기에 자유롭게 먹긴 했지만 소화가 안돼 잠이 오지 않더군요. 심한 어지럼증에 운동도 할 수 없으니 고역이었습니다. 그렇게 한 달 반 가량 요양하고 나니 지난 10월, 드디어 집 나간 잠이 돌아왔어요. 지난 4년간 저는 불면에 시달렸고 하루 2-3시간 정도 잠을 잤는데 한 달 넘게 10시간씩 매일 잤습니다. 잠을 잘 때마다 머릿속에 꽉 조여져있던 헝클어진 실타래가 술술 풀리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때 느꼈어요, 아 회복이란 이런 것이구나.



11월부턴 조금씩 움직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잘 먹는 것도 적당한 운동도 중요하지만 잠을 많이 자니 어지럼증과 두통이 빠르게 사라지더군요. 3주 만에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을 만큼 좋아졌어요. 신기했습니다.



지난 11월은 건너가는 시간이었어요. 건강한 두 끼 식사로 몸의 리듬을 회복하고 충분한 잠도 몸에 부어줬지요. 11월 28일이 애초에 계획했던 회복 기간 4개월이 종료되는 날이었는데 일상을 회복한 수준이 되었으니 성공적이란 생각이 듭니다.



마음을 많이 내려놓고 받아들이며 회복에 집중하는 감사한 시간을 보냈지만 그 시간이 마냥 행복하진 않았습니다. 성장과 회복은 공통점이 있어요. 회복과 성장은 눈에 보이지 않죠. 거기다 지루한 반복을 통해 부족한 나를 바라보는 것을 견뎌야 하거든요. 내 마음은 이미 매일 뛰어다니는데 현실은 매일 마주하는 어지럼증과 작은 일상도 힘겨운 스스로를 만나야 했습니다. 마음과 현실의 갭이 참 속상하게 만드는데 보통 그 지점이 고통의 시작이지요.



그럴 때마다 마음을 열어놓고 그래도 괜찮다고 해줍니다. 지금의 나는 부족하고 마음에 들지 않아도 그래도 괜찮다고, 나는 언제까지나 괜찮았고 괜찮을 것이라고 속삭여요. 완벽하지 않은 나는 그 자체로 이미 완성되었고 완벽하니까요. 저라는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빡세게(?) 훈련한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4개월의 회복 과정은 총 4년간의 병가 기간보다 더 지루했고 역대급으로 비대해진 자아를 달래는 시간이었습니다. 하고 싶은 것들은 너무나 많고 얼른 하고 싶은데 몸이 따라주지 않으니 참 속상했거든요.



회복과 성장은 매일 마주하는 마음에 안 드는 나라는 허들을 넘어 꿈꾸는 나를 재촉하며 끌어당기는 과정이더라고요.



겉으로 조용한 시간을 보냈지만 내면의 파도가 큰 시간이었습니다. 그 시간 동안 가장 큰 수확은 제가 더 이상 과거에 시간을 쏟지 않는 것을 발견한 것이랍니다. 신기하게도 지난 4년 내내 시달렸던 불면도, 불안 증세도, 패닉 어택은 없었습니다. 제자리걸음 하는 일상에 저의 커리어나 보이는 면에서 바라던 큰 변화는 없었지만 인생에 한 번은 해야 할 거대한 프로젝트인 과거에서 벗어나기를 마무리 한 느낌입니다.



2년 전 불행했던 과거를 수없이 곱씹으며 이렇게 더 이상 살 순 없다고 생각하며 울면서 저를 일으켜 세울 때 결심한 게 있어요. 뭐가 되었든 제게 주어진 운명을 끝까지 살아보기로요.



운동화끈 다시 고쳐 메고 한 걸음 한 걸음 또 나아가보렵니다.



오늘도 운명이란 거센 파도 속에서도 한 걸음 한 걸음 용기있게 나아가시는 여러분들을 마음 가득 응원합니다.



늘 읽어주시고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12월 행복하게 마무리하시길 바랄게요!



라이팅게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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