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 캐나다에서 학교 보내기
우연히 발견한 블로그에서는 한 동성커플의 맨해튼 결혼식 후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동성 간의 결혼을 인정하는 뉴욕주 내 맨해튼에서 결혼 증명서를 받으셨더라고요. 게다가 뉴욕에서 받은 결혼 증명서를 그분이 다니시는 회사에 제출했더니 배우자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어떤 회사인지 참 멋지다 생각했습니다!)
찬찬히 검색해 보니 뉴욕주 다른 곳에서는 전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라이선스를 구입 후 서약식을 해도 바로 결혼증명서를 주지 않고 후에 우편으로 받는 반면 뉴욕 그것도 맨해튼의 한 장소에서만 유일하게 서약식 직후 바로 발급받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특이한 점은 라이선스 구입 후 24시간 안에는 서약식을 할 수 없었습니다.(인생에 중요한 결정이니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주기 위함일까요?) 어찌 되었든 이틀 만에 결혼 증명서를 받을 수 있기에 뉴욕에서의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 싶은 여행자들의 코스로도 알려져 있었습니다.
이거다 싶었습니다!
그렇게 뉴욕행을 결정하고 부청장에게 다음과 같은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당신들이 캐나다에서 결혼과 똑같은 법적 효력을 지닌 Common law partner를 인정하지 않음에 우리는 결혼을 강요받았고 이는 우리의 권리를 침해하는 매우 부당한 상황이지만 우리의 최우선순위는 아이기에 가장 빨리 결혼 증명서를 받을 수 있는 뉴욕에 가서 결혼하겠다고요.
그리고 우리가 확인한 바로 캐나다 정부는 뉴욕시 결혼 증명서를 공식 인정하는데 우리가 지금까지 나눈 대화를 봤을 때 캐나다 법과 교육청에서 해석하는 바가 다르니 뉴욕 결혼 증명서를 인정하는지 여부를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뭐라고 답이 왔는 줄 아시나요?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결혼 증명서가 있다고 해도 결국 영주권 레터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아니 지난번 미팅에서 받은 온타리오 교육부 담당자에게 공식 확인받았고 법령의 상세한 페이지도 공유받았는데 딴소리를 하다니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
여기서 잠깐! 저희의 타임라인을 정리해 봅니다.
1️⃣ 8월 말 교육청에 학교 관련 첫 연락
2️⃣ 9월 중순 지역 국회의원 사무실에 케이스 접수
3️⃣ 9월 20일 교육청 부청장 미팅 - 공식 거절
4️⃣ 10월 초 남편 캐나다로 복귀 및 결혼식 검색 시작
5️⃣ 10월 10일 목요일 뉴욕시 결혼 증명서 인정 여부 확인 이메일
6️⃣ 10월 11일 금요일 결혼해도 소용없고 결국 영주권 레터가 있어야 한다는 터무니없는 이메일 받음
이메일을 받고 나니 이제야 알겠더군요. 아, 이 사람은 우리가 무슨 짓을 해도 안 받아줄 심산이었구나. 이대로 시간 끌기를 하고 싶은 거구나. 화가 머리끝까지 났지만 교육부에서 받은 관련 내부 규정에 관한 공식 서면도 있었고 적어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본격 전쟁을 치르더라도 싸울 총알은 있어야 하니까요. 그래서 그의 말도 안 되는 이메일에 어설프게 따지고 화를 내기보다는 다음 주 미팅을 요청했습니다.
마침 돌아오는 월요일은 캐나다 땡스기빙 연휴였습니다. 결혼 증명서를 받아줄지 말지 불확실한 상황이었지만 감행하기로 결정하고 우리는 이메일을 받은 다음 날인 10월 12일 토요일에 비행기 티켓을 끊은 후 일요일 아침 뉴욕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모두가 풀어져 있을 연휴에 모든 걸 해결한 후 그 주 부청장과의 미팅에 결혼 증명서를 들이밀 심산이었어요.
여기서 제가 저지른 바보 같은 실수가 하나 있어요. 캐나다와 미국은 땡스기빙 날짜가 다릅니다. 그래서 저는 캐나다 공휴일인 땡스기빙 월요일에 당연히 뉴욕 시청은 근무를 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그날은 콜럼버스 데이라는 미국의 공휴일이더라고요. 그 말인즉슨 모든 관공서가 문을 닫는다는 겁니다! 그때 뭐에 홀렸는지 기본적인 근무 시간 확인을 안 하고 무작정 추진했어요. 월요일에 해당 장소에 가보고 알았습니다. 어쩐지 거리가 한산하더라고요.
처음에 언급했듯 라이선스를 구입 후 24시간 내에는 결혼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비행기 티켓을 화요일 저녁으로 끊어 놨고(월요일에 시청이 근무한다는 전제하에) 하루를 그냥 날려버리게 되었어요. 당시 남편은 본국에 오래 머물렀던 터라 오자마자 바로 휴가를 쓰는 것도 부담스러운 상황인 데다가 그보다 하루 더 머무르게 되면 부교육청장과의 미팅에 행여나 지장이 갈까 조마조마한 상황이었습니다.
예외 사항은 없나 찾아보니 기본적으로 24시간이 지나야 결혼식을 할 수 있지만 사법 면제(Judicial Waiver)를 받은 경우에는 24시간 안에도 가능하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사법 면제는 뉴욕주 대법원에서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당장 파병을 나가는 군인이라던지의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사법 면제를 요청할 수 있더라고요. 당장 파병 나가는 군인만큼은 아니더라도 우리도 절실하고 급한 상황이었으니 요청 시도를 해보기로 했죠. 해보고 안되면 비행기 티켓을 변경하던지 하기로 하고요.
본래는 라이선스를 구입해야 했던 월요일 아이와 함께 짧은 뉴욕 관광으로 대신하고 귀국 날짜인 화요일, 시청 문 여는 시간에 맞춰 재빨리 라이선스를 구입 후 바로 길 건너에 위치한 대법원에 가서 사법면제를 신청했습니다. 우리가 24시간 안에 결혼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어필을 해야 했는데 최대한 구구절절 드라마틱하게 우리의 상황을 설명했어요. 그 구구절절함이 통했는지 한 시간 안에 사법 면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당일 3시에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시청이 3시 30분까지 근무하는데 문 닫기 30분 전에 한 셈이죠! 그리고 당일 저녁 비행기로 계획한 대로 다시 캐나다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과연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한 결혼으로 우리 아이는 바로 학교에 갈 수 있었을까요?
이 이야기의 피날레 교육청과의 전쟁 편을 기대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