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생활 & 꿈생활의 쫀득쫀득 공존기 #1
20대 초반의 대학생 시절, 누군가 나에게 졸업 후 어떤 일을 하고 싶냐고 물으면, 난 괜히 '회사는 안 다닐래'라고 대답했다.
그러면 이어지는 질문. "그럼 뭐 할 건데?
공무원? 전문직?"
그럼 나는 장난처럼 대답했다.
시인.
사실 장난이 아니었다.
그럴 수만 있다면 그러고 싶었다.
시를 쓰고 소설을 쓰고 싶었다.
국문과 대학원까지 졸업한 나는 시를 쓰고 소설을 쓰며 살아갈 방법을 그제껏 찾지 못했고, 결국 피 터지는 취업준비를 1년 정도 하고, 입사했다.
입사하면서, 회사에 2년만 다니겠다고 다짐했었다.
2년 후에는 어디에 소속되지 않아도, 내 꿈을 향해 정진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두겠다고 생각했다.
경제적 문제든, 남들의 시선이든, 글쓰기 능력이든...
지금 생각하면 꽤 웃기다.
애초에 이것들은 2년 안에 해결될 문제도 아니었거니와, 좀 생각해 보니 2년만 다니겠다고 생각하는 나를 뽑은 회사가 좀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른 멋진 사람들이 회사에 들어오려고 줄 서있는데, 내가 2년 만에 나가버리면 회사도 돈과 시간과 더 좋은 직원을 만날 기회를 놓치는 것이고, 팀원들에게도 민폐일 수 있다는 것을 차차 실감하게 됐다.
그래서 현재 내가 맡은 일들을 열심히 하려 하고 있다. (물론 아직 일을 만들어서 하는 수준까지는 못 갔다. 안 갔다..)
그런데 회사에 고맙고 회사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한편으로 여전히, 회사는 나를 끝까지 책임져주지 않고 또 내 꿈을 대신 이뤄주지도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결국 내가 맡은 업무를 확실히 하되, 내 삶은 내 방식대로 꾸려가야 한다는 굳은 믿음이 있다.
시간 또한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도 30년가량의 인생 동안 꿈 주변을 맴돌기만 한 나는 이제 안다.
그렇게 3년을 꽉 채웠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마음만은 아직 '응애'하고 싶은 신입사원 같은데, 어느새 시간이 슝 지났다.
3년을 돌아보면 힘들었고, 그지 같았고, 그럼에도 적응했고, 회사 생활의 좋은 점들을 찾았고,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팀원이라고 인정받기도 했지만, 아직도 진로를 고민하고 있다.
아래는 입사 후 1년 6개월이 지난 시기에 쓴 글이다.
"그동안 내 마음은 너울처럼 왔다 갔다 했다.
한 주의 평일인 5일 중에, 3초도 못 버틸 것 같은 날이 이틀 정도 있고, 삶이 꽤 괜찮다고 느껴지는 날이 또 이틀 정도 있다. 하루는 회색지대다.
그렇게 나는 아직도 이 회사라는 곳을 버텨오고 있다. 버틴 내가 자랑스럽기도, 안쓰럽기도 한데, 난 여전히 꿈을 그리고 있다."
3년을 꽉 채운 지금은 어떨까.
일은 그때보다 익숙해졌다. 부서에서 내가 가장 잘 아는 분야도 생겼다. 이제 3초도 못 버틸 것 같은 날은 없고, 중간에 구름다리로 뛰어가서 호흡을 가다듬어야 하는 날도 없다.
하지만, 순간순간 공허하고, 불안하고, 현타가 오는 날들이 있다. 여기 앉아있는 것이 맞는 것인가 고민이 되는 날들이 있다.
일을 열심히 하다가도 갑자기 서글퍼지는 순간이 있다.
그런데, 이제 만 30살, 결혼까지 한 지금 내가 느끼는 것은 아무것도 준비된 것이 없이는 이 직장을 그냥 내려놓지는 못하겠다는 것이다.
안정을 느껴본 경험, 내가 번 돈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베푼 기쁨을 느낀 경험은 내 직업을 쉽게 포기할 수 없게 했다. 그리고, 동시에 내 직업을 사랑하게도 했다.
그것 말고도 좋아하게 된 것들이 더 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 몇 명, 맡은 일들, 인터뷰, 기술, 내가 회사에서 써내는 글들...
그래서 나는 이제 회사생활과 꿈의 공존을 시작하기로 했다. 맞다. 사실... 사실은 공존할 수 있는 부분이다. (독자분들 모두 읽으면서, 회사 다니면서 글 쓰면 되잖아? 생각하셨죠?)
맞다! 단, 뾰족한 목표와, 지속가능한 루틴과, 끝까지 가려는 '좋아함'이 있어야 한다.
(말이 쉽지, 목표를 뾰족하게 하고, 시간을 쪼개 루틴을 지속하고, 시작한 일을 끝까지 좋아하는 것은 사실 쉽지 않다. 적어도 나에게는 P형이 J형으로 체질을 바꾸는 것 마냥 매우 어려웠다. 그래도 혈액형 바꾸는 것 마냥 불가능하지 않은 게 어디냐...)
이제 고민만 하고, 핑계 대는 일을 떠나서, 작은 부분부터 하나씩 실천할 것이다.
이제 3년이 지났으니까, 탐색전은 끝이다. 그렇게 바라던 이야기를 쓸 거다.
그게 뭐라도. 이야기를, 내 이야기든, 허구의 이야기든, 뭐라도 이야기를 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