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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 Oct 27. 2024

갈등이 싫은 INFP 직장인의 '무례한 말 대응' 일기

나는 INFP 2년차 대기업 직장인이다. 2년이 좀 안되는 회사생활을 하면서 이게 내 성향과 맞지 않는 생활이라는 것은 확실히 느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 버텨내기 위해, 내가 선택한 삶을 더 잘 살아보기 위해 적응하고 있다.


MBTI가 얼마나 정확하고 말고를 떠나 어느 정도 큰 틀에서의 인사이트를 전해줄 수 있다고는 생각하는데, 한 친구(ENTP)가 자기 주변 INFP들을 보니 거의 다 회사생활을 힘들어한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물론 회사생활이 안 어려운 사람이 어디있겠냐만은..)


INFP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회사생활을 어려워하는 이유를 굳이 찾아보자면 찾을 수 있는 이유는 많을 것이다. 나를 비춰서 보자면, 세 가지 정도의 큼지막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첫째, 반복되는 생활을 솔직히 좀 싫어한다. 둘째, 매일 주어지는 일보다 좀 더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한다. 마지막으로, 갈등을 싫어하고 직설적으로 말을 못한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꽤나 모범생으로 30년을 살면서 (학창시절 일탈이 야자째고 놀러다니다가 귀가 시간에 맞춰서 교실 복귀하기 정도였으니 이 정도면 모범생이 맞겠지? 5일에 2번 그랬던 건 안비밀) 반복적 생활, 창의적이지 않은 업무와 같은 부분은 성향에 맞지는 않아도 무리 없이 적응 가능했다. 


개근이 당연했던 2000-2010년대 학창시절을 보냈던 나는 이미 10대부터 반복적인 생활을 해왔고, 주입식 교육에 익숙해져서 이제 창의력을 발휘하는 것이 오히려 어렵게도 느껴진다. (그렇지 않다고 믿고 싶지만 반복적인 일이 더 편하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그래서 입사 초기 사회생활을 하면서 힘들게 느껴졌던 일들은 나의 세 번째 면모, 갈등을 싫어하고 직설적으로 말을 못한다는 것과 다수 맞닿아있었다. 피할 수 없는 갈등을 맞닥뜨려야 한다는 것, 내가 잘 한 일을 충분히 어필해야 한다는 것, 무례하게 구는 사람에게 혹은 기분 나쁘게 하는 사람에게 선을 긋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니 한 번도 그렇게 살아온 적이 없었고, 갈등을 맞닥뜨리고 선을 긋는 것에 대해 배운 적도 없었다. 나와 잘 맞는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고, 잘 맞지 않아도 일적으로 엮이지 않는 이상 잘 지냈다. 그리고 관계에 문제가 생길 것 같으면 멀어졌다. 나는 직설적으로 말을 못하지만 떠나는 걸 잘했다.


그러다 보니, 일적으로 엮여 있고, 싫어도 떠나지 못하는 회사생활이 나에게는 꽤나 고역이었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나의 부족한 부분을 고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다. 


물론, 성장이 있으려면 고통이 수반되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회사생활은 일 외적인 것에서도 나에게 고난의 길을 줬다. 하지만, 정신/마음을 못 챙길 정도로 고통스러우면 성장은 커녕 넘어지겠지만, 그 정도는 아니니 어찌보면 참으로 감사한 것이라고 느낀다.


(다음편, '무례한 말 대응하는 법 병아리 탈출기'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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