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뒤돌아보게 하는, 마법 같은 날
퇴근해서 혼자 동네 분식집에 가서 치즈 떡볶이를 먹는데 눈이 펑펑 오기 시작했다.
올 겨울의 첫눈이었다.
회사에서의 일로 마음에 남아있던 무거움이 있었지만, 괜스레 마음이 편안해지고 들떴다.
옆에 함께 눈을 기뻐할 사람은 없었지만 쓸쓸하지는 않았다. 밖에서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
대신 엄마아빠와 올해 9월에 생긴 남편에게 눈이 온다고 카톡을 보냈다.
첫눈을 보며, 맛있는 치즈 떡볶이를 먹으며, 사장님이 틀어주신 잔잔한 팝송을 들으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이 장면을 기억하고 싶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눈 오는 풍경을 보는데, 새삼 참 아름답다고 느꼈다.
뾰족뾰족한 나뭇잎의 침엽수림 위로 쌓인 눈, 아파트 단지의 따뜻한 색깔의 조명, 눈 온다고 나와서 뛰어다니는 미취학아동들부터 중고등학생, 어른들, 강아지까지.
첫눈이 오니 괜히 올해를 돌아보게 됐다.
올해, 내가 결혼한 해. 신혼여행도 처음(이자 마지막이겠죠?)으로 갔고,
또, 엄마가 언어 기능을 갑자기 잃으셨다가 뇌개복수술을 해서 다시 회복하신 일.
이 두 가지가 가장 먼저 기억난다.
두 일이 시기가 겹쳐 일어나서, 하나를 떠올리면 자동적으로 다른 한 가지도 떠오른다.
결혼식이라는 좋은 일 앞두고, 눈물로 지새우던 날들이었는데
어느덧 그 눈물과 한숨들이 감사가 됐다.
지금 생각하면 그냥 감사만 나온다.
이것 말고도 사실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무섭고 힘들고 피하고 싶은 일들..
지금 있는 직장에 하루도 더 못 나갈 것 같던 날도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깝게 또 멀게, 균형을 맞춰가며 옆에서 함께해 준 가족들, 친구들, 무엇보다 지금 힘이 되고 있는 남편.
그들을 떠올리게 되는 날. 첫눈 오는 날이었다.
그들이 오늘 밤 너무 춥지 않기를, 빙판길에 넘어지지 않기를, 사고 나지 않기를 다시 한번 바라는 날이었다.
이곳저곳의 사람들이 모두 너무 춥지 않기를, 너무 괴롭지 않기를. 따뜻함을 느끼기를.